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 스포츠팀=남화영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의 공포로 세계 프로 골프투어가 연기되거나 취소되면서 골프 세계랭킹 발표도 중단됐다. 남자골프 세계 랭킹을 산정해 발표하는 월드골프랭킹(OWGR)과 여자 랭킹을 발표하는 롤렉스여자랭킹은 지난 3월15, 16일자를 마지막으로 골프 대회가 정상적으로 치러질 때까지 랭킹 산정을 무기한 중단한다고 21일 발표했다. 따라서 다시 대회가 재개될 때까지 현재의 랭킹은 그대로 동결된다. 골프 대회가 중단되면서 매주 발표되는 세계랭킹이 산술 수식만의 랭킹으로 변질될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과연 골프 랭킹이 무엇이기에 이런 결정을 내렸는지 랭킹들은 어떤 것들이 있는지 살펴보자.
1986년 세계골프랭킹 시작 남자 골프에서는 1986년3월부터 세계골프랭킹을 발표하고 있다. 미국프로골프(PGA)투어를 비롯해 유러피언투어, 일본남자골프(JGTO), 호주프로골프, 남아공의 선샤인투어, 그리고 아시안투어까지 6대 투어가 대회마다의 가점과 비중을 달리해 적용한다. 랭킹 시스템을 만들게 된 계기가 있었다. 1980년대 중반까지 미국, 유럽, 아시아의 투어가 제각각 스케줄로 운영됐다. 하지만 점차 대회 규모가 글로벌해지고 선수들의 이동도 빈번해지면서 대회의 평점을 매겨 우열을 가릴 필요성이 높아졌다. 이전까지 선수 매니지먼트 회사인 IMG 창업자 마크 맥코믹이 대회 마다 포인트를 적어 두었으나 그보다 공적인 단체의 권위 있는 순위가 필요하자 각 투어들이 모여 오피셜한 랭킹을 만들게 됐다. OWGR이 생긴 뒤로 이 포인트가 대회의 규모 뿐만 아니라 후원사들이 선수들의 가치를 매기는 기준이 됐다. 6개의 투어가 모여 랭킹을 매기면서 1999년부터는 상위 랭커들만 출전하는 월드골프챔피언십(WGC)라는 것도 자연스럽게 창설됐다. 또한 올림픽이나 월드컵 등 국제 대회를 치러야 할 때 이 랭킹은 각국에서 우수 출전 선수들을 선발하는 준거로도 활용됐다. 오늘날 이 랭킹에 반영되는 투어는 2부 리그들까지 합쳐 23개나 된다. 지난해만도 JGTO의 2부 리그인 아베마TV투어, 태국투어, 인도투어까지 3개가 포인트 체계에 들어갔다. 한국프로골프(KPGA)투어는 2011년에 이 체제에 들어갔지만, 한국남자 2부 투어는 아직 포인트를 얻지 못하고 있는 게 아쉽다. 남자골프 랭킹은 매주 월요일 발표되는데 선수들이 2년 동안 출전한 대회에서 거둔 성적을 바탕으로 랭킹 포인트를 산출한다. 대회 출전 선수들의 랭킹을 합산해 필드력(SoF:Strength of Field)이 나오고 여기서 챔피언부터 상위 50위까지 포인트를 차등 지급받는다. 매치 플레이 등 대회 성격에 따라 64명까지 포인트를 주기도 한다. 또한 최근 넉달 사이의 대회는 풀 포인트가 반영되지만 그 이전(14~104주)에 받은 포인트는 매주 92분의 1(1.09%)씩 공제된다. 따라서 최근 대회일수록 포인트의 반영 비중이 높아지고, 2년이 지나면 포인트가 아예 없어진다. 만약, 코로나19로 인해 대회가 없는 기간에도 이 시스템이 유지된다면 선수들의 OWGR 순위가 변동할 수 있다. 모든 대회가 안 열린다면 대회가 없는 기간에 랭킹을 동결시키면 이 문제는 해결된다.
