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장심사 서울지법 출석

불법 경영승계 의혹을 받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8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이 부회장은 국정농단 사건과 관련해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 측에 뇌물을 준 혐의로 2017년 2월 구속돼 이듬해 집행유예로 풀려난지 2년4개월 만에 재구속 기로에 놓였다. 박해묵 기자
불법 경영승계 의혹을 받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8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이 부회장은 국정농단 사건과 관련해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 측에 뇌물을 준 혐의로 2017년 2월 구속돼 이듬해 집행유예로 풀려난지 2년4개월 만에 재구속 기로에 놓였다. 박해묵 기자

이재용(52) 삼성전자 부회장이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과 경영권 승계 의혹으로 구속심사를 받는 8일 삼성그룹은 극도의 위기감에 휩싸였다. ▶관련기사 4면

이 부회장은 이날 오전 10시2분께 검은 정장을 착용한 채 영장실질심사가 열리는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 출석했다. 굳은 표정으로 마스크를 쓴 채 차에서 내린 이 부회장은 취재진의 질문에 침묵하며 영장실질심사가 열리는 321호 법정으로 향했다. 구속 심사 결과는 이날 밤늦게나 9일 새벽에 나올 예정이다.

이 부회장이 포토라인에 선 것은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에 출석했던 지난해 10월 이후 8개월 만이다. 이 부회장은 지난달 26일과 29일 두 차례 검찰 소환 조사를 받았지만, 공개소환 전면폐지로 기자들 앞에 서지는 않았다.

이날 이 부회장과 함께 영장실질심사를 받는 최지성(69) 옛 삼성 미래전략실장(부회장)과 김종중(64) 옛 미전실 전략팀장(사장)은 이 부회장이 법정으로 들어간 직후 차례로 법원에 도착했다.

이날 서울중앙지법 서관 1층 출입구에는 이 부회장의 출석 장면을 취재하기 위해 이른 아침부터 100여명의 취재진이 모였다. AP, AFP 등 외신들도 자리를 채웠다.

삼성 내부에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와 미-중 무역분쟁, 한-일 갈등 재점화 등 전대미문의 위기 속에 “이 부회장 외에 플랜 B가 없다”며 초조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삼성의 한 고위 관계자는 “오너의 거취 문제로 사장단들도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 상황”이라며 “모든 변화가 총수를 통해 돌아가는데 이 같은 예측 불가능한 상황에 준비된 데이터가 없다”고 우려했다.

삼성 임직원들은 이날 법원의 판단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한편, 이 부회장 구속시 대응책 마련에 나서는 등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회장이 이번에 또 구속되면 삼성은 2년4개월 만에 총수 공백 상태를 맞게 된다. 이 부회장은 2017년 2월 국정농단 사건으로 구속돼 1년간 수감생활을 하다 2018년 2월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석방됐다.

검찰은 이 부회장이 경영권을 승계하고 그룹에 대한 지배력을 높이기 위해 그룹 차원에서 조직적으로 계열사 합병·분식회계를 했다고 판단하고 있다. 검찰은 이 부회장에게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시세조종, 외부감사법 위반 혐의 등을 적용했다.

이 부회장 측은 이 같은 검찰 판단을 정면 반박하며 구속 사유가 없다고 적극 주장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회장은 두 차례 소환조사에서 “보고받거나 지시한 사실이 전혀 없다”고 전면 부인한 바 있다.

삼성은 검찰이 지난 4일 이 부회장의 구속영장을 청구한 이후 최근 사흘 연속(5일∼7일) 입장문을 내며 경영권 승계가 불법이라는 의혹을 적극 방어하는 총력전을 폈다.

전날에는 의혹 해명과 함께 “삼성이 위기다. 경영이 정상화돼 한국 경제의 새로운 도약을 위해 매진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달라”는 호소문까지 발표했다.

재계 관계자는 “사상 초유의 위기에 재계 1위 총수의 구속은 삼성은 물론 국가경제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이 부회장이 일도 하면서 재판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천예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