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내달2일 백색국가 제외 확실

트럼프 “개도국 제외” 통상 압력

정치권 다툼에 추경은 아직 표류

사회 이해집단은 자기 목소리만

무역戰 지속시 GDP 감소 불보듯

수출·투자 감소와 미중 무역전쟁, 일본의 경제도발, 미국의 개도국 지위 박탈 움직임 등 악재가 ‘쓰나미’처럼 몰려오며 우리경제가 고사(枯死)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특히 이달초 반도체 핵심 생산소재 등 3개 품목에 대한 수출규제에 이어 다음달 2일 일본이 우리를 ‘화이트리스트(백색국가)’에서 제외할 것이 확실시돼 이번주가 한일 경제갈등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상황이 이러한데도 우리 사회의 위기의식은 찾아보기 어렵다. 정치권은 끊임없이 이슈를 바꿔가며 시급한 추가경정예산(추경)안 처리를 3개월 이상 미루고 있고, 경제·사회의 이해집단들은 최저임금·탄력근로·공유경제 등 핵심 현안을 둘러싸고 자기 목소리만 높이고 있다. 정부의 정책 추진력이 급격히 떨어져 향후 마이너스 성장의 깊고 어두운 터널을 지나가야 할 것이란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관련기사 2·3·4면

가장 심각한 위기 요인은 글로벌 보호무역주의와 경제의 정치적 무기화다. 미국과 중국간 G2 무역전쟁이나 일본의 대(對)한국 수출제한 조치도 이런 맥락에서 우려를 키우고 있다. 1920년대 경기불황이 닥치자 각국이 자국만 살기 위해 관세를 높이는 등 ‘불황 수출’ 전략을 펼치면서 세계경제가 대공황의 수렁에 빠졌듯이, 이번에도 이런 움직임이 대재앙을 초래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세계무역기구(WTO)가 지난 4월 발간한 ‘글로벌 무역전쟁의 잠재적 경제효과’ 워킹페이퍼를 보면 이번 무역전쟁이 2022년까지 지속될 경우 글로벌 수출은 16.96% 감소하고, 글로벌 총생산(GDP)은 1.96% 줄어들 것으로 추정됐다.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글로벌 교역이 -12.4%, GDP가 -2.1%의 감소세를 보였던 것과 비교할 때, 새로운 글로벌 경제위기를 불러올 수 있다는 분석이다.

그 가운데서도 우리나라와 동남아국가연합(ASEAN) 등 대외의존도가 높은 국가와 지역일수록 타격이 클 것으로 추정됐다. 한국은 2022년까지 수출이 -23.38%, GDP가 -3.34%, 실질소득이 -5.58%의 감소세를, 아세안은 수출이 -13.80%, GDP가 -4.12%의 감소세를 각각 보일 것으로 추정됐다. 일본은 수출이 -29.19% 감소하지만 GDP는 -1.97%로 상대적으로 타격이 적을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여기에는 우리에 대한 일본의 경제도발이 미치는 영향은 포함되지 않았다. 이를 고려하면 세계경제의 가치사슬 붕괴와 한일 양국 경제에 대한 타격은 더욱 확대될 수밖에 없다. 미국의 경영계를 비롯해 전세계 경제계의 우려와 수출제한 조치 철회 요구에도 불구하고 일본은 요지부동이다. 지난 24일로 여론 수렴절차를 마친 일본은 이달 2일 각의(국무회의)에서 우리나라를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하는 법령 개정안을 확정하고, 서명과 공포 절차를 거쳐 다음달 하순 시행할 것이 확실시된다.

이처럼 내부의 경제활력 저하에다 대외 악재가 겹치면서 우리경제는 사면초가(四面楚歌)에 직면해 있다. 게다가 올해부터 15~64세 생산연령인구가 감소하기 시작해 내년부터는 매년 20만명 이상씩 줄어든다. 소비도 위축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일본이 지난 20여년 동안 겪었던 것과 같은 장기복합불황의 어두운 그림자가 우리경제에 드리우고 있는 것으로, 보다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해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