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최대 규모인 513조5000억원 규모의 내년 예산안에 대한 국회 처리시한이 1주일 앞으로 다가왔지만, 심사가 지연되면서 막판 부실·졸속 심사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야당인 자유한국당의 대규모 삭감 주장 속에 각 상임위의 증액 요구액도 10조원을 넘어서는 등 내년 총선을 앞둔 증액 요구가 봇물을 이뤄 예산안이 누더기가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25일 기획재정부와 국회 등에 따르면 국회는 지난주말까지 예산소위를 열어 세부 사업에 대한 심사를 진행했지만, 대부분의 사업을 ‘보류’ 처리하는 등 당초 주장했던 정밀심사는 사실상 물 건너갔다. 이는 정부가 지난 9월 3일 예산안을 국회에 제출했지만 이후 2개월 이상 ‘조국 정국’과 국정감사에 파묻혀 예산안을 사실상 내팽개쳐 놓다가 이달에야 심사에 나서는 등 일정이 지연됐기 때문이다. ▶관련기사 2면

그동안 정치권은 제대로 된 심사보다는 정치적 주장에만 매달렸다. 야당인 자유한국당은 513조5000억원 규모의 슈퍼예산은 재정적자 확대 등 우리경제가 감당할 수준을 넘어선다며 14조5000억원을 순삭감해 500조원 이하로 만들겠다고 공언했다. 하지만 이달초부터 예비심사가 진행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예비심사를 마친 12개 국회 상임위의 예산 순증액 규모가 10조6000억원에 달한 것이다. 이와 별도로 보건복지위의 경우 상임위에 제출된 증액 요구액이 15조원을 넘는 것으로 알려져 충격을 주기도 했다. 물론 이는 지역 민원을 포함한 의원들의 요구를 단순 집계한 것으로, 상임위 심사 결과와는 거리가 있다.

이어 지난주 예산소위에서 구체적인 심사가 진행됐지만, 매우 더딘 상태다. 예비심사에서 삭감 의견이 제기된 사업 중 173건만 삭감에 합의하고, 478건은 보류 처리된 것으로 알려졌다. 급기야 국회는 예산안 처리시한(12월 2일)을 1주일 앞두고 비공개 소소위를 구성해 심사를 지속할 계획이다. 소소위는 법적 규정이 없고 속기록도 남지 않는 밀실 심사라는 지적을 받아왔지만,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여기에서 예산안이 최종 결정될 가능성이 많아진 셈이다.

이해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