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 스포츠팀=유병철 박건태 기자] 이 시리즈 기사에는 ‘명문’이라는 타이틀이 붙어 있다. 이전 8개 학교는 전통이나 작금의 성적 등 명문으로 손색이 없는 학교들이었다. 그런데 9번째 호서중은 역사(2014년 11월 창단)도 짧고, 성적도 타 학교들을 압도할 정도가 아니다. 그런데 방문취재는 역급으로 유쾌하고, 뿌듯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이 이유가 바로 당진의 호서중학교 탁구부가 한국중구탁구연맹(회장 손범규), 헤럴드경제 스포츠팀, 월간탁구가 공동으로 진행하는 ‘탁구 명문교를 찾아서’의 9번째 주인공으로 선정된 연유이기도 하다. 단호한 ‘명문지향’ “저희는 명문이 아닙니다. 조금은 다른 방식으로 명문을 지향할 뿐입니다.” 호서중학교의 체육부장인 손범승 당진시 탁구협회장(2018년 1월 취임)은 이렇게 입을 열었다. 호서중 탁구부의 연혁이 담긴 2장짜리 인쇄물을 건네면서 말이다. 9번째 현장취재지만 학교 측이 먼저 이렇게 준비된 자료를 내놓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어쨌든 핵심은 현재 명문은 아니지만 어떻게 명문을 지향하느냐의 과정이 됐다. 먼저 학교 명칭인 ‘호서’에는 향토색이 강하다. 행정구역 명칭 대신 우리가 자주 쓰는 호남, 호서, 기호에서 ‘호(湖)’는 한자 그대로 호수를 뜻한다. 호수의 남쪽인 호남(湖南)에서 호수는 전북의 김제 벽골제를 의미하고, 호서(湖西)의 호수는 충북 제천에 있는 의림지를 말한다. 의림지의 서쪽, 즉 충청남북도를 표현하는 말이 호서다. 이렇게 큰 지역명을 사용하는 학교는 역사가 오래됐다. 예전 휘문출판사로 성공한 당진 출신의 사업가 고남(古南) 이명휘(1929~1983) 선생이 명휘학원을 설립해 1968년 개교한 학교가 바로 호서중학교다. 1회 졸업이 고교에 진할 때 현재 같은 교정을 쓰고 있는 호서고등학교다. 역사가 오래된 만큼 호서학교는 당진 지역에서 좋은 학생들을 길러내는 것으로 유명한 명문사학이다. 그런데 탁구와의 인연은 짧다. 새로 탁구부가 생기는 학교들이 그렇듯, 2014년 말 수도권에서 몇몇 유망주들과 지도자가 새로운 중학교 팀을 물색하던 중 교통이 좋고, 도시 자체가 크게 발전 중이고, 또 이미 초등학교 탁구팀(탑동초 2009년 창단)이 있는 당진의 호서중이 선택된 것이다. “정말 대대적으로 창단했죠. 지금 탁구신동으로 유명한 조대성(대광고)을 비롯해, 또래 최고의 선수들이 창단멤버로 왔어요. 지역사회와 한국중고탁구 차원에서도 많은 성원이 있었습니다.”손범승 회장은 당시 창단을 이렇게 설명했다. 실제로 창단 1년 4개월 만에 한국중고탁구연맹 최고 권위의 대회인 제54회 전국남녀 중고학생 종별탁구대회(2016년)에서 준우승을 차지하기도 했다. 하지만 세상에 쉬운 일은 없다. 조대성 등 유망주들이 여건이 맞지 않아 다른 학교로 갔고, 금방 될 것만 같았던 호서고 탁구부 창단이 지금까지 이뤄지지 않으면서 힘이 빠졌다. 사실 입시가 중요한 사립고등학교에서 운동부를 창단하고 유지하는 것은 우리네 교육풍토에서 녹록지 않은 일이다. 고등학교 진학에 대한 보장이 없으니 선수수급도 쉽지 않아졌다. 우수선수가 아니라 다른 팀에서 자리를 잡지 못한 선수들이 호서중으로 오는 게 현실이 됐다. 그렇다고 어렵게 창단한 팀을 없앨 수도 없는 노릇. 호서중은 새로운 길을 택해야 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진짜 교육자’ 손범승 선생님이 있었다.
