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작=권해원 인턴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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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븐] 학교 성교육…"우리들을 너무 몰라요"

최근 ‘N번방’ 등 텔레그램 성착취 사건이 불거지자 문재인 대통령까지 나서 교육부에게 새로운 성교육 방안을 만들라고 당부했다.

그러나 교실 내 성교육은 아직 2015년에 머물러 있다. 경찰청이 디지털 성범죄 특별수사본부 한 달 운영한 뒤 지난 4월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디지털 성범죄로 적발된 가해자 73%는 10~20대로 밝혀졌다. 10대 때부터 제대로 된 성교육이 필요하다는 방증으로 풀이된다.

이에 대해 학교 성교육의 당사자인 10대와 전문가들은 공통적으로 학교 성교육을 근본적으로 개선해야한다고 지적한다.

헤럴드경제의 모바일뉴스 특별취재팀 ‘헤븐’(헤럴드 젊은 기자들이 굽는 따끈따끈한 2030 이슈)은 학교 성교육을 벗어나 자발적으로 성교육 동아리에서 활동했던 청소년 당사자들과 전문가들에게 성교육 현주소와 이들이 바라는 성교육 개선 방향을 물었다.

[제작=신주희 기자]
[제작=신주희 기자]

“성폭력 예방교육 아닌 '나'의 이야기였으면...

소규모로 성에 대해 토론하는 ‘도란도란’ 동아리에서 활동하는 이모(17)양은 “동아리 활동을 통해 사회적 이슈나 사람들이 성에 대해서 어떤 인식을 가지고 있는지, 내 생각은 어떤지 배우는 경험을 했다”며 “‘성교육’ 하면 떠올리게 되는 것이 ‘성폭력 예방교육’ 이 아니라 ‘나’의 이야기, 사회 속에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였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함께 활동했던 윤모(15)군도 “초등학교 성교육 시간에는 양성평등, 여자의몸 남자의 몸, ‘낯선 사람이 따라올 때…’ 이런 내용만 다뤘다”고 했다. 그는 학교 성교육 시간에 단순히 성지식을 배우는 대신 성소수자를 포함한 성적 가치관에 대해 다뤘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의 의견도 이들의 의견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조아라 공감N 소통 성교육 연구소 소장은 헤븐팀과의 인터뷰에서 성폭력예방교육의 허점으로 ‘성폭력과 성적 기쁨을 분리하는 교육’을 들었다. 그는 “현재 외부 성교육 의뢰는 대개 ‘성폭력예방교육’인데 이는 마치 성적 성장과 기쁨은 폭력과 개별화된, 분리된 존재처럼 여기고 접근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실제로 성폭력 가해자의 상당수가 지인이며 사랑과 애정을 가장해 일어나는 경우가 많다”며 “피해자가 기분은 찝집하고 불쾌하지만 이를 ‘성폭력’이라 정의 내리는 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린다”고 덧붙였다. 이런 교육 탓에 가해자 역시 자신의 행동을 폭력으로 인정하고 수용하는데 어려움을 겪는다고 설명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 류지원 산부인과 전문의도 “학교 성교육 시간에는 성인식 교육이 포함돼야 한다”고 말했다. 남성 위주의 소비재로서의 성, 여성을 단지 성적 도구로 보는 사회 환경에서 성인식 교육이 우선해야 아이들의 성에 대한 왜곡된 시선을 바꿀 수 있다는 의견이다. 조 소장도 10대들이 자신의 신체와 감정의 경계를 이해하고 바르게 표현하는 방법과 인권, 관계 맺기 등을 가르치는 ‘포괄적 성교육’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다만 이런 내용을 어떻게 학생들과 교감하며 나눌 수 있을지, 고민하는 것은 어른들의 몫이라고 전했다.

〈헤븐〉 헤럴드 오븐 : 헤럴드 젊은 기자들이 굽는 따끈따끈한 2030 이슈

“머리 감아야 돼요? 화장 지워야 돼요?”…물어보고 싶지만

청소년 당사자들은 학교 성교육이 대규모 강의식 수업 시수를 채우기 위한 형식적 강의에 그친다고 전했다. 도란도란 동아리에 참여했던 김모(16)양은 “보건실에서 성에 관련한 만화책 보려고 애들이 모여있던 게 기억난다. 아이들이 성에 관심 많이 가졌었는데 성교육은 왜 그렇게 재미없었는지 모르겠다”며 “청소년들이 성에 관해 관심과 궁금증을 가질 나이인데 그 궁금증과 관심을 야동을 통해 배우는 경우가 많다. 야동을 통해 궁금증을 해소하지 않을 수 있도록 학교에서 좀 더 올바르게 알려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조아라 소장은 학교 성교육 시간에는 학생들이 정말 궁금해하는 성지식을 알려주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조 소장은 “아이들은 ‘연인과 성관계를 할 때 머리는 감되 화장은 지워야하는지’, ‘피임약 먹는 여자들은 무조건 섹스하는 여자로 봐야 하나’ 등 현실적인 고민부터 잘못된 성 고정관념까지 다양하게 알고 싶어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런 궁금증을 갖고 있어도 10대들은 교실에서 속내를 털어놓기 쉽지 않다. 조소장은 성교육 현장에서 아이들에게 성에 대해 궁금한 점을 쪽지로 적어내라고 했더니 “없음”이라고 적어내는 아이들이 많아 답답했던 경험이 있다고 전했다.

김양을 비롯해 함께 도란도란 활동을 했던 10대들은 “학교에서 구체적이고 솔직한 성교육 했으면 좋겠다”거나 “학교도 성에 대한 궁금증을 물을 수 있는 편안한 공간이 되도록 노력했으면 좋겠다”고 입을 모았다.

[제작=권해원 인턴 디자이너]
[제작=권해원 인턴 디자이너]

학교 밖 20대 성교육 강사들은 어색하고 민망한 강의식 성교육을 벗어나려면 소규모 인원으로 수업할 수 있는 환경이 갖춰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10대들이 정말 궁금한 점을 물어 보고 성인식을 키우기 위해서는 쌍방향으로 대화할 수 있도록 10명 이하 규모로 구성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소규모 주기적 성교육을 하려면 더 많은 수업 시간 확보가 병행돼야 한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대안학교 교사이자 성교육 강사 과정을 이수한 김두경(29) 씨는 솔직하고 편안한 성교육을 위해서는 “신뢰 관계가 우선”이라며 “성교육 한답시고 성에 대한 얘기를 무턱대고 하면 아이들이 오히려 반감을 느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결국 10대들에게 성지식을 전달할 어른들과 이들의 ‘라포(친밀한 관계) 형성’이 오늘날 학교 성교육이 10대들이 공감할 수 있는 성교육으로 거듭나기 위한 핵심이다.

신주희·주소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