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경 금소처장 주제발표
전문가들도 ‘강화’ 목소리 높아
제재 ‘솜방망이’ 지적도 쏟아져
판매사에 숙지의무 강화도 주문
‘금융소비자보호 시대’를 화두로 열린 헤럴드 금융포럼 2020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냉정하게 금융소비자보호법(금소법)의 부족한 부분을 짚었다. 금소법이 새로운 규제가 될 것이란 우려보다 더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반쪽짜리가 아니고 3분의 1쪽짜리다”(박창균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는 표현까지 등장했다.
1세션 주제발표자인 김은경 금융감독원 금융소비자보호처장은 금소법 보완이 필요하다는데 공감하면서 “현실적으로 (법에) 들어와야 하는 것은 ‘편면적 구속력’”이라고 강조했다.
17일 서울 중구 소공로 더 플라자 호텔서 열린 헤럴드 금융포럼 제1세션 토론에는 박창균 연구위원을 비롯해 주소현 이화여대 소비자학과 교수, 박현준 신한은행 소비자보호그룹 부행장, 정중호 하나금융연구소 소장이 모여 진행됐다. 좌장은 21대 국회에 입성한 윤창현 미래통합당 의원이 맡았다.
▶“1조씩 버는 회사에 1억 벌금?”= 박창균 위원은 무게감 있는 ‘제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불완전판매에 따른 리스크를 더 키워야 한다는 제언이다.
박 위원은 “1조원씩 이익을 내는 금융회사에 1억원이면, 벌금 물고 만다”면서 “제재라는 것을 기본적으로 재검토 할 필요가 있다. 점수 안 주는 선생의 말을 학생이 들겠는가”라고 말했다.
현재 금소법에는 징벌적 과징금(위반행위 관련 수입의 최대 50%) 개념이 담겼다. 징벌적 손해배상제도(판매사가 고객 손해액의 3배 범위 내 배상)를 넣어야 한다는 주장이 있었으나, 법안에선 빠졌다.
박 위원은 ‘금융소비자를 보호’의 개념을 상품 ‘제조’ 단계까지 확장할 것도 요청했다. 현재의 금융소비자 보호가 판매 과정-사후 관리에만 집중돼 있다는 인식이다. 그는 “개인의 금융수요에 맞춰 금융상품 제조하는 서비스가 매우 중요하다. 그 단계부터 금융소비자 개념이 들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판매사에 상품알기의무 부여해야”= 금소법에 담긴 ‘설명의무’(상품 판매, 소비자 요청 시 상품 중요사항 설명)를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정중호 소장은 KYP(Know-Your-Product·상품 조사, 숙지의무) 개념을 법에 반영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우리는 설명의무로 대체하는 경향이 있는데 (금융상품) 제조·판매업자가 얼마나 그 상품을 알고 파는지, 리스크 속성과 특성은 뭔지를 알도록 규정하고 의무화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 소장은 또 “금소처가 은행 등 금융사 조직구조하고 미러링 되어야 한다”면서 “금융사들은 상품 심사, 평가 기능을 강화해야 하는데 당국이 그런 것들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하면 감독과 제재 과정에서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고 했다.
주소현 교수는 ‘소비자’를 더 정교하게 분석하는 장치가 법에 추가돼야 한다고 했다.
그는 “(법에는) 적합성, 적정성 원칙으로서 금융소비자의 투자성향을 측정하게 돼 있는데 과연 측정이 정확히 되는 것인가 의문”이라며 “시행령에는 이런 고민들도 포함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유럽식 편면적 구속력 들여와야”= 김은경 처장은 토론 패널들의 발언을 다 들은 뒤 “제재가 실감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집단소송제, 징벌적 손해배상제, 입증책임의 완벽한 전환 등 금소법에 빠진 부분들을 언급했다.
다만 그는 현실적으로 법에 추가할 수 있는 장치는 ‘편면적 구속력’으로 봤다. 편면적 구속력은 분쟁조정을 벌여 나온 결과 중에서 문제가 되는 금액이 일정 수준 이하라면 금융회사가 의무적으로 수용해야 하는 제도다. 분쟁조정 결과에 불복해 소송 등을 할 수 없다. 영국, 독일 등 유럽 국가들이 도입해 운영하고 있다.
김 처장은 편면적 구속력을 법에 반영하는데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 우리도 안을 가지고 있다. 예컨대 문제가 되는 금액이 2000만원 이하면 그 분조 결과는 당연히 사업자가 받아들이는 것”이라며 “그 정도가 확보되면 저희들이 소비자보호를 하는 데 있어서 할 수 있는 것들이 많아진다”고 말했다.
김 처장은 ‘금융민원’의 정확한 정의도 금소법에 반영돼야 한다고 했다. 단순 불만까지 민원이라는 이름으로 집계되면서 감독당국과 금융사들에 불필요한 비용이 발생한다는 점을 우려했다.
그는 “민원의 개념을 정립하는 게 중요하다”면서 “각 회사들이 스스로 해결해야 될 이의제기, 불만을 민원의 카운트(집계대상)로 하지 않는 게 제 최종적인 목표”라고 말했다.
학계에서 금융소비자 보호를 오래 연구하다가 지난 3월 금감원에 부임한 김 처장은 “금감원에 안 왔다면 법이 통과되고서 이거해야 한다, 저거 해야 한다고 논문을 썼을 것이다. 학계에서 많은 도움을 달라”고 당부했다.
박준규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