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제철 노사 4일 차기 교섭일정 조율…입장차는 여전
-포스코, 오는 9일 잠정합의안에 대한 조합원 전체 찬반 투표 진행
-고로 논란도 완전히 끝나지 않아…지자체 ‘고무줄 잣대’ 우려
[헤럴드경제=박혜림 기자] 환경부 민관협의체가 제철소 용광로 안전밸브(고로 브리더) 개방을 조건부 허용하며 철강업계가 고로를 지키게 됐다. 하지만 지난 5월부터 이어져온 노조와 사측 간 임금 및 단체협상을 둘러싼 갈등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설상가상 현대제철은 추석 이후 본격적인 투쟁에 나설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4일 철강업계 따르면 현대제철 노사 양측은 이날 간사 회의를 통해 차기 교섭일정 조율한다.
노사는 지난 6월 첫 상견례 이래 지난달 28일까지 총 10차례 교섭을 벌여왔지만 양측의 입장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이에 노조는 사측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기 위해 지난달 29일 창사 이래 처음으로 당진·하이스코·인천·포항·순천 등 5개 지회가 통합해 교섭에 나섰다.
5개 지회의 요구사항은 ▷기본급 12만3526원 인상 ▷영업이익의 15% 성과급 지급 등이다. 특히 올해 노조는 그 동안 현대차그룹의 ‘맏형’ 현대차 노사의 임단협 상황에 따라 나머지 계열사들이 임단협을 진행해왔다며, 더는 현대차 눈치를 보지 않고 ‘독자교섭’을 하겠다는 입장이다.
일단 노조는 추석 전 임단협 타결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가능성은 높지 않다. 사측이 노조 요구안에 대한 제시안을 아직 내놓지 않는 등 양측의 입장이 평행선을 그리고 있는 가운데 주말을 제외하면 추석까지 사실상 일주일도 채 남지 않았기 때문이다.
노조는 파업까지 불사하겠다는 각오다. 노조에 따르면 5개지회 조합원 8000명이 파업을 진행할 시 당진공장 기준으로 철근 4000톤, 압연 2500톤, 후판 5000톤 등의 생산 차질이 예상된다. 금액으로 환산하면 하루 400억~500억원의 손실에 달한다.
다만 파업카드의 실효성에는 의문이 제기된다. 고로 작업 특성상 가동이 중단돼 내부가 식으면 재가동하는데만 3~6개월이 걸리는 만큼 최소 인원은 현장에 남아있어야 한다. 이럴 경우 실제 조합원 가운데 30~40%는 파업에 참여할 수 없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반면 지난해 창사 50년만에 노조가 출범하며 처음으로 임단협을 실시한 포스코는 큰 잡음없이 4개월만에 잠정합의안까지 이끌어냈다.
이번 교섭에서 노사는 4.4%의 기본급 인상(자연승급률 2.4%+정률 2.0%)에 합의했으며, 임금피크제는 폐지 대신 수정키로 했다. 기존 만 57~58세 90%, 만 59세 80%를 지급하던 것을 57세 95%, 58세 90%, 59세 85%로 바꾼다. 정년퇴직 시점도 현행 ‘만 60세 생일에 도달하는 분기 말일’에서 ‘해당 연도 말일’로 고친다.
노조는 오는 9일 전체 조합원을 대상으로 찬반 투표를 진행할 예정이다.
한편 민관협의체가 조건부 개방으로 가닥을 잡으며 오염물질 배출 논란에서 벗어난 고로 브리더 개방 논란도 공이 지자체로 넘어가며 철강업계는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오염물질배출 감독권한이 지방자치단체에 주어지며 지자체의 판단에 따라 영업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업계 관계자는 “철강업체와 지자체가 상호 협력을 통해 세부적인 시행원칙을 세워 산업 전반에 불필요한 공백이 생기지 않도록 만전을 기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