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355㎖ 캔→330㎖로 변경

용량 줄어 사실상 가격 인상

경쟁사 인상·수익성 개선 등 요인

[헤럴드경제=이혜미 기자] 칠성사이다와 펩시콜라가 일부 제품 패키지를 바꾸면서 용량도 함께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가격은 패키지 변경 전 그대로 유지해, 사실상 가격 인상에 나선 것이라는 시장 반응이 나온다.

26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대형마트와 슈퍼마켓, 편의점 등에서 판매 중인 칠성사이다와 펩시 355㎖ 캔 제품이 다음달 1일부터 330㎖ 슬릭(Sleek)캔 형태로 변경된다. 용량은 7% 줄어든 반면 판매가(편의점가 기준 1400원)는 그대로 유지돼 사실상 가격 인상으로 볼 수 있다. 앞서 칠성사이다 페트 제품도 기존 600㎖에서 500㎖로 용량은 줄이면서 판매가는 2000원으로 동일하게 책정했다.

다만 음식점 등에 공급되는 업소용 제품은 기존 355㎖ 캔을 그대로 유지할 방침이다.

[단독]칠성사이다·펩시콜라 용량 7% 줄어…사실상 가격인상
편의점 음료매대에 진열된 칠성사이다와 펩시 제품

이같은 용량 축소에 대해 롯데칠성음료는 “가격인상 목적이 아닌 편의성 등을 고려한 패키지 변화”라고 선을 그었다.

롯데칠성 관계자는 “기존 스터비(Stubby)캔 대신 슬릭캔을 3~4월 도입하는데 용량 관점에서 보면 아무래도 줄어든 건 맞다”면서도 “다만 전 세계적으로 슬릭캔이 유행하고 있고, 야외활동 시 즐기기 좋도록 휴대성을 높인 점과 세련된 디자인, 한 손에 쥐어지는 그립감 등이 장점으로 이런 부분에 중점을 두고 패키지를 바꾼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칠성사이다 페트 제품은 2016년 당시 ‘착한제품’ 트렌드에 발맞춰 한시적으로 100㎖ 증량한 것으로, 올해 초 패키지 변화는 이를 복구하는 차원이었다는 게 회사 설명이다.

하지만 통상 식음료업계의 이같은 용량 줄이기를 두고 가격인상 저항을 피하기 위한 ‘꼼수 가격인상’으로 보는 시선이 강하다. 사실상 가격을 올린 것이나 마찬가지 효과를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편의점 기준 칠성사이다·펩시 355㎖ 제품의 100㎖ 당 가격은 394.3원이지만, 330㎖ 패키지로 변경하면 100㎖ 당 가격은 424.2원 수준으로 오르게 된다.

지난해 말 경쟁사 코카콜라가 가격 인상에 나서면서, 타이밍을 저울질하던 롯데칠성도 패키지를 바꾸는 방식으로 가격 인상에 동참한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지난 2017년에도 코카콜라가 코카콜라와 환타 출고가를 평균 5% 상향 조정하자 롯데칠성도 칠성사이다와 펩시, 밀키스 등 7개 제품 가격을 평균 7.5% 인상한 바 있다.

일각에선 롯데칠성의 행보에 누적되는 주류사업 적자 등에 따른 수익성 개선 과제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롯데칠성 음료사업부문은 생수 소비 증가와 배달음식 수요 증가에 따른 탄산음료 판매 호조 등으로 호실적을 일궜다. 그러나 주류사업은 3년 연속 손실을 내고 있다. 지난해 일본제품 불매운동 직격탄을 맞은 데 이어, 올 들어선 코로나19 영향으로 인한 외식수요 감소로 고전 중이다. 이 가운데 롯데칠성이 지난 2월 핫식스·밀키스 등 음료와 생수 ‘아이시스8.0’ 등의 가격 인상에 나선 것도 실적 부진을 타개하기 위한 맥락에서 이뤄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