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미 대통령 제시한 마감 시한, 다음달 23일…韓, 4가지 조건 모두 포함
정부, 해결책 ‘공익형 직불제’ 염두…한농연, 개도국 지위 포기시 강력 투쟁 경고
[헤럴드경제=배문숙 기자]우리 정부가 세계무역기구(WTO) 농업분야 개발도상국 지위 포기 여부를 결정해야하는 시일이 40일 앞으로 다가왔다. 그동안 정부의 행보를 보면 WTO 농업분야 개발도상국 지위 포기 방안을 비중있게 검토하고 대책마련에 분주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통상 압박이 거세지는 상황에서 개도국 지위를 유지함으로써 얻는 실익이 그다지 크지 않다는 판단에서다.
그러나 농업단체들은 정부가 WTO 개도국 지위 포기를 선언할 시 투쟁으로 강력히 맞서겠다는 경고한 상태다.
13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트럼프 미 대통령이 WTO에 개도국 지위 개선을 요구하며 제시한 마감 시한이 40일 앞으로 다가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7월 26일(현지시간) 경제적 발전도가 높은 국가가 WTO 내개도국 지위를 이용해 특혜를 누리고 있다면 WTO가 이 문제를 손봐야 한다고 촉구했다. 아울러 WTO에서 90일 내 실질적 진전을 이뤄내지 못한다면 이들 국가에 대한 개도국 대우를 일방적으로 중단하겠다고 경고했다. 트럼프가 제시한 마감 시한은 다음달 23일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개도국으로 인정하기 어려운 4가지 기준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 ▷주요 20개국(G20) 회원국 ▷세계은행에서 분류한 고소득 국가 ▷세계 상품무역에서의 비중이 0.5% 이상을 제시했다.
우리나라는 WTO 농업분야에서만 개도국 지위를 인정받는 만큼 수산물 보조금 협상에는 별문제 없이 참여하고 있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제시한 4가지 기준에 모두 속하는 유일한 나라여서 사실상 개도국 지위 유지가 곤란한 실정이다.
우리 정부가 개도국 지위를 포기하더라도 WTO 협정상 지금까지 시행해온 관세부과, 보조금 지급 등은 계속 유지될 수 있다. 그러나 향후 또 다른 국제무역협정을 타결할 경우, 농업 분야 타격은 불가피하다. 이로써 정부내에서도 WTO 개도국 지위 포기 선언을 섣부르게 발표하지 못하고 있다.
이개호 더불어 민주당(담양·함평·영광·장성) 국회의원(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지난달 기자간담회에서 “앞으로 세계무역기구(WTO) 농업협상이 재개되면 보조금 감축이 굉장히 중요한 이슈가 될 수 있다”며 “이것을 무난히 극복할 수 있게 하는 것이 공익형 직불제”라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개도국 제외’ 리스트에 우리나라를 올려 후속 조치가 주목되는 가운데 앞으로 있을 농업협상에서 정부가 추진 중인 공익형 직불제가 사실상 답이라는 얘기다.
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도 “세계무역기구(WTO)에서 농업협상이 새롭게 진행 될 경우, 개도국지위를 보장받는 것이 쉽지 않다”면서 “국익을 최우선으로 대내외 여건, 우리 경제 위상, 우리 경제에 미칠 영향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정부 입장을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정부는 농업분야 개도국 지위 포기에 따른 안전장치로 내년도 공익형 직불제 관련 예산 2조2000억원을 편성한 상태다. WTO 농업분야 개도국 지위를 포기할 경우, 각종 보조금 규모를 줄이는 방향으로 나아갈 수밖에 없는데, 환경 등의 가치를 앞세운 공익형 직불제는 이러한 보조금에 해당하지 않는다. 공익형 직불제는 기존 쌀·밭 관련 직불을 공익형으로 통합한 것으로, 작물·가격에 상관없이 면적당 일정 금액을 지급한다. 소규모 농가에는 일정 금액을 지급하고, 경영 규모가 작을수록 면적당 지급액을 우대하는 ‘하후상박’ 구조가 골자다.
그러나 농업단체는 “어떠한 경우에도 WTO 농업 개도국 지위 포기는 있을 수 없다”는 강경한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사단법인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한농연)는 최근 성명서를 내고 “개도국 지위를 상실할 경우, 관세 감축 폭이 선진국 수준으로 커진다”면서 “여기에 농업 소득 보전을 위한 각종 보조금 한도도 축소될 수밖에 없으므로 농가 피해가 불가피하다”고 반발했다. 한농연은 이어 “우리나라는 농업 분야에만 개도국 지위를 인정받고 있으므로, 개도국 지위 포기에 따른 피해는 온전히 250만 농민의 몫”이라고 덧붙였다.
한편,현재까지 대만, 브라질, 아랍에미리트(UAE), 싱가포르 등 4개 국가가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에 개도국 지위 포기 의사를 밝혔다. 다음달 23일 마감 시한을 앞두고 개도국 지위를 포기하는 나라가 잇달아 나올 것으로 예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