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로세하르데 ‘스튜디오 로세하르데’ 대표
해수면 아래 땅 네덜란드生 기상이변 관심
자연과 기술 결합 지속가능한 디자인 어필
‘스모그 프리 프로젝트’로 세계적 명성 얻어
네덜란드 디자이너 단 로세하르데(Daan Roosegaarde)는 2013년 중국 베이징을 방문했다가 깜짝 놀랐다. 하늘을 뒤덮은 짙은 스모그 때문에 호텔 창문 밖 풍경을 제대로 볼 수 없었던 것.
평소에도 친환경 디자인을 고민했던 로세하르데는 중국 방문을 계기로 대기 오염에서 벗어나자는 ‘스모그 프리 프로젝트(Smog Free Project)’ 시작해 전 세계로 이름을 알리게 됐다.
그는 미세먼지를 걸러주는 거대한 공기정화탑, 미세먼지를 압축해 만든 보석반지 등 지속 가능한 디자인으로 인류의 미래에 대한 새로운 해법을 제시하고 있다.
로세하르데는 환경 변화에 맞설 창의적 해결책을 디자인에서 찾고 있다. 2007년 ‘스튜디오 로세하르데’를 설립한 이후 건축가, 항공 정비사, 생물학자 등 여러 분야 전문가와 머리를 맞대며 다양한 공공예술을 선보이고 있다.
밤에 빛을 내는 특수페인트를 사용해 조명 없이 안전 운전을 할 수 있는 ‘스마트 고속도로’, 가장 오래된 발광 조류를 활용해 미래 광원을 제안하는 ‘글로잉 네이처’ 등이 대표적이다. 특히 그는 스모그 프리 프로젝트로 ‘2016년 올해의 네덜란드 예술가 상’, ‘2017 D&AD 어워드’ 등 수많은 권위 있는 상을 수상하며 국제적 명성을 얻었다.
‘스모그 프리 타워(Smog Free Tower)’는 이 프로젝트를 대표하는 설치물이다. 정전기를 활용해 공기 중에 떠다니는 미세먼지를 빨아들이는 일종의 거대한 공기청정기다.
현재 네덜란드 로테르담, 중국 베이징, 폴란드 크라우프 등에 설치돼 있다. 그는 스모그 프리 타워에서 얻은 미세먼지를 직육면체 모양으로 압축하고 밀봉해 반짝이는 보석반지까지 만들었다. 이 ‘스모그 프리 링(Smog Free Ring)’은 250유로(약 33만원)로 하나의 반지를 구입하면 1000㎡ 의 맑은 공기를 기부한다는 뜻을 담고 있다.
영국의 찰스 왕세자부터 신혼부부, 학생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구입했다. 수익금은 미세먼지 없는 공원을 조성하는 데 사용된다.
이렇듯 로세하르데가 환경 문제에 몰두하게 된 건 어렸을 때부터 기후변화를 체감했기 때문이다. 그가 태어난 네덜란드는 국토의 50% 이상이 해수면 이하인 저지대다. 해수면이 상승할 경우 폭풍 해일, 한파, 가뭄, 홍수 등 기상이변의 직접적 위협을 받을 수 있는 지역 중 하나로, 매년 수십억 달러를 투입해 인공 방벽을 건설하고 있다.
환경이 곧 생존과 직결되는 지역에서 지속 가능한 디자인은 더욱더 각광받고 있다.
그는 “해수면 보다 낮은 지역(네덜란드)에서 태어난 탓에, 자연과 기술을 결합하는 DNA를 자연스럽게 갖게 됐다”고 말하곤 한다. 로세하르데는 ‘헤럴드디자인포럼 2019’에서 더 자세한 목표와 계획을 공유할 예정이다.
박로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