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부품 공급난에 수요 위축까지 ‘이중고’
2월 판내수 판매량 2009년 1월 이후 최저
개소세 인화 효과 불투명…침체 지속 예고
[헤럴드경제 정찬수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완성차 업계의 침체가 심화하고 있다. 신차 효과는 물론 개별소비세 인하에 따른 수요 회복 기대감조차 장담하기 어렵다.
8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현대·기아자동차를 비롯한 국내 5개 완성차 업체의 2월 내수 판매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1.7% 감소한 8만1722대였다.
이는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1월(7만3537대) 이후 최저 판매량이다. 올해 1월 지난 2013년 2월 이후 약 7년 만에 10만대를 밑돈 데 이어 무너진 9만대 회복조차 요원한 상태다.
터널의 시작은 중국 부품공장에서 시작된 공급난이었다. 이후 부품 확보에 숨통이 트이면서 공장 가동이 재개됐지만, 국내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소비가 얼어붙었다.
정부가 한시적으로 개소세를 인하하며 코로나19 영향을 최소화하려 했지만, 최소 1~2개월은 실적 반등이 어렵다는 전망이 제기된다.
이재일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코로나19로 인해 예상되는 영업이익 감소폭은 현대차 1760억원, 기아차 2200억원으로 각각 1분기 예상 연결 영업이익의 15.7%, 40.7%에 해당한다”며 “개소세 인하에도 1분기 내수 판매는 현대차 15만대, 기아차 10만7000대 수준으로 제한적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신차 효과가 주춤하자 완성차 업체들은 신차 출시 계획을 다시 검토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현대차는 이달 예정된 제네시스 G80과 신형 아반떼의 출시 일정을 늦출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기아차는 사전계약에 돌입한 신형 쏘렌토의 출시일을 아직 공개하지 않은 상태다. 에너지 소비효율 기준을 맞추지 못해 논란이 일었던 쏘렌토 하이브리드의 세제 혜택을 전액 부담하겠다고 밝혔지만, 소비 심리를 자극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제네바모터쇼 등 글로벌 행사의 취소로 해외 완성차 업체들의 온라인 생중계가 이어지는 가운데 국내 완성차 업체들의 글로벌 전략에 대한 부담도 가중되고 있다. 코로나19의 글로벌 확진자 수가 증가하면서 중장기 판매 계획조차 쉽지 않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메르스 때와 달리 공급망이 붕괴되면서 생산라인 전체의 차질이 빚어졌고, 소비 심리가 위축되면서 판매 정책에도 한계가 나타났다”며 “신차 효과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온라인 홍보를 펼친다고 하더라도 당분간의 침체는 회복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