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선 당선인 결집 주도…통합당 개혁 앞장
“거여 맞서 당당히 져야…논리로 중도 설득”
대통령 임명권 축소·기업 규제 완화 목표
[헤럴드경제=정윤희 기자]“한 번을 하더라도 제대로 해야죠. 계급장 다 떼고 달려들어도 될까 말까 인데.”
4·15 총선 참패 후 한 달여. 미래통합당이 지도체제를 놓고 갈피를 못 잡는 사이, 초선 당선인들 명의의 성명서가 두 번이나 나왔다. 당의 진로 설정과 원내대표 선거에 대한 소신 있는 목소리였다.
사실 국회 임기가 시작하기도 전부터 초선 당선인들이 목소리를 낸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과거 초선의원들이 다선의원들의 눈치를 보며 숨죽이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이들을 결집한 것은 박수영 부산 남구갑 통합당 당선인이다. 직접 자신의 손으로 성명서를 작성키도 했다. 그는 헤럴드경제와의 인터뷰에서 “과거에는 초선이라고 눈치 보느라 아무 말도 못했지만, 이제는 그럴 때가 아니다”고 단언했다.
개혁의 틀을 만들기 바쁜데, 더 이상 자중지란이 이어지면 안 된다는 위기의식의 발로인 셈이다. 근본적인 당 재건과 중도층 확장을 위해서는 초·재선, 다선 할 것 없이 팔을 걷어붙여야 한다는 생각이기도 하다. 통합당은 지역구 당선인 84명 중 절반에 가까운 40명이 초선이다.
박 당선인은 “앞으로 대선을 준비해야 하는데 (이번 총선에서) 지역구 득표율은 우리가 8%포인트(p) 가량 (민주당에) 졌다”며 “5%p를 가져오면 이긴다는 얘기인데, 결국은 스윙보터 역할을 하는 중도층에서 5%p를 가져와야 한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를 위해 그는 177석의 ‘거대여당’에 맞서 ‘당당하게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무리하게 길거리에 나선다던지 단식, 삭발투쟁 등 극단적인 반대는 오히려 중도층의 외면만 가져올 뿐이라는 지적이다.
박 당선인은 “당당하게 본회의에 들어가 177대 103(미래한국 포함)으로 자꾸 지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며 “계속 지더라도 반대표를 던지면서 우리가 왜 반대하는지, 대안이 무엇인지 논리를 가지고 국민들에게 설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발목잡기보다는 민생법안도 우리가 먼저 내고, 이런 것을 켜켜이 쌓아가다 보면 가랑비에 옷 젖듯 중도에 계신 분들도 이해해줄 것”이라고 덧붙였다.
행정관료 출신으로 경기도 행정1부지사를 역임한 박 당선인은 한국 정치교체와 부산경제 부활을 의정활동의 목표로 꼽는다. 구체적으로는 대통령 임명권 축소와 기업 규제 완화다.
그는 “정치교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대통령의 권한을 축소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 ‘제왕적 대통령제’의 뿌리는 대통령의 임명권”이라며 “대통령이 법적으로 임명하는 자리가 1만630개에 달하는데, 이는 우리나라보다 100배 큰 나라인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이 임명하는 2300개보다 훨씬 많은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정치에서 여야가 목숨을 걸고 싸우는 이유도 이념정당이 아니라 이익정당이기 때문이다. 즉, ‘우리가 이겨야 이 자리를 먹는다’는 것”이라며 “저는 법령에 규정된 대통령이 임명하는 자리를 약 500개 정도로 줄이는 방향으로 법 개정을 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박 당선인은 부산경제, 나아가 국가경제 부활을 위해 기업 규제 완화에 적극 나서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를 위해 희망 상임위도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산자위)를 1지망으로 신청했다.
그는 “우리 경제가 살려면 기업의 사기를 높여줘야 하는데 우리나라는 기업에 부과하는 세금이 너무 많고, 규제가 너무 많다. 여기에 민주노총 문제까지 겹쳐서 기업활동이 어렵다보니 일자리도 안 만들어지고 있는 것”이라며 “기업을 규제하는 법을 찾아서 조목조목 폐지법안을 낼 계획”이라고 했다.
통합당 지도체제의 ‘뜨거운 감자’인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에 대해서는 길어도 올해 말까지로 임기를 제한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그는 “(비대위는) 우리당이 총선 패배 원인을 분석하고 백서를 만들고 앞으로의 방향성에 대한 총의를 모아내는 역할에 그쳐야 한다고 본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