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 점검 정기화 계획도 무산됐지만
경찰청, 계획 수정 없이 행안부에 보고
[헤럴드경제=박병국 기자] 국가인권위원회가 경찰서를 불시에 찾아 유치장을 점검하게 하겠다는 경찰청의 계획이 결국 무산된 것으로 확인됐다. 분기별로 인권위의 유치장 조사를 받겠다는 계획도 없던 일이 됐다. 특히 무산된 계획 중 일부는 수정 절차를 거치지 않고 상부 기관에 보고된 것으로 드러났다.
13일 경찰에 따르면 경찰청이 지난해 3월부터 실시하겠다고 밝힌 인권위의 불시 유치장 방문 조사와 분기별 인권위의 유치장 정기 조사 계획은 인권위와 의견 차이로 무산됐다.
지난해 3월 경찰청은 보도자료를 통해 “같은 달 중순부터 유치장 방문조사에 대한 시범운 영에 돌입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인권위 조사관들은 별도 통보 없이 경찰서 유치장을 찾아 경찰관 입회 없는 유치인 면담, 관계인 진술 청취, 관련 서류 확인 등을 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경찰청은 인권위의 유치장 조사 범위를 “불법 체포·구금 여부, 고문 가혹 행위 여부, 적법 절차(체포 통지·신체검사·변호인 접견) 준수까지 확대하겠다”고도 했다. 인권위가 조사 결과를 서면으로 경찰청장·대상 관서장에 통보하면 이를 통보 받은 관서장은 지적 사항에 대한 개선 조치 계획을 경찰청장에게 보고한 뒤 인권위에 회신하는 절차를 밟겠다는 것이었다.
보도자료에는 유치 수요가 많은 서울 종로경찰서와 강남경찰서에서 불시 검문을 실시하겠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그간 사전 통보로 연 1회 실시했던 인권위의 유치장 점검은 조사 자체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있어, 경찰청의 이 같은 조치는 혁신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인권위와 경찰청의 계획과 달리, 인권위의 불시 점검은 결국 무산됐다. 경찰청 관계자는 “인권위가 유치장 방문을 할 때 사건 기록 열람을 요구해 유치장 방문이 무산됐다”며 “종로경찰서와 강남경찰서부터 시범적 운영도 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분기별로 인권위의 정기 조사를 받겠다는 계획도 이행되지 못했다. 특히 이 내용은 인권위와 이견으로 시작조차 하지 못햇음에도 행정안전부가 주관으로 지난해 3월 15일 열린 ‘정부혁신추진협의회’와 ‘정부혁신포럼’에서 ‘2019년 경찰청 정부혁신 계획’에 포함돼 제출됐다.
행안부는 경찰청 자체 계획과 다른 내용의 혁신 계획을 정부 기관 혁신 평가 작업에 활용했다. 특히 경찰청은 이미 무산된 내용이 담긴 혁신 계획을 그해 4월 4일 전국의 지방경찰청에 배포했다. 각 지방경찰청은 잘못된 내용의 계획을 받았고, 계획이 수정됐다는 피드백도 받지 못한 것이다.
경찰청 관계자는 “분기별 방문조사는 재작년 12월 구상 단계에서 논의돼 지난해 1월 경찰청 상부에 보고된 것”이라며 “그 사이 계획이 바뀌어, 그해 3월 17일 바뀐 내용으로 계획이 확정됐지만 이 부분에 대한 반영없이 구상했던 계획이 행안부에 제출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