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압력에 호베르투 아제베도 사무총장 중도사임…유명무실한 기구 전락
한국인 후보 등록시, 외교부·산업부 공무원 투입…코로나19 상황에 전력 낭비
[헤럴드경제=배문숙 기자] 미국의 압력에 호베르투 아제베도 세계무역기구(WTO) 사무총장이 지난달 사임하면서 후임을 선출하는 절차가 본격화되고 있다. 이로써 우리나라도 WTO 사무총장 후보자를 내느냐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러나 최근 전 세계적인 보호주의 확산으로 WTO 위상이 유명무실해진 상황에서 한국인 WTO사무총장 도전은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더 많다’는 목소리가 높다.
WTO는 세계의 교역 증진과 경제 발전을 목적으로 설립된 국제기구로 전 세계 무역 체계를 조율하고 있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 출범이후 무역 분쟁 해결의 최종심을 담당하는 상소기구가 미 행정부의 신임 위원 임명 동의 거부로 지난해 말부터 마비됐다. 여기에 세계 경제 불안감이 극대화한 상태에서 미국의 압력에 호베르투 아제베도 사무총장도 지난달 13일 중도 사임하며 리더십 공백까지 발생했다.
21일 정부와 외신 등에 따르면 WTO 사무총장 후보 등록 마감은 다음달 8일이다. 현재 4명이 등록했다. 멕시코의 헤수스 세아데 외교부 북미외교 차관, 나이지리아의 응고지 오콘조-이웰라 세계백신면역연합(GAM) 이사장, 이집트의 외교부 출신 하미드 맘두 변호사, 몰도바의 투도르 울리아노브스키 전 주제네바 몰도바 대사가 출사표를 던졌다.
헤수스 세아데 차관은 WTO 제1차관을, 이집트 맘두는 WTO 사무국 서비스국장을 각각 지낸 바 있다. 나이지리아의 오콘조-이웰라는 현재까지 등록한 후보 중 유일한 여성이다. 여기에 마감을 앞두고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의 필 호건 무역 담당 집행위원도 입후보를 고려 중이다.
우리 정부 WTO 사무총장 후보 등록을 놓고 고심 중이다. 후보를 내게 되면 한국은 이번이 3번째 WTO 사무총장 도전이다. 바로 직전 사무총장을 선출할 때인 2012년 말에는 한국의 박태호 당시 통상교섭본부장을 포함해 최종 9명이 몰렸다.
후보자로 지명되면 3개월간 회원국들을 대상으로 선거 캠페인을 한 뒤 나머지 2개월간 후보자를 1명으로 압축하는 절차가 진행된다.
WTO 일반 이사회 의장이 164개국 회원국들과 협의하는 과정에서 지지도가 가장 낮은 후보가 탈락하는 과정을 반복하고, 최종 단일후보자를 만장일치로 추대하는 방식으로 뽑는다.
박태호 전 통상교섭본부장은 2단계까지 올랐으나 3단계 문턱을 넘지 못했다. 그 이전에는 1994년 김철수 상공부 장관이 도전했으나 이탈리아의 레나토 루지에로 통상장관에 밀려 사무차장 자리를 얻는 데 만족해야 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미중무역분쟁과 코로나19여파로 수출이 급감하는 등 전시상황에서 유명부실해진 WTO 사무총장 후보 등록을 위해 전력을 낭비할 때가 아니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한 통상전문가는 “한국인 사무총장을 만들기 위해서는 외교부, 산업통상자원부 등 주요 부처들이 회원국에 다방면으로 선거운동을 해야한다”면서 “그러나 코로나19로 경제나 사회 등 모든 분야가 마비된 상황에서 WTO 사무총장 선거에 관련 부처 공무원들이 투입되는 것은 맞지않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전문가는 “한국인 사무총장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 제2차장(전 통상교섭본부장)은 WTO가기에는 국내에서 할 일이 많은 것으로 안다”면서 “또 다른 후보자로 유망에 오르는 유명희 통상교섭본부장의 경우, 일본수출규제나 코로나19 사태에서 거의 존재감이 없다”고 평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