톈안먼 30주년…FT가 본 그들 무역전쟁속 美 존경이 환멸로 ‘탄압적’ 중국정부에도 비판적 “美도 유럽도 가야할 길 아냐”

톈안먼 민주화 운동 30주년을 맞은 4일 중국 베이징 톈안먼 광장과 주변의 현지 시민들.  [AP]
톈안먼 민주화 운동 30주년을 맞은 4일 중국 베이징 톈안먼 광장과 주변의 현지 시민들. [AP]

1989년 6월 4일 중국 베이징의 톈안먼(天安門) 광장은 민주화를 향한 젊은이들의 열기로 가득찼다. 당시 젊은이들은 미국을 도달하고 싶은 기준으로 인식했으며, 그들의 자유와 경제적 부를 부러워했다. 탱크와 장갑차까지 동원한 중국 정부의 진압 속에 수천명의 사상자가 발생했지만, 그들의 저항으로 후세대들은 여행의 자유와 직업선택의 자유를 누리게 되었다.

그로부터 30년이 지난 지금 중국 젊은이들은 더이상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지 않는다. 이미 2008년 올림픽을 치뤘고 경제적 풍요를 바탕으로 세계 어디든 자유롭게 여행할 수 있는 상황에서 미국은 따라가야 하는 기준이 아니기 때문이다. 미중 무역전쟁 속에 미국에 대해 노골적으로 환멸을 드러내고 있다는 점에서도 달라진 중국 젊은이들의 분위기가 느껴진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4일 톈안먼 민주화 운동 30주년을 맞아 중국 중산층 젊은이들의 달라진 생각에 대해 집중 보도했다.

캘리포니아 대학에서 중국 인터넷을 공부한 샤오 치앙은 “우리 세대는 반드시 도달해야할 기준으로 미국을 생각했다”며, “하지만 지금의 중국 젊은 세대는 2008년 올림픽을 경험했으며, 경제적인 풍요 속에 더이상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부모 세대들이 물질적인 빈곤 속에 물가나 부패 등을 우려했던 것과 달리 지금의 젊은이들은 취업이나 주택가격, 미투운동 등에 대한 관심이 더 많다는 얘기다.

‘잭’이라는 영어 이름을 사용하는 한 중국인은 “중국인들은 더이상 미국에 대해 이상적으로 생각하지 않는다”며, “이미 중국인들은 미국에 가서 여러 문제점들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때문에 이들 젊은 중국인들은 지난 5월 미중 무역협상이 결렬되면서 노골적으로 반미 감정을 드러내고 있다. 그 동안 중국 정부의 억압으로 눌렸던 미국에 대한 반감이 밖으로 터져나오고 있으며, 미국에 대한 존경도 환멸로 바뀌고 있다고 FT는 전했다.

‘송’이라는 성만 밝힌 한 중국인은 미중 무역전쟁과 관련해 “매우 불편한 감정”이라며, “이는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하고 있던 사람이 등을 돌렸을때 느끼는 감정과 비슷하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중국 정부에 대한 생각이 긍정적이지도 않다. 여전히 톈안먼 민주화 운동을 반체제 활동이라고 탄압하고 기념식도 제대로 열지 못하는 하는 중국 정부에 비판적이다. 중국 정부는 톈안먼 민주화 운동 30주년을 앞두고 젊은 마르크스 노동 운동가 그룹을 강하게 탄압했으며, 풀뿌리 활동가들을 줄줄이 체포했다. 지난 1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사회 혼란을 일으키는 요인을 줄이기 위해 “젊은이들의 이념적 정치적 교육 강화”를 요구하기도 했다.

코넬 대학의 중국학자인 제시카 첸 위스는 “1989년 이후 중국 젊은이들의 애국심을 높이기 위한 공산당의 노력이 한층 가중되었다”며, “지금까지도 중국 대학에 들어가면 2주간 신병훈련소에서 훈련을 받으며 교화과정을 거친다”고 전했다. 그는 또 이 같은 교육은 온라인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는 중국 젊은이들로 하여금 일반 사람들보다 더욱 강경하게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렇다고 ‘맹목적인 애국주의자’는 아니라는 지적이다. 이들 젊은 중국인들은 부모 세대보다 훨씬 더 정부에 대해 비판적이다.

익명을 원한 한 하이테크 기술자는 “우리는 정부를 비난하지만, 중국이 성공하길 원한다”고 말했다. 또 캘리포니아 대학 출신의 샤오 치앙은 “중국 젊은이들은 미국과 유럽을 가야 할 길로 생각하지 않는다”며, “중국은 중국만의 길이 있으며, 나름의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박도제 기자/


pdj24@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