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전단 살포 탈북단체 고발ㆍ법인 취소 돌입

판문점선언ㆍ주민 민원 등 ‘사정변경’ 내세워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 가능

통일부 당국자 “사법당국의 강력한 처벌 희망”

통일부는 11일 전날 예고한 대로 대북전단을 살포해온 탈북민단체를 경찰에 수사의뢰했다고 밝혔다. 김연철 통일부장관이 정부서울청사로 출근하는 모습. [헤럴드DB]
통일부는 11일 전날 예고한 대로 대북전단을 살포해온 탈북민단체를 경찰에 수사의뢰했다고 밝혔다. 김연철 통일부장관이 정부서울청사로 출근하는 모습. [헤럴드DB]

[헤럴드경제=신대원 기자] 정부는 10일 북한이 강하게 반발하는 대북전단 살포 문제와 관련해 탈북민단체를 경찰에 고발하기로 하고 법인 취소 절차에 돌입했다. 전단살포 중지를 명시한 판문점선언 합의 이후에도 2년 넘게 사실상 대북전단 문제를 방치하다 북한이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 담화 발표 뒤 남북관계의 대적(對敵)사업 전환과 모든 통신연락채널 차단 조치에 나서자 뒤늦게 수습에 나선 것이다.

▶통일부 “대북전단, 공익 침해”=여상기 통일부 대변인은 이날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예정에 없던 브리핑을 갖고 이 같은 내용의 대북전단·페트(PET)병 살포 관련 정부 입장을 발표했다.

여 대변인은 “오늘 정부는 자유북한운동연합(대표 박상학)과 큰샘(대표 박정오)을 남북교류협력법 위반으로 고발하고 법인 설립 허가 취소 절차에 착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어 “정부는 두 단체가 대북 전단 및 PET병 살포 활동을 통해 남북교류협력법의 반출 승인 규정을 위반했으며 남북정상 간 합의를 정면으로 위반함으로써 남북 간 긴장을 조성하고 접경지역 주민의 생명·안전에 대한 위험을 초래하는 등 공익을 침해했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통일부는 해당 단체들의 대북전단과 PET병 살포 행위가 교류협력법상 반출 승인을 받지 않은 미승인 반출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또 통일부 소관 비영리법인으로 등록돼 있는 두 단체의 대북전단 살포 행위가 판문점선언을 비롯한 남북합의에 위반되고 남북 간 긴장을 고조시키는데다 접경지역 주민의 생명과 안전에 대한 위험을 초래한다고 판단했다.

교류협력법에 따르면 미승인 반출은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게 된다. 또 법인 허가가 취소되면 법인 잔여재산 처분과 통장 개설이 안되는 등 활동에 제약을 받게되며 청산 절차를 밟아야 한다.

통일부 당국자는 “최대한 빠른 시일 내 고발할 것”이라며 “처벌문제는 사업당국이 판단할 문제지만 교류협력법 관련 조항에 의해 사법당국에서 강력하게 처벌해주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논란이 되는 지점은 정부가 이전까지는 대북전단에 대해 교류협력법 적용이 어렵다고 해석해왔다는 점이다. 통일부 당국자는 이에 대해 “물품 반출과 관련한 정부의 법조문 해석이 변경됐다는 것이 아니다”면서 “정부가 사정변경 상황에 맞게 유권해석을 한 것”이라는 납득하기 어려운 설명을 내놨다.

일각에선 정부가 변경된 유권해석으로 국민의 과거 행위에 법적 잣대를 들이대려한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대법원 판결 4년 지나도록 방치=통일부는 사정변경 사유로 크게 네 가지를 들었다. 먼저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2018년 4월27일 합의한 판문점선언에 군사분계선 일대에서 확성기 방송과 함께 전단살포를 비롯한 모든 적대행위들을 중지하고 그 수단을 철폐하기로 명시했다는 것이다.

이어 대법원이 지난 2016년 2월 대북전단 살포 단체의 경찰관직무집행법 적용에 따른 제지 피해보상 청구에 대해 표현의 자유라고 해도 국가는 공공복리나 현존하는 명백한 지역주민의 위험이 있을 경우 제한할 수 있다고 판단한 판례를 들었다.

또 대북전단이 과거 소규모로 제한적으로 이뤄졌던 것과 달리 최근 들어 전단 외에 PET병을 활용한 쌀과 USB, 라디오 등 물품이 다양해졌고 드론 활용 계획까지 나오는 등 기술적 진화가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끝으로 최근 들어 접경지역 지역주민들의 민원이 급증하고 북한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상황에서 북한으로 가는 물품에 방역이 이뤄지지 않았을 가능성을 언급했다. 이와 관련 통일부 당국자는 “우리쪽에서 전단을 통해 날아간 물품에 방역이 이뤄지지 않았을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면서 “북측의 우려와 의심이 여러 경로를 통해 전달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대법원 판결로부터 4년, 판문점선언 이후 2년 간 통일부가 사실상 전단문제에 있어서 손을 놓고 있었다고 토로한 셈으로, 김 제1부부장 한마디에 급작스럽게 유권해석을 변경하고 태도를 바꿨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려워 보인다. 접경지역 주민들의 민원 역시 과거 보수정부시절 때도 이어져 왔다.

이에 대해 통일부 당국자는 “정부 정책이라는 것이 정세에 대해 관리하고 판단하고 문제점을 찾는 게 중요하다”며 “저자세, 고자세라는 감정적 관점에서 바라보지 않는 게 중요하다”는 옹색한 설명만 늘어놓았다. 이 당국자는 이어 “남북관계 발전과 한반도 평화 정착을 위한 전략적 자세가 정부의 자세”라고도 했다.

한편 북한은 김 제1부부장이 지난 4일 발표한 담화에서 탈북민단체의 대북전단 살포 문제를 제기한 뒤 5일 통일전선부 대변인 담화, 8일 대남사업부서 사업총화회의, 그리고 9일 조선중앙통신 보도 형식을 통한 남북관계의 대적사업 전환과 정상 간 핫라인을 비롯한 남북 간 모든 통신역락채널 완전 차단·폐기 선언 등 연일 남측을 강도 높게 압박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