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부터 동의 없이 구속피의자 DNA 채취 ‘불가’

일각에서는 중범죄자 DNA 채취 올스톱 ‘우려’도

여야 극한대치 속 국회 공전에 대체 입법도 난망

[헤럴드경제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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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이슬기 기자] 구속피의자가 동의하지 않는 경우에도 영장 발부를 통해 DNA를 채취 할 수 있도록 한 ‘DNA법 제8조’가 새해부터 무력화되면서 경찰에 비상이 걸렸다. 이에 경찰은 수사 중 의도치 않은 위법 행위를 막기 위해 급히 내부 단속에 나서는 한편, 대체 입법에도 사력을 다하고 있다. 그러나 입법기관인 국회가 공전을 거듭하면서 일각에서는 DNA 채취 ‘올스톱’ 우려도 나온다.

6일 헤럴드경제 취재에 따르면, 경찰청은 최근 일선 지방청에 ‘DNA법 제8조(DNA감식시료채취영장) 효력 상실에 따른 절차 준수 강조’ 공문을 일제히 발송했다. “관련 법 개정안이 공포·시행될 때까지 구속피의자가 거부하는 경우에는 DNA 채취 영장을 청구할 수 없게 됐으므로 이를 숙지하고, 구속피의자에 대한 DNA 채취가 원활히 진행될 수 있도록 당부한다”는 내용이 핵심이다.

앞서 헌법재판소는 “경찰이 DNA 채취 영장을 발부하는 과정에서 채취 대상자의 의견 진술 기회, 불복 절차 등 방어권이 보장되지 않고 있다”며 DNA법 제8조에 대한 헌법 불합치를 선고한 바 있다. 이에 따라 해당 법의 효력은 지난달 31일을 기점으로 모두 사라졌다. 새해부터는 살인·강도 같은 강력범죄 피의자라도 “원하지 않는다”는 말 한마디면 경찰의 DNA 채취를 피해갈 수 있게 된 셈이다.

문제는 여야의 극한대치가 계속되면서 대체 입법도 난망해졌다는 점이다. 실제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해당 법 개정안은 모두 법제사법위원회 문턱에 걸려있는 상태다. 경찰 관계자는 “법무부·대검찰청과 합동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정부 안을 입법발의 했다”며 “의원실을 찾아 법안을 설명하는 등 적극적으로 노력했지만, 법사위 개최가 불발되면서 시한이 지나버렸다”고 했다.

일각에서는 중범죄자의 DNA 채취가 ‘올스톱’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경찰이 공문에서 밝힌 최근 5년간 통계자료 분석치에 따르면, 영장 발부에 의한 월평균 구속피의자 DNA 채취 건수는 1~2건(전국)에 불과하다. 그러나 이는 “DNA 채취를 거부하다가도 ‘영장 발부를 통한 강제 채취’ 고지를 듣고 순순히 동의하는 구속피의자가 많았기 때문”이라는 게 한 경찰 관계자의 설명이다.

법안심사가 시작되더라도 ▷DNA 채취 영장에 대한 불복 의사 표시 방법 ▷DNA 채취 영장 발부가 가능한 범죄의 범위 ▷DNA 시료의 보관 기한 등 각론을 둘러싼 사회 각 주체의 의견 차이가 커 후속 논란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실제 진보네트워크센터는 불복 절차로 적부심제 도입, DNA 시료 삭제 규정 신설 등을 주장하며 정부안(송기헌 더불어민주당 의원 대표 발의)에 반대한 바 있다.

그러나 DNA법 제8조의 효력이 사라졌더라도 일부 낭설처럼 DNA를 활용한 수사 자체가 불가능해지는 것은 아니다. ▷DNA 데이터베이스(DB) 운용 ▷범죄 현장 증거물과 피의자의 DNA 대조시료 감정의뢰 등은 전과 같이 가능하다. 경찰은 “관계부처와 긴밀히 협의해 이른 시일 내에 국회에 계류 중인 DNA법 개정안이 통과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