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상공개 피의자들 학교에서 ‘아웃’

피고인 아들 극단적 선택하는 일도

‘확정판결 후 공개’ 위헌 소지 존재

과거 헌재서 위헌 5명 vs 합헌 4명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 엇갈려

“경찰이 공개한 신상 외에 추가 신상을 공개하는 것은 위법 가능성이 있어 상당히 조심해야 한다. 굉장히 위험하다.”

경찰이 n번방 피의자들의 이름과 나이, 사진 등 신상을 공개한 뒤 일부 네티즌들이 이들의 출신학교 등을 추가로 공개한 것을 두고 경찰청 디지털성범죄 특별수사단이 지난 15일 공식적으로 밝힌 내용이다. 피의자 신상공개를 두고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신상이 공개된 피의자들은 형 완료 후에 사회생활이 힘들어질 뿐만 아니라 그 가족이 극단적 선택을 하는 일도 발생하고 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가혹한 형벌이라 신중히 결정해야 된다”는 입장과 “신상공개의 당연한 효과”라는 입장이 대립한다.

▶학교에서도 ‘아웃’…신상공개된 피고인 아들은 극단적 선택도=n번방 사건과 관련해 신상이 공개된 피의자는 박사방 조주빈(25), 조주빈의 공범 부따 강훈(19), 공범 이기야 이원호(19), 갓갓 문형욱(25) 등 4명이다. 이중 네티즌에 의해 추가 학교 등 추가신상이 파악된 강훈과 문형욱은 재학중인 학교에서 처벌 절차에 들어갔다. 조주빈은 이미 졸업을 했으며 이원호의 대학 재학 여부는 알려지지 않고 있다. 사실상 인생이 송두리째 빼앗기는 신상공개의 ‘부수적인 효과’가 균등히 미치지 않은 셈이다. 지난 2013년 충남 아산에서는 고등학교 2학년 A(17)군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이 있었다. A 군의 아버지는 공무원으로 근무하며 봉사활동 온 12세 여중생을 추행한 죄로 1심에서 징역 2년 6개월과 집행유예 3년, 신상정보공개 5년에 처해졌다. A 군은 2010년 12월 아버지가 1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자 수면제를 먹고 자살을 시도했다가 살아났지만, 3년 뒤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확정판결 후의 신상공개’도 위헌 소지…과거 위헌 5 명 VS 합헌 4명= 신상정보 공개는 각 지방경찰청별로 꾸려진 신상정보공개심위원회에서 결정한다. 내외부 전문가 총 7명으로 구성된다. 하지만 경찰의 신상공개심의위원회의 결정이 명확치 않아 공개 때마다 논란이 돼왔다. 5월 발생한 ‘강남역 살인사건’ 당시 피의자가 중증 정신질환자로 재범 방지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신상을 공개하지 않았는데, 같은 해 발생한 ‘수락산 살인사건’과 ‘오패산터널 총격 사건’ 피의자들은 조현병을 앓아왔음에도 신상 공개를 결정했다.

대법원 판결인 확정 판결 난 이후에 신상을 공개하는 제도에 대해서도 위헌 소지가 있다. 지난 2000년 7월 청소년에 대한 성매매를 한 공무원이 공개처분의 취소 청구를 서울행정법원에 했고 행정법원은 이를 인용했다. 2003년 서울행정법원은 헌법재판소에 성매수자에 대한 신상공개가 “이중처벌에 해당한다”며 위헌법률심판제청을 제기했다. 신상공개제도가 헌법에 위반 된다는 헌법재판관이 5명, 헌법에 부합한다는 헌법재판관이 4명이었지만, 위헌정족수 6명에 미달돼 합헌판결을 받았다.

▶전문가들 “가혹” VS “신상공개의 효과로 받아들여야”=신상공개가 되면 학교나 직장에서 쫓겨난다는 측면에서 신상공개는 사실상 ‘사회적 격리’의 효과가 있다. 과거와 달리 소셜서비스네트워크(SNS)을 통해 정보가 순식간에 퍼지고 영구적으로 기록된다는 점에서 신상공개는 ‘형벌’의 효과를 압도한다. 특히 신상공개된 사람들은 본인 뿐 아니라 가족들도 평생 짐을 떠안게 된다는 측면에서는 그 효과는 가족들에게도 미친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신상공개된 학생들이 퇴학을 당하고, 사회적인 비난을 받는 것은 신상공개제도의 부수적인 효과”라며 “이같은 효과에 대한 우려 때문에 신상공개를 하지 말자는 것은 맞지 않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범죄를 저지른 사람에 대해서는 엄중한 사법처리와 교화가 모두 이뤄져야 한다”며 “지금 사회 분위기는 너무 한쪽으로 쏠려 있어 가혹한 측면이 있다. 입법을 통한 보완이 필요하다”고 했다.

법무번인 이공의 양홍석 변호사는 “신상공개 효과가 한 사람의 인상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사실상 법원의 결정고 같은 만큼 경찰청내 위원들로 구성되는 신상공개심의위원회가 아니라 법률에서 규정한 단체들의 의해 결정돼야 한다”고 말했다.

박병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