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시장법 위반 등 14개 혐의
형량 좌우…치열한 공방 예상
조국(54) 전 법무부장관 가족의 핵심 의혹인 사모펀드 부정 투자 사건 재판이 이번주 시작된다. 조 전 장관의 배우자 정경심(57) 동양대 교수의 형량을 실질적으로 좌우할 재판인 만큼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
16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25부(부장 송인권)는 19일 오전 10시30분 자본시장법 위반, 업무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정 교수에 대한 1차 공판준비기일을 연다. 준비기일에는 피고인의 출석 의무가 없어 구속된 정 교수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동안 정 교수 재판은 자녀 진학을 위해 동양대 총장 명의의 표창장을 위조했다는 혐의에 대해서만 열렸다. 먼저 기소된 사문서 위조 혐의는 통상 초범인 경우 벌금형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반면 추가기소된 혐의는 위계공무집행방해, 허위공문서 행사, 사기, 자본시장법상 미공개 정보 이용, 증거인멸 교사 등 14개에 달한다. 유죄 인정 범위에 따라 실형이 선고될 수 있는 부분이어서 사실상 정 교수의 형량을 좌우하게 될 전망이다.
특히 정 교수가 코스닥 상장사 더블유에프엠(WFM) 주식을 차명 거래했는지 여부는 조 전 장관에게도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검찰은 정 교수가 고위공직자였던 조 전 장관의 직접투자 금지 의무를 피하기 위해 2017년 7월~ 2019 9월 차명으로 금융거래를 했다고 보고 있다. 정 교수가 친동생 정모 씨 등 3명의 명의로 된 6개의 계좌를 이용해 총 790회에 걸쳐 입출금 등 금융거래를 한 것으로 파악했다. 만약 검찰의 주장이 사실로 받아들여질 경우 조 전 장관 본인에게는 공직자윤리법 위반 혐의가 적용된다. 또 정 교수가 미공개 정보를 미리 알고 시가보다 낮은 가격에 WFM 주식을 사들인 정황을 인정할지, 인정한다면 이 차액을 뇌물로 볼 수 있을지도 관건이다. 뇌물수수로 인정된다면 정 교수는 공범, 조 전 장관은 주범이 된다.
정 교수에게 당장 불리하게 적용될 것으로 예상되는 혐의는 증거인멸 교사 부분이다. 자산관리인인 프라이빗뱅커(PB) 김모 씨를 시켜 동양대 사무실 PC를 외부로 반출해 숨기고, 자택 컴퓨터 하드디스크를 교체하도록 했다는 내용이다. 정 교수는 금융투자 내역에 관해서는 사실관계 자체를 다투고 있지만, 증거인멸 부분은 검찰 공소장에 기재된 내용을 부인하지 못하고 있다. 검찰 압수수색 이후 증거를 제출했으니 범죄가 되지 않는 것이라고 해명하지만, 대법원 판례상 증거인멸이나 행위 즉시 범죄가 성립하기 때문에 이 주장이 받아들여질 가능성은 낮다. 이밖에 사모펀드 운용사인 코링크 직원들에게 사무실에 있는 자료를 없애고, 운영 현황 보고서를 위조하도록 지시했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좌영길 기자/jyg9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