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주사 근무 80명 계열사 복귀
전략기능 줄이고 실행 더 중시
두산그룹이 각 계열사에서 지주 부문에 파견된 인력을 절반 가까이 계열사로 되돌려 보내는 대대적인 조직슬림화 작업에 착수한 것은 채권단 등 대내외에 두산그룹의 자구안 이행 의지를 분명히 하기 위한 상징적 조치로 해석된다.
지주 부문 파견 인력들은 회장 등 그룹 최고경영진을 근거리에서 보좌하는 스탭 조직이다.
이들 조직의 선제적인 슬림화는 대주주는 물론 그룹 경영진 모두가 배수진을 치고 채권단에 제출한 3조원의 자구안 이행에 올인하고 있다는 의지 표명으로 해석된다. 이를 계기로 두산솔루스 매각 흥행 불발 등으로 시장 일각에서 제기되는 자구안 이행의 실효성에 대한 의구심을 불식시킬 수 있을 지 주목된다.
10일 두산그룹 등에 따르면 그룹은 지주부문에 파견된 임원은 물론 직원들까지 포함한 180명의 참모 조직을 대상으로 면담을 거쳐 절반 가량인 80명 가량을 이달 20일께 그룹 전체의 각 소속 계열사로 원복 조치하기로 했다. 이들은 소속을 각 계열사로 두면서 그룹에 파견돼 그룹 전반의 기획, 법무, 인사 홍보 등의 총괄 업무를 수행해 왔다. 일종의 그룹 전체의 컨트롤타워로, 각 계열사에 대한 경영 지원과 계열사별 시너지 창출 전략 등에서 역할해 왔다.
그룹이 이들 조직에 대해 절반 가량을 줄이는 파격적인 조직 슬림화에 착수한 데는 그룹 전체의 계열사 모두가 매각 대상에 오를 만큼 구조조정이 긴박하게 전개되고 있는 상황과 무관치 않다. 대대적인 인력 구조조정과 자산매각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그룹 최고 경영진을 근거리에서 보좌하는 조직을 비대하게 유지할 명분 자체가 사라진 점이 결정적 계기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 조직슬림화 작업에 선제적으로 나서야할 만큼 두산그룹의 자구안 이행 과정은 험난한 가시밭길을 예고하고 있다. 두산솔루스, 클럽모두CC 등의 예비입찰에서 시장 참여자들과 두산그룹 간의 매각가격을 둘러싼 시각차가 현격하게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롯데케미칼 등 유력하게 거론되던 주요 전략적투자자(SI) 기업들이 대거 불참하는 등 두산그룹이 다소 수세적인 입장에 처한 상태로, 매수자들은 이를 노리고 느긋하게 매각에 임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시장 일각에서 두산 그룹이 제출한 자구안 이행이 현실적으로 불투명하다는 전망까지 제기하면서 두산그룹의 핵심 캐시카우로 꼽히는 두산인프라코어와 두산밥캣에 대한 매각설 마저 지속적으로 흘러나오고 있다. 더 나아가 그룹의 강력한 공식 부인에도 불구하고 두산베어스 또한 매각에서 예외가 될 수 없다는 채권단의 입장이 직간접적으로 노출되고 있다.
그룹은 이처럼 시시각각으로 변화하는 구조조정 상황에서 참모 조직의 슬림화는 일단은 의사 결정 구조를 보다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변모시키는 순기능 효과가 예상된다. 아울러 향후 계열사 매각 등을 거치는 과정에서 인력 재배치에 따른 각 계열사별 후속 인력 구조조정도 점쳐진다.
두산그룹 관계자는 “계열사 매각 등 채권단에 제출한 자구안 이행은 예정대로 진행되고 있으며, (이번 조치는) 그룹에서 할 수 있는 또 하나의 후속 조치”라며 “전략 기능을 슬림화하고, 오퍼레이팅(실행) 쪽에 힘을 더 싣는 개념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순식·정세희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