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 ‘아인트 호벤 디자인 아카데미’에서 산업디자인을 전공하던 한 학생은 쓰레기를 버리는 일이 지독히도 싫었다. 그는 디자인 도안을 그리며 쉽게 버리는 펜이 아까워 “먹을 수 있는 펜을 만들수 있지 않을까”를 고민했다. 견과류에서 기름을 짜내는 압축기를 보고선 “네덜란드 들판에서 볼 수 있는 풍력발전을 해보는 건 어떨까” 생각했다. 그런 흥미가 생겼다 사라지기까지 2~3개월 남짓한 시간동안 구상은 쉽게 실현되지 않았다. 학생은 졸업작품만은 포기할 수 없다는 생각으로 무려(?) 5개월 동안 공을 들여 세상에 한 작품을 내놓게 되는데, 이것이 바로 구글에서도 관심을 보이며 2013년 당시 전세계에서 주목받게 된 ‘폰 블록(Phonebloks)’이다.
‘폰 블록’을 만든 데이브 하켄스(Dave Hakkens)는 헤럴드디자인 포럼에 앞서 가진 이메일 인터뷰에서, “핸드폰이 느려지거나 고장나게 되면 너무나도 쉽고 빈번히 다른 제품으로 교체돼 핸드폰이 쓰레기에 차지하는 양이 상당했다”며 “처음에는 그저 ‘폰 블록’ 계획을 후원사이트(Thunderclap)에 올리고 200여명 정도에게만 관심받아도 충분하다고 생각했는데 갑자기 사태가 커지더니 100만명에 가까운 이들이 관심을 표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자신이 원하는 부품을 교체하는 폰 블록의 아이디어가 앞으로 20년 동안을 바라보고 진행해야 할 작업이라고 설명했다.
쓰레기의 상당량을 차지하는 플라스틱이 하켄스의 관심을 끈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지속가능성’과 ‘더 나은 세상’에 관심을 가지게 된 하켄스는 플라스틱이 기존보다 합리적으로 사용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글로벌 프로젝트인 ‘프레셔스 플라스틱(Precious Plastic)’은 이런 그의 고민에서 나온 것이다. 하켄스는 플라스틱 자체가 ‘선’인지 ‘악’인지는 모르지만 우리가 ‘플라스틱을 현재 다루는 방식’은 분명 잘못됐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플라스틱을 가장 저렴한 가격에 일회용으로 사용하고 버리는 모습이 ‘잘못된 사용방식’이라고 봤기 때문에 재활용에 중점을 두기로 했습니다.”
‘프레셔스 플라스틱’은 플라스틱을 분리하고 분쇄하고 녹이는 작업을 수행하는 기기를 만드는 방법을 오픈 소스로 공유하고, 그 공정을 거쳐 만든 제품을 거래할 수 있는 플랫폼도 운영하는 프로젝트다. 그는 “개발도상국이나 미개발국가의 사람들이 기계를 활용하는 것을 보면 흥미롭다”며 “선진국 사람들은 플라스틱으로 폰 케이스를 만들지만, 아프리카 국가 사람들은 밥그릇과 같이 더욱 실용적인 제품을 만든다”고 설명했다.
그는 여전히 ‘지속가능한 생활’을 위한 대규모 프로젝트들을 구상하고 있다. 그는 “하고 싶은 것은 항상 천여가지이지만, 이 모든 것을 하려면 적절히 잘 할 수 없어 한 번에 하나의 주요 프로젝트에 집중하려고 한다”며 “프로젝트 플라스틱의 버전4(오는 10월 발표) 작업이 끝나면 다른 작업을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패션에서 양산되는 쓰레기를 활용하는 방식에 대한 프로젝트’와 ‘프로젝트 캠프(Project Kamp·스스로 집을 짓고, 음식 재료를 키우고, 에너지원을 확보하며 지속 가능한 삶을 사는 활동)’을 계획 중이라고 밝혔다. 김지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