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매물 기업가치 일제히 상승
PEF 투자처 찾기 어려울 전망
코로나로 매각 실사 차질 우려도
국내 상위권 사모펀드(PEF) 운용사들이 올해에만 20조원에 육박하는 펀드레이징을 예고하고 있지만 정작 이들이 ‘돈 쓸 곳’을 찾는 데는 신중을 거듭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M&A 시장에 자금이 넘쳐나면서 매물들의 가격이 일제히 높게 책정되고 있는 것이 그 원인이다. 아울러 최근 코로나19 사태로 매각 실사 등에 차질이 빚어지면서 상반기 내 활발한 자금 유입이 어려울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2일 투자업계에 따르면 곳간을 두둑히 쌓아 놓은 PEF들이 정작 투자 매물을 찾는 데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최근 주요 M&A 매물들이 일제히 높은 ‘상각전 영입이익(EBITDA) 대비 기업가치(EV) 배수(멀티플)’를 적용해 가격을 산정하는 등 밸류에이션이 높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최근 성사된 공차코리아, 해마로푸드서비스 등 식음료 M&A에 적용된 EV/EBITDA 멀티플은 10배에 달했다. 식음료 업체 매물에는 통상 6~8배의 멀티플이 적용되지만 최근 이같은 사례가 이어지면서 매물들이 전반적으로 고평가됐다는 인식이 자리잡고 있다.
매물을 내놓은 PEF에겐 유리해진 시장환경이지만, 매수에 나선 PEF에겐 난감해진 상황이다.
한 PEF운용사 대표는 “한국 PEF 시장 초기에는 저평가된 회사를 찾아 투자하고 밸류업(기업가치제고)을 한 후 되팔던 전략이 시장 전체의 성장을 이끌었다”며 “하지만 최근에는 가격이 높아 이런 전략이 통하지 않아 PEF들이 다양한 방식의 투자 기회 발굴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전반적으로 매물이 고평가된 현상은 전세계에서 나타나고 있다.
글로벌 컨설팅업체 베인앤컴퍼니가 이달 25일에 발간한 ‘글로벌 사모펀드 보고서 2020(Global Private Equity Report 2020)’에 따르면 미국에서 EV/EBITDA 멀티플11배 이상 바이아웃(buyout·경영권 인수) 딜 비중은 지난 2003년 10% 미만에서 지난해 60%에 육박할 만큼 급증했다. 반대로 멀티플 7배 미만 거래는 같은 기간 절반 가까운 비중에서 최근에는 5%대로 크게 줄었다.
한편 코로나19 사태로 기업실사 등에 차질이 빚어지면서 PEF 투자 자체가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실제로 최근 JKL파트너스와 스틱인베스트먼트 등은 임원 외 재택근무를 실시하거나 2조2교대 사무실 출근을 시행하고 있어 신속한 투자 결정에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매각 자문 등을 맡는 맥킨지, BCG, 베인앤컴퍼니 등 3대 컨설팀 펌도 모두 재택근무를 시행하고 있다.
또한 할리스커피나 아웃백스테이크하우스 등 올해 나온 식음료 업체들은 밸류에이션에 직접 타격을 입을 가능성도 크다. 코로나19로 외식업계가 크게 휘청이고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올해의 딜’ 중 하나로 꼽히는 푸르덴셜생명 인수전에 MBK파트너스, IMM프라이빗에쿼티, 한앤컴퍼니 등 내로라하는 PEF 하우스들이 일제히 뛰어든 것을 두고도 이렇다할 매물이 없는 상황에서 ‘확실한’ 투자처에 집중하려는 최근 경향을 반영한단 해석도 나온다. 이세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