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웬만한 에피소드들은 실제 이야기가 베이스”

[헤럴드경제=서병기 선임기자] tvN 2020 목요스페셜 ‘슬기로운 의사생활’은 큰 성공을 거뒀다. 신원호 PD와 이우정 작가팀이 그린 병원에 사는 사람들의 삶은 이번에도 통했다.

병원을 배경으로 이익준(조정석 분)·안정원(유연석 분)·김준완(정경호 분)·양석형(김대명 분)·채송화(전미도 분) 등 의대 5인방 20년지기 의사들을 비롯해 그 공간에서 함께 살아가고 있는 다양한 사람의 희로애락을 담으며 따뜻한 위로와 힐링을 선사했다. 매회 궁금증을 불러일으키는 전개는 물론 주 1회 방송과 시즌제, 의학드라마에 밴드를 접목시키는 등 새로운 시도를 선보였다. 신원호 PD와 인터뷰를 했다.

- ‘슬기로운 의사생활’도 캐릭터의 갈등이 아니라 훈훈한 에피소드를 바탕으로 하는 캐릭터들의 매력으로 계속 보고 싶게 만드는 것 같다. 신 감독의 연출 포인트는?

▶연출 자체는 담백하고 싶었다. 스토리 자체도 큰 틀은 존재하지만 어마어마하게 꼬여 있는 내용은 아니고 소소한 내용을 계속 던지면서 담백하고 웃음과 감동 등의 감정을 강요하지 않고 편안하게 병원을 들여다보는 것처럼 읽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사실 이번 드라마의 속도는 대본도, 현장도, 편집도 보시는 분들이 지루할 틈 없이 숨 가빠할 만큼 스피드 있게 진행하는 것이 목표였다. 1화, 2화 때는 완성된 편집본을 수차례 돌려가며 불필요한 호흡들을 없애고 대사와 대사가 바로바로 이어질 수 있게 타이트하게 줄여나갔다. 그런 방향이 주 1회, 총 12회, 시즌제 드라마와 맞는 호흡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물론 중반부부터 어쩔 수 없이 처음의 속도보다 많이 떨어지긴 했지만 시즌 2엔 다시금 속도를 올려볼 생각이다.

- 40대 의사인 5인방 캐릭터들의 특징을 한 마디로 해달라.

▶주요 캐릭터 하나하나가 한 마디로 설명할 수 없는 캐릭터이면서 그럼에도 한 명씩 확연히 구분이 된다. 이우정 작가가 캐릭터를 잘 만든다고 하는 말이 그런 지점인 것 같다. 굵직한 서사보다는 생활 속의 다양한 관계에서 나오는 소소한 서사를 그려가다 보면 그 다양한 관계만큼이나 다양한 캐릭터를 한 사람이 표현해야만 한다. 세상 모든 사람이 부모님을 대하는 방식과 친구를 대하는 방식, 연인과 직장상사를 대하는 방식이 모두 다르다. 그래서 저희 작품이 의외로 배우들에게 어렵기도 하다.

- 실제 그런 의사들이 있나?

▶웬만한 에피소드는 실제 이야기를 베이스로 뒀다. 하지만 인터뷰하면서 저희가 듣기에 좋은 이야기들을 모아서 보여드리다 보니 ‘병원 판타지’라는 이야기가 나온 것 같다. (모든 이야기가 씨앗이 있다. 판타지라고 하는 건 저희가 그런 이야기들을 밀도 있게 모아서 보여드리기 때문에 그런 것 같다.) 실제 4년간 저희를 자문한 선생님들 안에서 주인공들의 여러 면면을 많은 부분 가져왔다. 온전히 단 한 사람의 캐릭터를 그대로 가져오진 않아도 자문하고 인터뷰해주신 수많은 의사분의 수많은 조각으로 하나하나의 캐릭터가 구성됐다. 

- 이번 러브 라인의 특징과 결에 대해?

▶저는 ‘대본이 다’라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그렇기 때문에 대본에 담긴 정서, 애초에 기획한 이야기의 정수들이 잘 전달되는 것이 제일 우선돼야 할 목표라고 생각하고, 그것을 오롯이 전달하기 위해 대본 자체에 충실하려고 한다.

- 전문직 장르물에 다채로운 러브 라인을 넣을 때 우려되는 점은 없는지?

▶저희의 마음속 가이드라인은 70%의 병원 이야기에 각자의 30%가 더해지는 구조였다. 그 30%엔 가족 이야기며 친구 이야기, 꿈에 관한 이야기, 그리고 사랑 이야기 등이 포함돼 있다. 의학드라마에 러브 라인 소재에 대한 우려에 관해서는 제작 초반 농담으로 제목을 ‘병원에서 의사가 사랑하는 이야기’로 하자고 얘기한 적이 있다. 멜로 부분이 크지는 않지만 캐릭터들이 살아가면서 사랑을 빼고 가는 것도 너무 큰 걸 회피하고 가는 기분이어서 당연히 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다만 철저히 선을 지키고 정해진 만큼을 지키는 선에서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했다. 선을 넘지 않는다면 우려할 바는 없을 것으로 생각했다.

