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자가 모자라 엄청난 희생을 치른 역사가 있다. 19세기 아일랜드 대기근의 원인이다. 주식이던 감자 흉작으로 100만 명 넘게 굶주려 목숨을 잃었다. 빈곤의 비극을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다.
코로나 정국에서는 반대다. 모든 것이 남아돌아 생계를 위협한다. 강원도는 지역 특산물인 감자의 수요처를 확보하기 위해 도지사의 주도로 소셜미디어 플랫폼을 이용해 판매에 나섰다. 다행히 온라인에서 호응을 얻으며 큰 성공을 거뒀다는 소식이다. 하지만 지금도 전국 곳곳에서는 수요를 잃은 생산자, 소상공인과 농작인들이 여전히 깊은 한숨을 들이마신다.
최근 한국은행과 금융위원회 자료에 따르면, 코로나19 사태가 시작된 지난 2월부터 석 달간 중소기업과 자영업자 대출이 30조 가까이 늘었다. 급격한 경기위축에 따른 여파를 대출로 감내해왔다는 해석이다.
정부가 시행하는 소상공인 폐업 점포 지원사업 신청은 2월에만 800여건에 달했다. 기존 월평균 대비 34%나 급증한 수치다. 이후 신청은 더 늘었을 것으로 짐작해 볼 수 있다. 현 사태가 6개월 이상 장기화될 경우에는 폐업을 고려하겠다는 비율도 절반에 육박한다. 전 세계적인 경제위기를 맞아 모든 경제 주체가 시련을 겪고 있지만, 자금력이나 인력 등 모든 측면에서 열세인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에게 현재의 위기는 더욱 가혹하다.
자영업은 또 어떤가. 올해 우리나라 자영업자는 722만명으로, 고용시장에서 자영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25%가 넘는다. OECD가 조사한 자료에서도 우리나라는 37개국 가운데 7번째로 자영업 비중이 대단히 높은 국가에 속한다. 중소기업과 자영업의 위기극복과 생존은 그들만의 문제가 아닌 우리 모두의 해결과제다.
이런 인식을 바탕으로 한 정부의 노력과 대책이 시장의 숨통을 터주고 있다. 이에 화답하듯 기업도 나서고 있다. 국내 한 대기업은 마스크 등 소규모 보건용품 제작업체를 우선 선정해 스마트공장을 구축할 수 있는 지원금을 제공했다. 최근에는 지원받아 경영난 극복에 성공한 중소기업들이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물품을 기부하기도 했다.
페이스북 역시 코로나19에 피해를 본 기업을 돕기 위해 전 세계적으로 약 1억달러의 보조금과 광고지원에 나섰다. 무엇보다 수요진작이 절실한 소상공인의 온라인 판로개척을 위해 각종 교육과 더불어 최근엔 동네 작은 가게부터 다국적 기업까지 누구나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에 매장을 열고 물건을 팔 수 있게 한 페이스북 숍을 출시했다.
기업이 각자의 전문성을 활용해 지원에 팔을 거두듯, 소상공인 역시 기존 판매처에만 매달리기보다는 이번 사태를 발판 삼아 신규 판로개척에 공을 들여야 한다. 소셜미디어를 통한 감자 판매 성공이 입증하듯 수요처를 찾아가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무엇보다, 소비자 개개인으로 우리 모두 주변의 소상공인에게 눈을 돌릴 때다. 쌓여만 가는 공급이 역설적이게도 풍요의 비극으로 치닫지 않도록 힘을 모아야 한다.
‘아이 하나를 키우는 데 마을 전체가 필요하다’는 오래된 아프리카 격언이 있다. 한 명의 사람을 성장시키기 위해 가족은 물론이고 주변 지역사회 모두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뜻이다. 하물며 사업은 어떠랴. 전례 없는 시련에 맞서 전 세계 소상공인은 극심한 고통을 겪고 있다. 아직 견고하게 성장하지 못한 작은 상점이나 기업에겐 마을 전체, 우리 사회 전반의 도움과 관심이 절실하다. 지금이야말로 마을 사람 모두가 나설 때다.
정기현 페이스북코리아 대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