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병관리본부, 어린이 예방접종률 현황 발표

-만 1세 96.7%에서 만 6세 88.1%로 연령 높아질수록 하락

-우리나라 접종률 미국, 호주, 영국 등보다 2~9% 높은 수준

'예방접종률' 만 1~3세 90% 넘다가 만 6세되면 80%대로 하락
국내 만 1~3세 예방접종률이 90%대로 높게 유지되고 있다.

[헤럴드경제=손인규 기자] #. 6살 아이를 키우는 주부 유모(42)씨는 얼마 전 어린이집 부모들과 함께 모임을 하다가 자신의 아이만 MMR(홍역·유행성이하선염·풍진) 2차 접종을 하지 않은 것을 알게 됐다. 아이가 한 두 살 때까지만 해도 예방접종을 꼼꼼히 챙겼지만 아이가 커가면서 예방접종 간격이 길어지면서 소홀해진 탓이다. 유씨는 다른 엄마와 달리 자신만 아이의 건강을 잘 챙기지 못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고 앞으로는 아이의 예방접종 스케줄을 잘 챙겨 주겠다고 마음 먹었다.

국내 어린이 예방접종률이 만 1~3세까지는 90%가 넘다가 만 6세가 되면 80%대로 떨어지는 등 연령이 높아질수록 하락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우리나라 예방접종률은 미국 등 주요 선진국에 비해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만 1~3세 접종률 90%대, 만 6세되면 88%로=질병관리본부는 2012년, 2015년~2017년에 출생한 전국 170만 명의 어린이를 대상으로 2019년 6월 말까지 질병관리본부 예방접종통합관리 시스템에 등록된 접종기록을 분석한 ‘2018년 전국 예방접종률 현황’을 24일 발표했다.

그 결과 6종 백신을 총 16회 맞아야 하는 생후 12개월(2017년생)의 예방접종률은 96.8%로 나타났다. 8종 백신을 총 21회 맞아야 하는 생후 24개월(2016년생)은 94.7%, 10종 백신을 총 25~26회 맞는 생후 36개월(2015년생)은 90.8%, 7종 백신을 총 18~20회 맞는 생후 72개월(2012년생)은 88.3%로 각각 나타났다.

예방접종률은 생후 12개월의 경우 지난 2016년 95.9%에서 지난 해 96.8%로, 생후 24개월도 92.7%에서 94.7%로, 생후 36개월도 89.2%에서 조금씩 증가 추세에 있다. 질병관리본부는 “만 1~3세 연령별 완전접종률은 2017년 대비 0.2~0.6% 증가했으며, A형간염(HepA) 백신 추가로 총 접종 횟수가 2회 증가한 만 3세 완전 접종률도 0.4% 증가했다”고 밝혔다.

한편 연령대별 접종률은 전년도와 동일하게 연령대가 증가할수록 낮아지는 경향을 보였다. 이는 생후 72개월의 경우 접종 간격이 일정치 않고 기초접종과 추가 접종의 간격이 긴 디프테리아‧파상풍‧백일해(DTaP) 백신의 접종률 94.0%, 일본뇌염(JE) 백신 접종률 93.5%로 다른 백신의 평균 접종률(96%) 보다 낮은 것이 원인으로 보인다.

백신별 접종률은 만 1세 이전에 접종하는 결핵(BCG), B형간염(HepB)이나 접종횟수가 적은 수두(Var), 홍역‧유행성이하선염‧풍진(MMR) 백신의 접종률이 97~98%로 높게 나타났다.

특히 올해 처음 공표되는 A형간염 백신의 접종률은 95.3%로 국가예방접종으로 무료지원되기 전의 84.7%보다 10% 이상 증가했다. 2017년 첫 공표되었던 폐렴구균(PCV)백신의 접종률이 96.8%에서 97.2%로 0.4% 증가한 것과 같은 현상이다.

질병관리본부는 올해는 만 1~3세 아동에서 만 6세까지로 공표대상을 확대해 예방접종 기록을 분석하였으며 2012년생이 만 12세가 되는 2025년에는 만 12세 어린이까지 포함한 예방접종률을 공표할 계획이다.

'예방접종률' 만 1~3세 90% 넘다가 만 6세되면 80%대로 하락
연령별 예방접종 스케줄 표. 질병관리본부 제공

▶국내 예방접종률 97.2%…주요 선진국보다 높아=한편 우리나라 어린이의 예방접종률은 주요 선진국에 비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생후 36개월 어린이의 예방접종률을 미국, 호주, 영국 등과 비교한 결과를 보면 우리나라 예방접종률은 평균 97.2%로 외국 예방접종률(미국 86.9%, 호주 94.3%, 영국 93.9%)에 비해 평균 3~10%p 높았다. 소아마비(IPV), 홍역(MMR) 등 비교대상 6종 백신에 대한 전체 접종률도 가장 높게 나타났다.

김건훈 질병관리본부 예방접종관리과장은 “우리나라의 높은 접종률 유지 요인으로는 2014년부터 만 12세 이하 어린이를 대상으로 필수예방접종 백신의 무료접종에 대한 국가지원 등을 꼽을 수 있다”며 “우리나라 어린이의 높은 예방 접종률은 단체생활에 의한 감염병 유행을 막을 수 있는 수준의 높은 집단면역 보호체계를 갖췄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다만 연령이 높아질수록 접종률이 떨어지는 것과 아직 미접종자에 대한 예방접종 독려는 해결해야 할 과제다. 특히 만 3세 이후 연령대에서 접종률이 낮아지는 디프테리아‧파상풍‧백일해(DTaP) 백신과 일본뇌염(JE) 백신에 대한 적기 접종 안내 강화가 필요하다.

김 과장은 “예방접종률 향상을 위해 적기접종 안내를 하고 향후 사회보장정보원의 시설아동 현황, 출입국 관리정보 등의 데이터를 연계할 계획”이라며 “특히 접종을 완료하지 않은 아동에 대한 미접종 사유 분석과 지자체 접종률 관리를 위한 협력 및 정보 교류를 강화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예방접종, 가장 효율적인 질병 예방법=예방접종은 가장 효율적으로 질병을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이다. 예방접종률이 조금만 올라가도 질병 예방 효과는 훨씬 커진다.

정성훈 강동경희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동남아 등에서 많이 발생하고 올 해 초 국내에서도 유행한 홍역은 환자와 접촉 시 90% 이상이 발병할 정도로 전염성이 강하지만 MMR(홍역․유행성이하선염․풍진) 2회 접종으로 효과적인 예방이 가능하다"며 “MMR 접종은 1차 접종만으로도 약 95% 홍역 예방 효과가 있어 6~11개월 사이에 미리 접종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예방접종은 특히 면역력이 약한 소아에게 중요하지만 성인도 예방접종을 소홀히 하면 안 된다.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는 “그 동안 예방접종 사업은 소아에 집중되었지만 성인의 예방접종 역시 중요하다”며 “특히 만 65세 이상의 경우 인플루엔자와 폐렴구균 백신 비용을 지원하고 있는 만큼 적극적으로 예방접종에 참여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