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 운동선수 인권실태조사

신체폭력 33%·성폭력 9.6% 경험

“생리 주기 물어보면서 ‘생리할 때 기분이 어떠냐? 생리 뒤로 좀 미룰 수 없냐?’, 운동하다가 좀 안 좋아 보이면 ‘생리하냐?’고 물었다”(대학 선수 A 씨)

“욕은 항상 먹는 거라 특별히 기억은 안 남는다. 시합 때 실수를 했는데 부모님이 보시는 앞에서 감독님이 저를 빼라며 소리를 쳤을 때 많이 창피했다”(대학 선수 B 씨)

국가인권위원회 스포츠인권특별조사단이 16일 발표한 ‘대학교 운동선수 인권실태 조사’를 통해 드러난 피해 사례다. 대학선수 10명 중 3명은 신체폭력을 당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으며 언어폭력과 성폭력도 만연해 있었다. 특히 대학선수 중 신체·언어·성폭력의 경험률은 초중고 학생보다 모두 높은 것으로 집계됐다. 스포츠 인권특별조사단은 지난 7월부터 10월까지 한국대학스포츠협의회 회원대학을 중심으로 총 102개 대학의 실태조사를 벌였으며 4924명의 선수들이 조사에 응했다.

인권위 조사 결과에 따르면 대학교 운동선수 중 33%(1613명)은 구타 등 신체폭력을 경험했다고 답했다. 이 중 15.8%(255명)은 일주일에 1~2회 이상 상습적인 신체폭력을 당한다고 했다. 이는 2010년 인권위가 조사한 ‘대학생 운동선수 인권상황 실태조사’ 결과에 나타난 11.6%보다 증가한 수치다. 신체폭력 중 가장 빈번한 행위(중복응답 포함)는 ‘머리박기, 엎드려뻗치기(26.2%)’였으며, ‘손이나 발을 이용한 구타 행위(13%)’ 순으로 나타났다. 가해자(중복응답 포함)는 선배선수 72%, 코치 32%, 감독 19% 순이다. 한 선수는 조사에서 “선배에게 라이터·옷걸이·전기 파리채로 맞았다”고 했고, 또 다른 선수는 “샤워실에 선배가 후배들을 단체로 집합시킨 후 욕설을 했다”고 털어놨다.

언어 폭력도 일상적으로 일어났다. 전채 대학 선수 중 31%는 ‘자존심을 건드리는 말이나 욕, 비난, 협박’을 들으면서 생활하고 있었다고 답했다. 욕설을 듣는 장소는 경기장(88%)과 숙소(46%)였으며 주로 대상은 선배선수, 코치, 감독이었다. 전체 선수 중 9.6%은 성폭력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강간을 당한 경우’도 2명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성폭력 피해는 주로 ‘특정 신체부위의 크기나 몸매 등 성적 농담’(4%) 운동 중 불쾌할 정도의 불필요한 신체접촉 행위(2.5%)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이규일 경북대 체육교육과 교수는 “대학교 학생선수들의 자기결정권이 억압받고 있으며, 성인 대학생으로서 누려야 하는 자율 대신 관리라는 명목으로 통제된 삶을 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운동 중심의 운동부 문화 해체, 자율 중심의 생활로의 전환, 일반학생들과 함께 생활하는 통합형 기숙사 운영 등을 개선안으로 제시했다.

박병국 기자/coo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