- 이번에 등장인물들의 감정선에 대해 특히 신경 쓴 부분이 있는지?

▶촬영 전 기획 단계부터 염두에 뒀던 지점들, 이우정 작가와 공유하고 배우들에게 약속했던 부분들 빼고는 특별히 연출적으로 덧대거나 그린 게 없다. 배우들이 워낙 잘해주기도 했기 때문이다.

- 신원호 감독의 드라마에 대해 이번에도 “큰 자극 없는데도 보게 한다” “잊고 있는 감정을 불러일으킨다”라고 한다. 그것을 의도하시는지?

▶작품을 하면서 늘 목표했던 건 ‘공감’이었는데 이번 온·오프라인 반응들은 모두 저희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따뜻했다. 시청한 후 ‘좋았다’ ‘힐링됐다’ ‘보는 내내 너무 따뜻했다’라는 후한 댓글들이 많았고, 오프라인에서도 정말 생전 드라마 안 볼 것 같던 분들에게 오는 감동의 반응도 많았다. 그런 리액션들이 ‘피디(PD)’라는 직업을 계속할 수 있게 만드는 이유이기도 하다. 따뜻한 온기가 공유됐다는 것만으로도 우리가 전하고 싶은 건 모두 전해진 셈이다. 

- 배우들과의 합은, 케미스트리, 에피소드는?

▶아무리 ‘캐릭터’라는 가면을 쓰고 대사를 하는 사이라고 해도 그들이 정말 친한 지는 화면 너머까지도 다 보인다. 그래서 ‘응답하라 1997’ 때부터 주요 출연진을 친하게 만드는 사전 작업들을 했었고, ‘슬기로운 의사생활’의 ‘99즈’ 역시 촬영 전에 이미 모두 친해졌다. 제가 선생님 아닌 연출인데도 ‘응답하라 1997’ 때부터 현장에서 ‘조용히 하라’는 소리를 많이 했는데 ‘99즈’도 자기끼리 너무 신나하더라. 그래서 말은 ‘시끄럽다’고 해도 고마웠다. 그 케미가 시청자들에게 고스란히 전달되고, 그래서 더 좋아해주신 것 같기 때문이다. 배우 개개인에 대한 만족도도 물론이지만, 5명이 진짜 절친들처럼 잘 지내준 부분도 캐스팅을 잘했다고 생각하는 지점이다.

- 주 1회, 시즌제가 성공한 것 같다. 새로운 실험 소감은?

▶물론 가장 큰 장점은 ‘근로환경 개선’이다. (물론 스태프는 여전히 고생하지만) ‘슬기로운 의사생활’의 경우 본격적인 제작에 앞서 스태프 협의체를 구성, 민주적인 방식을 통해 사전에 협의한 근무시간을 준수했고 산업안전 등에 대한 오프라인 집합교육도 진행했다.

이렇게 사전 협의를 하고 진행하니 저 역시 떳떳하게 일할 수 있게 됐다. 시스템과 규칙이 정해지고 합의의 장이 생기니 저 역시 덜 미안해지더라. 사전에 합의한 선을 지켜서 촬영했기 때문에 제가 뭘 더 요구하거나 은근슬쩍 스태프의 권리를 침해할 일이 없어졌기 때문이다.

그래서 현장의 피곤함이 전체적으로 조금은 줄어든 것 같다. 그 여유가 결국 다시 현장의 효율로 작용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었다. 악기라고는 다뤄본 적도 없던 연기자들에게 그렇게 여유 있는 연습시간이 주어질 수 있었던 것도 ‘주 1회 방송’이라는 형식이 준 여유 덕분이었다.

물론 여전히 고생시키는 부분에 대해서는 미안하다. 시청자도 외국 드라마를 많이 접하면서 주 1회, 시즌제에 많이 친숙해졌다. 예전 같으면 우려먹는다는 반응이 있을 법하지만 요즘은 오히려 ‘이 사람들을 내년에 또 보고 싶다, 이 이야기를 기꺼이 계속 보고 싶다’는 분위기가 생긴 것 같다.

시청자는 물론이고 스태프와 배우들 모두 함께 웃을 수 있는 드라마를 만들고 싶었다. 이번 ‘슬기로운 의사생활’을 통해 그 다짐을 조금이라도 실현할 수 있어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주 1회 방송이라는 편성도, 명확한 기승전결이 아닌 소소한 이야기를 꾸려나가는 구성적인 면도 저희에게는 큰 도전이었는데, 많이 좋아해주셔서 다행이다. 보통 많이 활용되는 드라마 형식(16부작·20부작 등)이 아닌 주 1회나 시즌제로 갈 수 있는 드라마가 성공해서 ‘뉴 노멀’이 됐으면 한다.

물론 모든 제작사나 방송사가 주 1회 방송이나 시즌제, 사전 제작 등의 풍토가 자리 잡기엔 현실적인 문제들이 많다. 결국 시간이 필요한 것 같다. 앞으로 5분물·30분물·120분물 등 러닝타임의 변화나 3부작·6부작 등 제작 편수의 변화같이 드라마 형식이 다양화되고, 이와 함께 플랫폼들이 확장되면서 정말 수많은 형태의, 개성 넘치는 작품들이 많아지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