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소송·경영권 위협·이사회 기능 마비
고소·고발 남발…기업 경영활동 위축
‘일감몰아주기’ 규제강화 지배구조 흔들
정부가 지난 10일 상법과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동반 입법예고하면서 재계가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에 이어 또 다른 기업 규제의 불확실성에 직면하게 됐다. 정부의 개정안에 대해 재계는 물론 학계에서도 해외에서도 유례가 없는 법안이란 지적이 쏟아지고 있으며, 기업 의사결정의 핵심인 이사회 기능이 마비될 수 있다는 우려까지도 나오고 있다. 아울러 경영권 방어에서도 어려움을 겪으며 기업 경영 활동 전반의 위축이 불가피할 것이란 분석이다.
▶미국·일본에도 유례 없는 상법 개정안…정상 이사회 활동 불가능=기업들은 법무부가 입법예고한 상법 개정안에 담긴 감사위원 분리선출에 극도로 긴장하는 모습이다. 당장 이 규제는 전 세계 어디에서도 유례가 없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개정 상법에 따르면 앞으로 주주총회에서는 감사위원 1명 이상을 이사와 분리해 선출해야 한다. 기존 ‘3% 대주주 의결권 제한’에 이은 이중규제다.
당장 정상적인 이사회 활동이 불가능하다는 지적이다. 감사위원은 사내이사도 겸하는 만큼, 통상 만장일치 구조로 운영되는 이사회 활동에 큰 제약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 규제는 해외의 기업 지배구조의 흐름에도 역행한다. 미국은 원칙적으로 회사 내부기관으로 감사기관을 설치하지 않는다. 이사회 중심으로 감사를 수행한다. 또 한국과 달리 각 기업들이 정관 등을 통해 자신들에게 적합한 지배 구조를 선택하도록 했다. 자유로운 경영활동을 장려한다는 취지다.
일본도 2005년 이후 각 기업의 지배구조 선택의 자유를 대폭 확대했다. 기업이 자율적으로 감사방식을 선택하도록 한 것이다. 김현수 대한상공회의소 기업정책팀장은 “감사위원 분리 선임은 해외 다른 국가에도 사례가 없다”며 “최대 주주의 의결권은 3%로 제한되는데, 투기자본이 연대를 해 감사 위원을 선출할 가능성이 커졌다”고 말했다.
상법개정안에 포함된 다중대표소송제도 역시 글로벌 스탠더드에 역행하는 규제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실제 독일과 프랑스, 영국 등 대다수 국가에서 다중대표소송제를 도입하지 않고 있다. 미국과 일본에서는 제도를 운영하면서도 적용을 매우 엄격하게 하고 있다. 미국은 모회사와 자회사를 동일한 실체로 볼 수 있는 매우 예외적인 경우에만 허용한다. 일본도 상황은 비슷하다. 유정주 전국경제인연합회 기업제도팀장은 “모회사 주주가 자회사 주주를 흔들 수 있다”며 “자회사의 경영권 위협 위기 뿐 아니라 헤지펀드의 먹이감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전속고발권 폐지…“검찰 고발 남발로 정상적인 경영활동 힘들어질 것”=공정거래위원회가 전속고발권 폐지 등을 담은 공정법 개정안을 추진하자 기업들은 향후 빚어질 줄소송 가능성에 크게 긴장하고 있다. 전속고발권 폐지에 대해서도 재계와 학계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국의 입법상황에 역행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실제 미국은 법무부가 사실상 단독 관할해 공정거래 관련 고발을 진행한다. 일본은 전속고발제도가 있으나 실제 고발까지 이어지는 경우는 드물다. 영국과 캐나다는 경쟁당국이 형사처벌여부 1차 판단하고, 이외의 대부분 OECD 국가들은 경쟁법상 형벌조항 없거나 과징금 등 경쟁당국의 행정제재로 종결한다. 유정주 팀장은 “검찰에 의한 고발이 반복되고, 검찰이 수사하는 과정에서 다른 건에 대한 수사를 진행하는 등 기업 경영활동 제약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일감몰아주기 규제는 당장 기업의 운영에 치명타가 될 수 있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일감몰아주기 규제 대상은 상장·비상장사 모두 총수일가 지분20% 이상인 곳으로 확대된다. 해당 상장·비상장사가 지분을 절반 넘게 보유한 자회사도 규제를 받는다. 이렇게 되면 삼성생명과 현대글로비스 등 24곳이 규제대상에 새로 포함된다. 이들 기업들의 총수 지분은 삼성생명이 20.82%, 현대글로비스가 29.99%, SK㈜는 29.08% 등이다. 한화도 26.76%의 총수 지분을 갖고 있다. 결국 이들은 20% 밑으로 낮추기 위해 지분을 추가로 팔거나, 내부 거래를 다원화해야 하는 처지에 몰렸다. 뾰족한 대안이 없는 기업들은 결국 지분을 매각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결국 경영권의 위협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염유섭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