2006년 롤렉스 후원 여자랭킹 세계여자골프랭킹은 롤렉스가 후원사가 되면서 공식 홈페이지로 운영된다. 남자 선수들은 OWGR가 1986년부터 있었지만 당시 여자 골프는 남자 골프의 한 부분에 불과했다. 하지만 아시아와 유럽을 중심으로 뛰어난 여자 선수들이 배출되면서 오늘날 인정받는 메이저 대회 체계가 만들어졌고, 세계 랭킹이 추가되었다. 여자선수들의 랭킹 시스템은 2004년 5월 세계여자골프 5대 투어 단체가 세계여자골프총회를 여는 자리에서 처음 논의됐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를 중심으로 레이디스유러피언투어(LET),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호주여자프로골프(ALPG) 5개 단체가 랭킹 시스템 도입에 합의했고, 영국의 여자골프연맹(LUG)이 합류하면서 2006년 2월21일 처음으로 랭킹을 발표했다. 남자 랭킹과 마찬가지로 롤렉스 여자랭킹도 대회마다 출전 선수들에 따라 랭킹 포인트가 달라진다. 메이저 대회와 상위 랭커 몇 명이 출전하는가에 따라 필드력이 결정되고 최종 순위에 따른 포인트도 달라진다. 2부투어를 포함해 포인트를 주는 여덟 개 투어는 2년의 성적을 포인트로 환산해 반영한다. 방식은 남자 랭킹처럼 최근의 데이터일수록 가산점이 있고, 시간이 지나면 서서히 배점의 영향력이 낮아진다. 여자 골프 랭킹은 처음에 대회 숫자로 진통을 겪었다. 2년 내에 출전했던 대회는 적어도 15개 이상이어야 유효했는데 랭킹 추산 결과 문제가 발생했다. 아마추어 미셸 위는 13세에 각종 대회에 초청 출전해 순위에 들었는데 그 방식대로 하니 세계 3위에 덜커덕 오른 것이다. 프로 대회 우승도 없는 아마추어 선수가 세계 3위라는 결과에 투어 선수들이 발끈했다. 롤렉스 랭킹 위원회는 급히 임시 회의를 소집해 2006년8월2일부터는 배점 알고리즘을 변형했다. 우선 퀄리파잉 대회를 치른 프로 선수에게 자격을 주는 방식을 적용했다. 또한 2년내에 최소한 35개 대회에 출전해야 랭킹이 유효하도록 했다. 오랜 병가(메디컬 익스텐션)를 내고 쉬는 선수들이 높은 순위를 유지하지 못하도록 한 것이다. 한편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는 KLPGA 정규투어, 2부 드림투어, 3부 점프투어를 대상으로 한 K-랭킹을 만들어 협회 창립 41주년 기념식을 가진 5월28일부터 발표하고 있다. KLPGA 2부 투어 성적이 롤렉스 랭킹에 포함되지 않는 등 국내 선수들의 데이터가 모두 반영되지 못하고 있다는 인식에서 이 랭킹을 만든 것으로 짐작된다.
2011년 아마추어도 랭킹 적용 세계 골프를 움직이는 양대 기구인 영국왕실골프협회(R&A)와 미국골프협회(USGA)는 2011년 2월18일 아마추어 골퍼들의 세계랭킹을 알려주는 세계아마추어골프랭킹(WAGR) 사이트를 개설했다. 전 세계 3천여개 골프 대회 결과를 바탕으로 남자부 선수 5천명, 여자부 선수 3100명 등 총 8천여 명이 넘는 선수들의 순위를 산정해 1위부터 차례로 나열했다. 순위는 1주일에 한 차례씩 업데이트 한다. 여기에 선수들의 프로필과 대회별 라운드 결과를 동시에 올렸다. 하지만 사이트를 연 지 10여년이 지나자 선수들의 순위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비판이 일어 이 역시 시스템을 바꿨다. 올해 1월8일부터는 ‘파워 메소드’로 포인트 적용 방식이 변경되어 선수들의 실제 순위를 반영하게 됐다. 이는 현재 남녀 프로 세계랭킹 시스템이 취하는 대회 필드력(SoF) 방식을 폭넓게 적용한 것이다. WAGR 랭킹 1천명의 출전 대회마다 포인트가 집계되는데 여기서 우승하면 7.5점에서 25점까지 포인트를 얻게 되고 랭킹을 가진 모든 선수들이 최소 1점까지 점수를 얻는다. 부여받은 포인트는 매주 시간이 지나면서 효력이 조금씩 줄어들어 2년 뒤에는 반영 비율이 모두 사라지는 구조다. 이에 따라 프로 대회에 초청 출전하는 아마추어 선수들 포인트까지도 다 반영되며, 종전처럼 라운드마다가 아니라 대회 최종 성적을 중심으로 포인트가 배분된다. 이에 따라 스트로크 플레이 뿐만 아니라 매치플레이나 호주 등에서 종종 시행하는 스태이블포드 방식의 결과까지 포인트에 반영할 수 있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