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대응성 높이는 방식 고심중

처벌규정 없어 강제성 부족 문제

정부가 재정수지, 국가채무 등을 관리하기 위한 ‘재정준칙’을 오는 8월까지 마련하기로 했다. 재정적자가 역대 최대 규모로 불어나는 등 재정건전성이 불안하다는 지적이 커진 데 따른 것이다. 하지만 재정준칙의 유연성이 확대되고, 처벌 규정도 담고 있지 않아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24일 국회와 관계부처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오는 8월 국회 제출을 목표로 재정준칙을 마련 중이다. 형식은 아직 미정이다. 지난 20대 국회 때처럼 재정건전화법을 통한 법제화하는 것을 우선 검토하고 있다. 국회에 정기적으로 재정준칙을 제출하는 방안도 함께 살펴보고 있다.

핵심은 ‘유연성’이다. 기재부는 경기대응성이 높은 재정준칙을 만들어야 한다는 원칙을 세웠다. 이번 코로나19 때도 경험했듯 언제든 위기가 찾아올 수 있고, 이때 너무 엄격한 재정준칙이 있다면 확장재정을 통해 경기 하락에 대응하지 못한다는 게 정부 생각이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이 최근 “한국적 상황을 고려한 유연한 재정준칙이 필요하다”고 밝힌 이유기도 하다.

실제로 지난 2016년 정부가 발의했던 재정건전화법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 45%, 관리재정수지 적자 비율 3%’를 지켜야할 마지노선으로 제시했다. 비현실적인 목표였다. 올해 3차 추가경정예산이 통과되면 국가채무비율은 43.5%, 관리재정수지 적자 비율은 5.8%에 이를 전망이다. 만약 당시 재정준칙이 법제화됐다면 재정건전성 목표는 4년 만에 무너질 수 밖에 없었다.

먼저 재정지출 목표를 유연하게 설정하는 방식이 거론된다. 예를 들어 총지출 증가율을 ‘직전 3개 연도 평균 지출 증가율+5%포인트’로 제한하는 식이다. 국세 감면 한도를 설정할 때 사용하고 있는 잣대기도 하다. 재정수입과 재정지출을 비교한 ‘재정건전성 갭’ 지표 등도 활용될 수 있다.

아울러 재정적자 관리 목표를 매년 지키도록 하기보다 ‘3년 연속 목표치를 밑돌면 안 된다’는 식으로 규정한다든지, 국가채무비율 자체를 제한하기보다 증가 속도를 규제하는 방안 등도 검토되고 있다.

예외 규정도 마련할 계획이다. 코로나19 때와 같은 긴급 상황이 발생했을 때는 예외적으로 재정건전성 목표를 달성하지 않아도 된다는 내용이다. 대신 3년이나 5년 이내 다시 목표치 이내로 건전성을 개선시켜야 한다.

문제는 강제성이다. 유연성을 지나치게 강조하다보면 재정준칙을 지켜야 할 필요성이 떨어질 수 있다. 또 의무보다는 권고 수준에 그칠 우려도 있다. 재정준칙을 위반했을 때 누군가에게 책임을 묻거나, 이를 실질적으로 제재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책임소재가 불분명한데다 재정준칙의 적용기간을 5년으로 한다면, 재정준칙의 준수 여부를 5년 후에나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박기백 한국재정학회장은 “미국 등 국가는 재정 편성권이 국회에 있다보니 포퓰리즘을 막기 위한 재정준칙이 필요했다”며 “우리나라의 경우 편성권이 기재부에 있어 스스로 건전성을 지키려는 노력만 한다면 재정준칙이 별도로 필요없을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이태석 KDI 공공경제연구부장은 “재정준칙을 기준으로 건전성을 평가하고, 향후 개선 목표를 세울 수 있다”며 “다만 재정준칙을 위반했을 때는 법적 제재보다는 정치적 평가를 통해 규율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정경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