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 스포츠팀=유병철 기자] 스크린 골프의 나라, 한국에서 18홀 기준 최저타 기록은 얼마일까? 대회에서 공식적으로 기록된 것은 26언더파다. 2012년 골프존이 개최한 GLF 조지아배 대회에서 신용진 씨(프로골퍼 신용진과 동명이인)가 이글 8개, 버디 10개의, 만화 같은 스코어를 기록했다. 지난 5월 27일 신용진 에스엘미디어 대표가 서울 COEX에서 열린 '제54회 발명의 날' 기념식에서 발명 유공자로 특허청장 표창을 받았다. 여기서의 신 대표는 위에서 언급한 신용진 씨(47)다. 한 사람이 전혀 다른 두 분야에서 이름을 남긴 데는 공통분모가 있다. 바로 스크린골프다. 에스엘미디어는 2018년 대한민국발명특허대전에서 특허(제10-1871586)를 상품화한 ‘스크린 골프 자동화 장치(OSmate)’로 한국발명진흥회장상을 받았다. 이 특허는 3개 이상 장치를 16번 조작하며 5분 동안 기다려야 구동하는 스크린 골프장 설비를 '원터치'로 해결한 자동화 장치이다. 손바닥 만한 이 장치가 있으면 스크린골프장 운영인력을 크게 줄일 수 있고, 고객이 편리해진다. 12년 전 셋탑박스타입의 네비게이션을 개발한 바 있는 신용진 대표는 지난해 발명이 더해지면서 올해 ‘발명인’ 상을 받은 것이다.
이쯤이면 그가 어떤 사람인지 궁금하다. 인터넷 서핑으로 확인해보니 신용진 대표는 네비게이션 사업으로 제법 성공했고, 인기 칼럼니스트(스크린골프고수되기), 대학 겸임교수, 골프잡지 발행인, 스크린골프장 점주 등 다채로운 이력이 있었다. 대구사업가인 신 대표는 고등학교 시절, 일찌감치 실용과학에 관심이 많았다. 학교공부보다는 라디오 TV, 막 보급이 시작된 PC 등을 제대로 공부하고 싶었다. 이에 대학진학 대신 전산원(직업훈련원)으로 일찌감치 진로를 택했고, 전산계산을 공부하면 HID(휴먼인터페이스디바이스)를 전공으로 삼았다. 일상생활을 편리하게 만드는 기기에 꽂힌 것이다. 신용진 대표는 사업으로 돈을 번 후 골프에 빠졌고, 뒤늦게 골프전공(골프경영, 골프산업)으로 대학에 들어가 석사까지 마쳤다. 오타쿠 기질이 있어 필드골프는 6개월 만에 싱글이 됐다. 비결은 반 년 동안 일주일에 2~3번씩, 파3 코스를 찾아 3~4바퀴를 돈 것이다. 거리도 만만치 않아 베스트스코어가 3언더파까지 내려왔다.
스크린 골프는 ‘내가 왜 이걸 먼저 하지 않았을까’ 싶을 정도로 기계와 골프에 밝은 신 대표가 애정을 갖고 있는 분야다. 워낙에 기계를 밝으니, 골프존의 기계를 초창기부터 연구했고, 심지어 스크린골프장까지 운영했다. “기본적인 샷이 되면 스크린 골프는 쉬워요, 프로그램에 대한 이해가 되면 공략방법, 퍼팅 등이 다 수치적으로 해결이 되거든요. 골프 자체를 저보다 잘치는 사람이 수도 없이 많지만, 그래서 스크린 골프만큼은 제가 최고기록을 세운 것이죠. 참고로 2012년 제가 기록을 세울 때는 코스세팅이 지금보다 쉬웠어요. 그러니 26언더파가 나왔죠. 요즘 18언더파 언저리가 가장 좋은 스코어로 나오는 것은 세팅이 어려워졌기 때문입니다.”탄탄한 골프실력과 기계에 대한 정확한 이해를 바탕으로 스크린골프 최고수가 되니 주변에서 찾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대구의 지역신문에 ‘스크린골프 고수되기’라는 칼럼을 2년 가까이 연재했다. 또 모교인 대구대의 겸임교수로 활동하기도 했다.
그런데 천생 기계마니아였던 탓일까, 다음 단계는 스크린골프의 편리함을 획기적으로 바꿀 장치를 연구하는 것으로 이어졌다. 2017년부터 1년 반 동안 서울, 대전, 부산, 광주, 제주 등 전국 400여 스크린 골프장을 다니며 이번 특허품인 ‘스크린골프 자동화장치’를 발명했다. 워낙에 실용성이 높고, 가성비(대당 약 20만 원)가 뛰어난 발명품이다 보니 반응도 좋다. 골프존의 공식협력사로 비즈몰에서 작년말부터 판매가 시작됐는데, 이미 1,000개가 넘게 팔렸다. 향후 조명, 음향 등 주변기기를 통제하는 업그레이드 제품이 나오면 시장성은 더 커진다. 신 대표는 “우리나라에는 골프존 기기가 2만 5,000개 정도 깔려 있어요. 스크린골프 매장은 골프존이 4,800개 정도 되고, 나머지 브랜드를 합치면 6,000곳 정도 됩니다. 제 제품은 나름 시장성이 좋습니다”라고 말했다. 아직 40대. IT와 골프에 밝은 이 발명가의 향후 꿈은 무엇일까. “언제 무용을 하는 친구가 ‘러시아애들이 왜 춤을 잘 추는지 아느냐?’고 물어왔어요. 답은 상식적이었어요. 겨울이 길고 추워서 실내에 있어야 하기 때문이랍니다. 미세먼지와 도시화 등 향후 실내스포츠의 미래는 밝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지향하는 것은 스포츠와 전자의 융합입니다. 스크린골프만 해도 혁명적입니다. 지나친 음주가 줄고, 사교에 좋고, 몸이 좋아지고 편리하게 누릴 수 있는 장점이 정말 많아요. 사실 스포츠도 관람보다 더 좋은 것이 참여잖아요. 이런 걸 하고 싶습니다. 실내스포츠는 계속 발전할 겁니다.”고수다. 스크린골프 최고수가 발명가가 된 것인지, 발명가가 스크린골프 최고수가 된 것인지 살짝 헷갈리지만 신용진 대표 같은 사람이 있기에 문명의 편익이 증가하는 건 틀림없다. 그리고 스크린골프를 하러 갔는데, 예전에 비해 세팅이 아주 빠르다고 느껴지면 그건 스크린골프 최고수 덕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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