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주택 공급 위축 우려 “정비사업 진행 불가”

정부는 “공급 위축론은 공포 마케팅… 근거 없다”

분양가 상한제 시행을 둘러싼 공급 논란이 커지고 있다. 분양가 상한제는 8일 관보에 고시돼 이날부터 적용된다.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지역으로 지정된 서울 서초구 반포동의 신반포3차·경남아파트(래미안 원베일리) 재건축 사업장[헤럴드경제DB]
분양가 상한제 시행을 둘러싼 공급 논란이 커지고 있다. 분양가 상한제는 8일 관보에 고시돼 이날부터 적용된다.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지역으로 지정된 서울 서초구 반포동의 신반포3차·경남아파트(래미안 원베일리) 재건축 사업장[헤럴드경제DB]

[헤럴드경제=김성훈 기자]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가 5년만에 부활하면서 주택 공급을 위축시킬 것인가, 촉진시킬 것인가를 놓고 논란이 커지고 있다. 분양가 상한제의 기본 개념은 ‘저렴한’ 주택을 ‘충분히 공급’하는 두가지 조건이 충족된다면 집값이 안정될 것이라는 아이디어에 기반하고 있기 때문에, 분양가를 낮추더라도 공급이 줄어들면 실패할 공산이 크다. 정부는 상한제 시행으로 인한 공급 위축은 없으며 오히려 촉진시키는 효과를 낼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국토교통부가 지난 6일 상한제 적용 지역을 본격 지정하면서 시장에서는 주택 공급 위축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서울의 한 정비사업 조합장은 “정비사업은 결국 사업 찬성 주민들이 얼마나 많느냐가 추진 성패의 관건”이라며 “사업성이 낮아지면 재건축·재개발 투자가 위축되고, 투자가 위축되면 사업장마다 사업을 진행하자는 주민의 비율이 낮아져 동력이 떨어지게 된다”고 설명했다.

일대일 재건축처럼 일반분양을 하지 않는 방식으로 추진하겠다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강남 압구정 재건축 지구나 대치동 은마아파트 등이 대표적이다. 분양을 해도 거둘 수 있는 수익이 없기 때문에 분양을 줄이고 고급화를 하겠다는 것이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상한제는 결국 그 지역에 추가 공급이 안 된다는 신호를 줘 인근 신축 아파트 가격을 더 상승시킬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이같은 공급 위축은 주로 5~10년 이후에나 분양을 기대할 수 있는 초중기 재건축에서 나타난다는 점에서 중장기적 현상이라는 지적도 있다. 이미 사업을 상당히 진행해 관리처분인가 단계 정도까지 온 사업장은 투여한 매몰비용이 있기 때문에 사업을 진행할 수밖에 없어 당장 위축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9월 기준, 서울에서 정비사업 332개 단지가 추진되고 있으며, 이중 착공(81개) 및 관리처분인가(54개) 단지가 135개에 달한다.

국토부는 상한제 자체의 공급 위축 우려도 증명되지 않았다고 반박한다. 분양가 상한제가 전국에 전면 시행됐던 2007년 서울 인허가 물량은 5만호로 예년에 비해 높은 편이었고, 2008~2009년 금융위기로 일시적으로 감소하기는 했으나 2010년 다시 5만1400호로 늘었다는 것이다. 또 2015년에는 상한제가 해제됐지만 인허가가 4만1400호로 전에 비해 늘어나는 모습을 보이지도 않았다. 김현미 장관은 지난 6일 한 방송에 출연해 이러한 통계를 언급하며 “(공급 위축론은) 공포 마케팅”이라고 말했다.

국토부는 한걸음 더 나아가 상한제가 공급을 촉진시키는 효과가 있다고 주장한다. 국토부 관계자는 “정부가 이번에 상한제를 추진하기 전까지 정비사업조합들은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분양가 심사를 피하기 위해 후분양을 하겠다고 했었다”며 “후분양을 하면 3~4년 가까이 분양이 미뤄질 수 있었던 것을 상한제를 시행함으로써 막은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또 “상한제 시행에 6개월 유예 기간을 줌으로써 사업을 더 빨리 진행할 수 있도록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각에선 정부가 현 부동산 시장 상황을 ‘일시적·비정상적 과열’로 보고 지나치게 단기적 대응을 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금융위기 이후 10년 가까이 유동성이 늘어났는 데 경제가 호전될 기미도 보이지 않아 유동성이 축소될 것 같지 않다”며 “경기는 나쁜데 양극화로 자산층은 증가해 서울의 비싼 집을 살 수 있는 수요는 충분하다”고 말했다. 이어 “고령화, 지방이나 외국인의 투자수요, 직주근접 트렌드 등을 고려하면 서울 주택 수요는 줄어들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며 “안전진단 규제 강화, 재건축 층고 제한, 초과이익환수제 등 정부가 지금까지 시장에 보낸 시그널이 무엇인지 스스로 돌아봐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