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없는 보험을 내고 싶었다. 작년부터 해외 사례를 살폈다. 곧바로 벤치마킹해 활용할 만한 게 없었다. 국내에만 있는 규제 탓이었다. 소비자 입장에서 보면 보험은 가입과 해지가 번거로운데 디지털 기술을 접목하면 개선할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은 버릴 수 없었다.

NH농협손해보험(대표 오병관) 디지털금융팀은 ‘내보험 온 오프(On-Off)’라는 콘셉트 아래 여행·레저·운전자보험을 아우르겠다는 제안을 금융당국에 했다. 우선 해외여행부터 하기로 합의했다. 다른 분야는 보험 개시와 종료 시점을 명확히 가를 수 없는 등의 제약이 있었다.

호평을 받고 있는 NH농협손보의 ‘온-오프 해외여행 보험’은 이렇게 탄생했다. 처음 해외여행 보험에 가입할 때 중요사항을 청취하고 자필서명 등의 절차를 거치면 이후부턴 번거로운 과정 없이 보험을 들 수 있게 했다. 스위치처럼 ‘켰다, 껐다’하면서 보험 서비스를 필요한 때 원하는 만큼 받도록 한 것이다.

당국은 ‘온-오프 해외여행 보험’의 혁신성을 인정해 보험업법상 보험계약 중요사항의 설명의무를 면제해 주는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했다.

성과는 주목할 만하다. 이 서비스를 출시하고 나서 NH농협손보 전체의 해외여행 보험 가입자수가 30% 이상 증가했다. 10월 22일 현재 ‘온-오프 해외여행 보험’ 가입 건수는 2만1220건이다.

한 번 보험에 가입하고, 2회 이상 사용한 비율은 7.4%다. 지난달엔 고객들이 계약 취소나 변경을 한 화면에서 처리할 수 있도록 서비스 고도화 작업도 끝냈다.

서보득 디지털금융팀 차장은 “2회 이상 사용한 고객의 비율이 꾸준하게 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보험상품을 써 본 소비자들은 국내여행에도 적용할 수 있게 해달라고 제안한다고 전해졌다. 회사 관계자는 “국내여행에도 이렇게 하려면 금융당국과 협의가 필요하다”고 했다.

NH손보는 다음달 중 정액형 쿠폰 형태로 보험에 가입할 수 있는 상품도 출시한다. 금융위가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했다. ‘온-오프 해외여행 보험’에 이어 보험사가 혁신금융서비스에 2번 연속 지정된 건 처음이다.

홍성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