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합 아니니 제소 걱정 없다”

철 스크랩 가격 고공 행진 반영 불가피

“시장 법칙 따라 해결해야”

현대제철과 동국제강이 건설업계의 공정위 제소 움직임에도 6월 H형강 인상을 단행한다. H형강 모습 [현대제철 제공]
현대제철과 동국제강이 건설업계의 공정위 제소 움직임에도 6월 H형강 인상을 단행한다. H형강 모습 [현대제철 제공]

[헤럴드경제 원호연 기자]건설업계의 공정거래위원회 제소 위협에도 불구하고 철강업계가 이달 H형강 가격 인상을 강행한다. 수익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철스크랩 등 원재료 가격 상승을 반영하는 가격 인상이 필수적이라는 입장이다.

이달 중 현대제철과 동국제강은 H형강 가격 인상안을 계획대로 시행키로 했다. 현대제철은 15일부터는 직전 거래 가격 대비 톤(t) 당 2만원을, 26일부터는 톤 당 3만원을 인상한다. 동국제강은 16일부터 톤 당 3만원, 29일부터는 톤 당 3만원 인상한다.

건설업체 자재 구매 담당부서의 협의체인 대한건설자재직협회의는 이같은 H형강 가격 인상 방침에 대해 "일방적인 가격 조절로 수익 극대화에만 치중한다"며 공정위 제소 가능성을 언급했다.

그러나 철강업계는 실제로 건설업계가 공정위에 가격 담합으로 제소할 가능성이 낮다고 보고 있다.

철강업체 관계자는 "지난 2018년 6개 철강업체가 철근 담합으로 과징금 1194억원을 부과 받은 이후 건설업계는 가격 인상 이야기만 나오면 공정위 제소 카드를 꺼낸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실제 담합 행위가 없는 만큼 두 업체가 처벌받을 가능성은 없다고 본다"고 전했다.

건설업계는 두 업체의 H형강 가격 인상의 시점과 인상폭이 유사해 담합에 해당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철강업계는 철 스크랩 가격 상승 등 시장 전체에 영향을 미치는 가격 인상 요인 때문이라고 항변했다.

동국제강 관계자는 "지난 4~5월 급등한 철 스크랩을 반영해 가격을 현실화하겠다는 방침에 건설업계가 지나치게 예민하게 반응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H형강을 비롯해 봉형강의 제작 방식과 투입되는 재료는 업체 별로 큰 차이가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시장에서 철 스크랩 가격이 상승하면 대부분 업체가 가격 인상 압박을 받을 수 밖에 없는 구조"라고 강조했다.

국내에서 유통되는 철 스크랩 가격은 5월 마지막 주 기준 톤 당 27만원으로 전월 평균인 톤 당 23만8000원 대비 13.4%나 급등했다. 코로나19 사태로 산업 생산이 중단된 미국과 유럽에서 철 스크랩 공급이 끊긴데다 가동을 재개한 중국 제강사들의 수요는 급증했기 때문이다.

반면 지난해 초 톤당 80만원 선이던 H형강의 유통 가격은 건설 시장 불황 등으로 지난해 연말께 60만원 선까지 하락했다. 지난 2월 철강업체들이 개별 협상 단계에서 가격 인상 의지를 밝혔지만 실제 제품 가격의 반등 폭은 미미하다.

현대제철과 동국제강은 지난해 1월부터 봉형강 제품에 대해 가격 고시제를 시행하고 있다. 철근의 경우 매월, H형강의 경우 현저한 가격 변동 요인이 있을 때 사전에 가격 변동 폭을 고시하는 방식이다.

두 업체가 고시제를 도입한 것은 가격 투명성 논란을 잠재우고 시장 신뢰를 확보하기 위해서다. 이전에는 건설사 등 수요층과 철강사 간에 개별적으로 가격 협상이 이뤄지고 그 결과 정해진 가격은 공개되지 않았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제철과 동국제강이 고시한 가격을 건설사에 강요한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건설사가 낮은 가격을 원할 경우 시장 법칙에 따라 다른 업체를 물색하면 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