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여당 개혁입법 강행시
업계 규제·경쟁 부담 커져
“그저 지금 이대로면 족해”
[헤럴드경제=홍태화 기자] “21대 국회는 좀 아무것도 안했으면 좋겠다”
21대 국회 시작을 하루 앞둔 29일 한 금융권 관계자의 바램이다. 180석을 얻은 더불어민주당이 금융권에 본격적인 개혁법안을 시작할 수 있다는 우려가 깔려있다.
대기업 계열 금융사들은 금융그룹통합감독법안 통과를 우려하고 있다. 금융그룹통합감독법안은 6대 금융그룹 내부통제체계를 구축하고 지배구조와 내부거래 등을 공시토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업계에서는 ‘위험 전이방지’가 결국은 금산분리를 강제하는 방향으로 간다고 보고 있다. 지배구조 변화다. 금융권 별로 건전성 규제에 더해 기업별 규제까지 더하는 이중규제 논란도 있다.
박용진 민주당 의원이 발의했던 ‘삼성생명법’과 같은 개별 기업 저격법안이 부활할 가능성도 걱정한다. 보험사가 보유한 계열사 주식가격을 취득가가 아닌 시가 기준으로 계산하자 것이 골자다. 삼성생명이 가진 삼성전자 지분은 취득가로는 법정한도인 자산의 3% 미만이지만, 시가로는 8%에 달한다. 절반 이상을 강제로 팔아야 할 수 있다.
여신업계에서는 전자금융거래법이 걱정이다. 전자금융거래법은 각종 ‘페이류 사업자’에게 소액 결제를 허용하는 법안이다. 업계에서는 이에 사실상 카드와 같은 역할을 하는 페이 사업자들에게도 일정 수준의 규제를 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자본건전성 걱정이 없는 상태에서 마케팅도 자유로운 상태다”며 “과도한 출혈 마케팅을 하고 있고 건전성에 대한 확신도 없는 상태인데, ‘카드사태’가 생각난다”고 했다.
보험업권에서는 특수고용직고용보험적용법을 주의깊게 보고 있다. 보험사 부담이 가중되면 최대 40% 인원을 감축해야 할 수도 있다는 점을 들어 고용창출이라는 측면에서도 부담이라는 입장이다.
한편 이미 통과된 금융소비자보호법이 더 강하게 개정될 가능성도 예의주시하고 있다. 정무위원장으로 유력한 이학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경우 지난해 법 제정 과정에서 약화된 징벌적 손해배상 부분을 다시 강화하는 데 관심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권 일각에서는 금융소비자보호법의 내용이 너무 엄격해 완화하는 방향의 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하지만 여권 분위기를 감안할 때 사실상 현행 수준을 유지하는 것만으로도 다행이라는 분위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