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홍석희 기자] ‘위기의 소방수’ KDB산업은행이 40조원 규모의 ‘기간산업안정기금’ 운용에 들어갔다. 한국은행이 가장 많은 돈을 내지만 ‘전주(錢主)’가 주역할이고, 산은이 주요 운용주체로 활약할 전망이다.
당장 대한항공 등 항공업계와 해운업계가 기안기금 지원 대상이다. 정부가 지원 대상을 선정하면 산은은 회사에 자금을 빌려준다. 명목은 대출이나 차후 주식으로 전환될 개연성도 열려있다.
바쁘게 움직이는 산은의 소방수 역할에 기대가 그리 크지는 않다. 그간 산은이 지원했던 기업들을 놓고 보면 제 가격을 받고 다시 되팔아 자금을 제대로 회수한 전례가 별로 없기 때문이다. 산은이 대주주였던 한국항공우주(KAI)의 경우 자본확충용으로 수출입은행에 넘겨버렸고, KDB생명 역시 매각이 난항을 겪고 있다.
산은의 지원을 ‘공기업화’로 착각하는 노조의 움직임도 불편함을 가중시킨다. 두산중공업 노조는 지난 13일 ‘두산중공업의 공기업화를 요구한다’고 밝혔다. 산은이 대우조선해양의 최대 주주였던 당시 대우조선해양 직원들은 ‘나는 공기업에 다닌다’는 얘기를 스스럼 없이 했다. 국책은행의 도움으로 버티는 회사에 다니는 것을 ‘공기업 근무’로 착각할만큼 직원들의 인식은 태만했다.
직원들의 태만이 만연할 수록 기업의 경쟁력은 떨어지게 되고, 산은이 애초에 기업에 자금 지원을 한 목적이었던 ‘기업 부양과 자금 회수’라는 두가지 목적은 이루기 어려운 목표가 되기 십상이다. 산은 역시 이같은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우리는 재무 전문가 집단이지 경영과는 거리가 있다”는 말들이 산은 내에서도 공공연하다.
이같은 문제점을 인식하고 산은이 만든 KDB인베스트먼트를 보더라도 상황은 비슷하다. KDB인베스트먼트는 산은이 가지지 못한 경영 전문성을 제고키 위해 지난해 8월 설립된 조직이다. 설립 당시 구조조정과 인수합병(M&A)을 위해 시장전문가를 영입해 경영 전문성을 갖추겠다고 했다. ‘연내 2~3개 기업 관리’를 공언했지만 현재까지 KDB인베스트먼트가 맡고 있는 기업은 대우건설 한곳 뿐이다. 직원 수도 16명에 불과하고 이 가운데 산은 직원 파견자 수는 3명이다. 조직은 있는데 하는 일이 없으면, 정년 퇴직자들의 ‘소일자리’로 전락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올 수 있다.
산은의 건전성은 또다른 차원의 문제다. 전날 발표된 특수목적기구(SPV) 운용 방안에 따르면 산은은 기안기금에 손실이 생길 경우 가장 먼저 손실을 보게 되는 구조(후순위)다. 산은의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은 지난해 14.05%를 기록했는데, 올 연말에는 이 수치가 12%대로 떨어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국책은행의 부실은 곧 정부 위험으로 전이된다.
산은의 자금 투입이 중요하신 시점이지만, 그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이 바로 ‘회수 계획’이다. 기안기금의 운용기간은 5년인데, 과연 그 안에 모든 자금을 회수할 수 있을까? 설령 5년안에 이뤄진다고 해도 산은이 자금을 투입할 시점의 경영진과, 회수할 시점의 운용책임자는다를 개연성이 크다. 정치권 등 외부 입김도 변수다. 특혜 논란이 일거나, 무용론에 시달릴 수도 있다. 잘 해야 본전일 수 있다. 어찌보면 국책은행의 숙명이다. 그래서 산은이 더욱 잘 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