멤버십 회원을 ‘페이 고객’ 유도 계열사 총동원 마케팅 경쟁나서 범용화 위해 해외결제시장 진출
유통업계가 간편 결제 서비스인 ‘00페이’의 회원수 확대를 위해 공격적인 마케팅에 나섰다. 간편결제 시장에 유통업계 뿐아니라 은행, 스타트업 등 시장 플레이어가 많다 보니 기존에 보유한 멤버십 회원들이 좀처럼 자사 서비스로 넘어오지 않아서다. 이에 온라인몰, 마트, 편의점 등 계열사를 총동원해 간편 결제 고객에게 파격적인 할인 혜택을 주거나 차별화된 금융 서비스를 제공해 고객들의 발길을 붙잡고 있다.
13일 유통업계 등에 따르면, 롯데그룹은 올 연말까지 자사 간편결제 서비스인 L.pay(엘페이)의 회원수를 1000만명까지 확대한다는 목표로 공격적인 마케팅을 하고 있다. 지난해 말 엘페이 회원수가 300만명 임을 고려하면 3배 이상 늘리겠다는 것이다. 최근 유통 환경이 급변하면서 당초 2020년까지 달성하려했던 ‘회원수 1000만명’을 1년 앞당겼다. 목표 거래액도 지난해 연말(2조6000억원)보다 2.3배 많은 6조원으로 높여 잡았다.
신세계그룹도 마찬가지다. 2020년까지 SSG PAY(쓱페이)의 누적 거래량 목표액을 5조원으로 높여 잡았다. 쓱페이가 지난해 1조8000억원의 거래량을 기록했던 점을 보면 2년 만에 2.7배나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이들의 가장 큰 목표는 이미 보유한 멤버십 고객들을 ‘페이 고객’으로 유입시키는 것이다. 롯데그룹은 엘포인트 회원으로 3900만명, 신세계그룹은 신세계 포인트 회원 2800만명을 이미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로 자사 간편결제를 쓰는 고객은 올 상반기 기준 각각 500만명과 700만명 등 전체 회원수의 12.8%와 25%밖에 되지 않는다. 멤버십 회원을 절반만 페이 고객으로 확보해도 1000~2000만명의 고객이 자사 간편결제 서비스를 쓸 수 있게 되는 셈이다.
회원 확대를 위한 가장 흔한 방법은 할인 쿠폰을 주거나 포인트 적립률을 높여주는 것이다. 양사가 백화점이나 마트, 편의점, 홈쇼핑 등 소매 채널 뿐 아니라 식품, 의류, 호텔 등을 보유한 만큼 계열사에서 자사 간편결제 서비스를 사용하면 혜택을 더 주는 식이다. 엘페이는 최근 롯데호텔과 연계해 객실료를 최대 63% 할인해주는 프로모션을 진행했고, 쓱페이는 자사 온라인몰인 쓱닷컴에서 인기상품에 대해 가격의 50%를 포인트로 돌려주는 ‘더치 페이백’ 행사를 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고객들이 어디서나 쉽게 쓸 수 있도록 범용성을 확대하는 방침도 병행하고 있다. 계열사 외에 외부 가맹점을 지속적으로 확대하는 한편 은행, 보험 등 금융사와 연계해 금융 서비스도 제공한다는 방침이다. 여기에 해외에서도 간편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해외 결제 시장에도 진출을 모색하고 있다.
신세계그룹은 주요 고객그룹인 3040 여성들이 자주 애용하는 매장을 중심으로 가맹점을 확대하고 있다. 현재 쓱페이 가맹점은 3만6000개로 경쟁사보다 적지만, 3040 여성들이 사용하기에는 부족함이 없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현재 외부 가맹점 비율이 30%에 불과한 만큼 올해 더욱 확대할 계획이다. 금융사와 제휴를 통해 보험이나 카드 가입도 간편하게 하게할 방침이다.
롯데그룹은 엘페이를 해외에서도 쓰기 쉽게 글로벌 제휴도 확대하고 있다. 지난해 11월에는 일본 내 1위 통신사업자인 NTT도코모와 협약을 맺고 엘포인트와 NTT도코모의 D Point(디포인트)가 상호 전환이 가능하도록 했다. 따라서 일본 여행을 갈 때 환전 없이 엘포인트를 충전해 가면 일본에서 디포인트로 전환해 사용할 수 있다. 적립률도 1대10으로 고정돼 환율 상황에 따라 이득을 볼 수도 있다. 이와 함께 올 하반기에는 롯데마트나 호텔 등이 진출한 인도네시아와 베트남에서도 엘포인트로 결제가 가능하도록 제휴를 진행할 예정이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최근 유통업체들이 온라인 사업을 강화하면서 어느 때보다 고객 결제정보의 가치가 높아졌다”며 “간편 결제 시장의 성장성이 큰데다 고객 빅데이터까지 확보할 수 있어 페이 고객 확보에 사활을 걸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신소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