라임 전철 밟는 옵티머스…폰지사기 판단
은성수 “사모펀드 전수조사”…정영채 “참담…판매사로서 책임”
라임 무역펀드, 30일 첫 분쟁조정위원회
[헤럴드경제=이태형 기자] '편입자산 위조' 옵티머스 vs. ‘펀드 돌려막기’ 라임
최대 5000억원대 펀드 환매 중단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는 옵티머스자산운용 사태가 지난해 발생한 라임자산운용 펀드 사태의 전철을 밟고 있다.
이번 사태 역시 펀드 돌려막기 일명 ‘폰지사기(나중에 투자한 사람의 돈으로 먼저 투자한 사람에게 수익 지급하는 다단계 금융사기 수법)’로 판명난 라임 사태의 수법과 유사한 것으로 금융당국과 금융투자업계는 보고 있다.
감독기관인 금융감독원이 조사에 착수하면서 사기 의혹이 확인되고 손실 규모가 커지게 되면 시장에 적잖은 충격을 줄 것으로 보인다.
▶최대 판매사 대표 참담하게 한 옵티머스=옵티머스는 공공기관 거래 매출채권에 편입 자산의 95% 이상을 투자해 3% 안팎의 안정적 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점을 강점으로 내세우며 지난해부터 54개 펀드를 순차적으로 설정했다.
그러나 실제로는 비상장사가 발행한 사모사채 등 유동성이 낮은 부실채권과 사채, 부동산 등에 투자하고 펀드명세서에는 운용 취지에 맞는 상품을 편입한 것처럼 채권명을 기입해 오다 급기야 환매중단에 이르렀다. 이미 환매중단된 펀드와 이번주 만기가 도래하는 펀드까지 합친 금액은 700억원대로, 옵티머스 펀드가 대부분 유사한 구조로 설계된 만큼 만기를 앞두고 있는 펀드를 포함한 예상 피해규모는 5000억원대로 불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같이 위법 사실을 숨기기 위해 관련 서류를 위조했다는 의혹까지 일면서 최대 판매사인 NH투자증권 등 옵티머스 펀드 판매사들은 옵티머스를 검찰에 사기 혐의로 고발했다.
정영채 NH투자증권 대표이사는 23일 투자자들에게 발송한 서신에서 “펀드 운용에서 상식의 범위를 벗어난 일이 발생한 데 대해 당황스럽고 참담할 따름”이라면서 “판매사로서 문제 있는 상품을 제공해 드리게 된 부분에 대해 깊은 사과의 말씀을 드리며, 펀드 판매사로서 져야 할 책임은 회피하지 않고 기꺼이 감당하겠다”고 말했다.
옵티머스자산운용 영업보고서에 따르면 이 회사의 총 펀드 판매 금액은 약 5355억원(지난 3월말 현재)이며, 이 가운데 NH투자증권 판매분이 4407억원으로 전체 판매액의 82%에 달한다.
▶이제야 첫 분쟁조정위원회 열리는 라임=지난해 투자자에게 조 단위 손실을 입힌 라임자산운용 역시 부실 자산에 투자하고 펀드 수익률 돌려 막기를 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특히 라임의 무역금융펀드는 구조가 복잡해 사태 수습이 더 늦어지고 있다. 2017년 5월부터 신한금융투자의 총수익스와프(TRS) 대출 자금을 사용해 해외 무역금융펀드 5개에 투자했으나 이 중 인터내셔널인베스트먼트그룹(IIG) 펀드에서 문제가 발생했다.
2018년 6월부터 IIG펀드가 기준가를 산출하지 않았지만 11월까지 기준가가 매월 0.45% 상승한 것으로 임의 조정했고, 환매대금을 마련하기 위해 IIG펀드와 다른 해외 펀드 3개를 합쳐 모자형 구조로 전환해 부실을 정상 펀드에 전가하는 방식으로 변칙 운영했다.
금융감독원은 오는 30일 라임 무역금융펀드와 관련한 첫 분쟁조정위원회를 열고 사태 해결에 나선다.
라임의 환매 중단 규모는 1조7000억원 규모로, 책임 소재 논란이 일면서 펀드 판매 증권사, 은행들이 보상에 나서기도 했다. 라임자산운용이 자산 회수 계획을 발표했지만 금융당국과 판매사 공동 대응단은 ‘가교 운용사’를 설립하고 자산을 이관받아 투자자금 회수에 나섰다.
▶뒷북 치는 감독당국=라임과 디스커버리 펀드, 옵티머스 등 사모펀드 사태가 잇따라 발생하고, 정관계 인사 연루설까지 불거지는 등 사안이 확대되면서 사모펀드 시장 전체에 대한 신뢰가 떨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금융투자업계에서 제기된다. 또 금융당국이 사전감독을 소홀히 한 채, 문제가 발생하면 뒷수습하기 바쁜 것 아니냐는 지적과 함께 사모펀드 규제 강화 목소리도 나온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고수익이라는 이유로 은행, 증권사 지점 위주로 컴플라이언스 없이 사모운용사들이 검증되지 않은 부실채권을 대거 편입해서 일어난 문제인 만큼 재발을 방지할 강력한 규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사태의 파장이 커지면서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23일 한 행사장에서 기자들과 만나 “사모펀드 1만여개를 전수조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