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쇼크’ 완성차 가동률 60%

부품업체 절반 매출액 20% 격감

100대업체 평균이익률 1.4% 불과

신용등급 하락에 대출은 꿈도 못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전 세계 완성차 수요 위축으로 국내 부품업체 10곳 중 9곳의 신용등급이 투기등급 수준으로 떨어졌다. 또 올해 최대 60%까지 급감한 매출 손실로 부품업체의 절반은 휴업 중이거나 셧다운을 검토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가동률 하락→매출액 감소→셧다운 연장 ‘악순환’=18일 자동차산업연합회에 따르면 현대·기아자동차, 한국지엠, 르노삼성자동차, 쌍용자동차 등 완성차 5개사의 공장 가동률은 이달 들어 60% 수준으로 하락했다. 선진시장을 비롯한 해외 수요가 급감하면서 수출이 줄어들자 재고 관리에 들어간 것이다.

지난 1일부터 10일까지 관세청이 집계한 부문별 수출 현황을 살펴보면 자동차 수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0.4% 줄었다. 저유가 충격을 받은 석유제품(-75.6%)보다 큰 감소폭으로 무선통신기기(-35.9%)의 두 배 규모다.

부품업체들의 타격은 더 크다. 완성차 생산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지난 2월부터 매출이 급감하면서 곳간이 바닥나고 있다. 무급휴직은 물론 임금 삭감과 단축 근무도 빈번하다. 자동차산업연합회가 96개 부품업체를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1분기 매출액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0% 이상 감소한 곳이 전체의 50%를 차지했다.

3월 70% 이상이었던 공장 가동률은 5월 들어 30% 수준까지 떨어졌다. 현대·기아차 등 완성차 공장의 추가 휴무에 따른 생산 감소에 따른 결과다. 마땅한 대체 납품처를 찾지 못한 소규모 부품업체의 손실은 눈덩이로 불었다.

가동률 감소에 따른 부품업체들의 휴무도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연합회에 따르면 부품업체의 절반가량이 현재 휴무를 하고 있거나 완성차 업체의 휴무 일정에 따라 셧다운 계획을 검토 중이다. 주 3일 근무나 전직원 연차휴가를 활용해 주 1~2회 휴무를 결정한 업체들도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신용평가사들은 부품업체의 신용등급 전망을 잇따라 하향하는 추세다. 해외 자동차 수요의 회복세가 지연되면서 장기간 수익성 저하가 불가피하다는 분석에서다. 실제 4월 말 기준 3365개 부품업체 중 BB+ 이하 ‘투기등급’은 3152곳으로 전체의 93.67%에 달했다.

정만기 한국자동차산업협회 회장은 “미국·유럽 등 선진시장에서 코로나19 위기가 계속되면서 우리 부품업체들의 위기도 심화하는 분위기”라며 “유동성 지원과 각종 세금 납부 유예 또는 감면, 공공 구매 확대 등 정부의 적극적인 역할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평균 영업이익률 1.4%…100대 부품업체 중 23곳이 영업적자=부품업체 위기는 완성차 산업의 위기로 전이될 가능성이 크다. 단 하나의 부품이라도 제때 공급되지 않으면 공장 전체를 돌릴 수 없는 특성 탓이다. 지난 2월 중국산 전선뭉치인 ‘와이어링 하네스’ 수급 문제로 국내 완성차 공장이 연쇄적으로 멈춘 사례가 대표적이다.

하지만 정부 발표와 금융권 간의 현실적인 괴리에 자금 조달은 산 넘어 산이다. 담보 여력이 부족한 소규모 부품업체들은 여전히 대출이 어렵다. 고용유지지원금 규모와 조건도 엄격히 제한돼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목소리도 크다. 국내 협력업체들이 미래를 준비하기보다 당장 내일을 걱정해야 하는 악순환을 반복하는 이유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가 증시에 상장된 100대 부품업체 중 91개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설문을 살펴보면 보유 자산으로 빚을 갚지 못하는 업체는 46곳이었다. 현금성 자산이 100억원을 밑도는 업체도 37곳에 달했다. 전체 평균 영업이익률은 1.4%로, 23곳이 영업적자에 허덕이는 것으로 조사됐다.

대표 부품기업이 현대·기아차에 집중된 구조적 한계를 벗어나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한국자동차연구원이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2018년 기준 국내 상위권 부품기업은 총 6개로 현대모비스, 현대위아, 현대트랜시스, 한온시스템, 만도, 현대케피코가 꼽혔다. 프랑스(3개)와 캐나다(4개)보다 많지만, 부품 3강으로 불리는 독일(19개)·일본(23개)·미국(23개)에 비하면 초라한 것이 현실이다.

아시아 지역에 치우친 공급 의존도를 낮춰야 한다는 점도 과제로 지목된다. 실제 국내 부품업체들의 아시아 의존도는 67%로 독일(23%)·일본(52%)·미국(16%)보다 높다. 중국 부품업체의 성장으로 4강 구도로 재편될 경우 한국의 입지가 좁아질 수 있다는 일각의 우려도 들린다.

양재완 한국자동차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양·질적인 육성과 함께 가치사슬의 재정비를 통해 부품 업계의 공급망 내실을 강화해야 한다”며 “부품기업의 다양화와 전장 중심의 제품 포트폴리오 확대, 그리고 공급망 안정성에 기반한 해외 거래선 확장으로 체질을 개선해야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정찬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