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애 인권위원장, 코로나19 확진자 관련 성명서

“확진자 사생활 침해되지 않게 정보공개 기준 필요”

최영애 국가인권위원장. [연합]
최영애 국가인권위원장. [연합]

[헤럴드경제=박병국 기자] 최영애 국가인권위원장이 9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의 동선 공개와 관련해 “확진 환자 개인을 특정하지 않고 시간별로 방문·장소만을 공개하는 방안 등을 고려하라”고 촉구했다. 최근 동선 공개 과정에서 인권 침해가 있었다며 확진자의 인권위 진정 사례가 잇따르는 데 따른 것이다(헤럴드경제 3월 5일자 단독 보도).

최 위원장은 이날 성명서를 통해 “정부·지방자치단체가 확진 환자의 이동 경로를 알리는 과정에서 내밀한 사생활 정보가 필요 이상으로 과도하게 노출되는 사례가 발생하는데 대해 우려를 표한다”며 이 같이 밝혔다.

현재 질병관리본부와 시도·시군구는 날짜·시간대별로 확진 환자가 이동한 경로, 방문 장소 등을 언론보도, 인터넷 홈페이지 공개와 같은 방법을 통해 구체적으로 알리고 있다. 이는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감염병예방법)에 따른 것으로 주의 이상의 위기경보가 발령되면 감염병 환자의 이동 경로, 이동 수단, 진료 의료기관, 접촉자 현황 등 국민들이 감염병 예방을 위하여 알아야 하는 정보가 공개된다.

최 위원장은 “감염병의 확산 방지와 예방을 위해 감염 환자가 거쳐 간 방문 장소, 시간 등을 일정 부분 공개할 필요성 자체는 부인하기는 어렵다”면서도 “실제로는 확진 환자 개인별로 필요 이상의 사생활 정보가 구체적으로 공개되다 보니 확진 환자의 내밀한 사생활이 원치 않게 노출되는 인권 침해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더 나아가 인터넷에서 해당 확진 환자가 비난·조롱·혐오의 대상이 되는 등 2차적인 피해까지 확산되는 상황에 대해 우려를 금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서울대 보건대학원이 지난달 발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들은 자신이 감염되는 것보다도 확진 환자가 돼 주변으로부터 비난을 받는 것을 더욱 두려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와 같이 모든 확진 환자에 대해 상세한 이동 경로를 공개하는 것은 오히려 의심 증상자가 사생활 노출을 꺼리게 돼 자진 신고를 망설이거나 검사를 기피하도록 할 우려가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최 위원장은 “확진 환자 개인별로 방문 시간과 장소를 일일이 공개하기보다는 개인을 특정하지 않고 시간별로 방문 장소만을 공개하는 방안 등을 고려해야 한다”며 “확진 환자가 거쳐 간 시설이나 업소에 대한 보건당국의 소독·방역 현황 등도 같이 공개해 국민의 불안감을 해소하는 한편 확진 환자의 내밀한 사생활도 보호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보건당국은 이러한 국민의 사생활 침해에 대한 사회적 우려도 감안, 코로나19 같은 신종 감염병의 확산을 효과적으로 억제하면서 감염 환자의 사생활이 필요 이상으로 과도하게 침해되지 않도록 확진 환자의 정보 공개에 대한 세부적이고 합리적인 기준을 마련해주실 것을 기대한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