조폭 같은 원빈쌤 이 대목에서 현재 당진탁구를 이끌고 있는 손범승 회장을 소개할 필요가 있다. 그를 보면 세 번을 놀란다. 우락부락한 첫 인상에 놀라고, 이어 조금 알게 되면 다양한 재주와 폭이 넓으면서도 깊은 인간관계에 놀라고, 마지막으로 더 깊이 들어가면 그의 ‘진심 어린 교육철학’에 감동을 받는다. 당진 토박이로 어려서부터 운동을 좋아한 그는 체육교사 혹은 경찰이 되고 싶었다. 당진의 고대초-당진중-당진정보고를 졸업했고, 대학에서는 체육교육을 전공했다. 특기종목은 태권도였다. 실제로 기간제 교사를 하면서 6년간 당진체육관을 운영하는 등 당진 태권도협회에서 많은 일을 했다. 1999년 교사 공채시험을 통해 호서중학교에 발령을 받은 손범승 ‘선생님’은 2014년 호서중 창단을 즈음해 탁구에 푹 빠졌다. 학생들에게 운동은 더없이 효과적인 교육방법이었고, 많은 좋은 스포츠가 있지만 접근성 재미 등에 있어서 탁구의 장점이 많았기 때문이다. 손범승 회장은 워낙에 아이들을 좋아해 태권도 관장시절부터 길러낸 제자들이 즐비하다. 교사시절 초창기 아이들과 친해지기 위해서 스스로 인기배우 ‘원빈’을 별명으로 삼아 ‘손원빈’이라고 소개했는데, 아이들이 잘 받아줘 호서중에서는 지금도 ‘원빈 쌤’으로 통한다. 지금이야 나이가 들고, 머리숱이 적어지면서 외모가 ‘각박’해졌지만 사실, 젊은 시절 사진을 보면 손범승은 실제 꽃미남이었다.
행복 탁구‘교사가 행복하면 아이들이 행복하다.’ 손범승 회장이 지키고 있는 교육철학 중 하나다. 이는 탁구로 그대로 연결된다. ‘일반학생도 탁구를 즐기면, 탁구부도 발전한다’, ‘지도자가 행복하면, 선수도 행복하다’, ‘탁구를 하면 인생이 행복하다’.,.호서중은 창단 이후 매년 전국 대회에서 단체 및 개인전에서 3위 이내의 성적을 내왔다. 나름 호성적이다. 하지만 성적 자체보다는 진정 선수들에게 도움이 되는 탁구부를 만들고자 한다. 손범승 회장은 “선수들에게 성적도 성적이지만, 자신의 미래를 위해, 자신의 행복을 위해 운동하라고 권합니다. 그렇게 해야 진학도, 성적도 다 좋아지죠”라고 말했다. 그래서일까, 호서중의 지도자도 좀 특별하다. 중고탁구에서 학구파로 소문난 이종산 코치가 선수들을 지도하고 있다. 이 코치는 대학까지 선수생활을 한 후 공부에 매진했고, 유학도 다녀왔다. 열심히 가르치는 것은 물론, 연구도 많이 한다. 각종 국제대회 때는 한국중고탁구연맹의 통역으로 참가하기도 한다. 이종산 코치는 “저희는 정말 부족한 게 많아요. 그저 선수들이 가능한 행복하게 운동하도록 돕는 게 목표입니다”라고 말했다. 호서중에서 탁구는 탁구부만의 것이 아니다. 탁구부가 주축이 돼 일반학생들과 어울리는 탁구이벤트를 수시로 연다. 손범승 회장은 일반학생들을 대상으로 아이스크림 등을 내걸고 ‘작은 이벤트’를 수시로 연다. 또 탁구부 연습장인 강당을 활용해 각종 문화프로그램도 진행한다. 그래서인지 호서중의 탁구는 학교의 자랑을 넘어 학교의 일부가 돼가고 있다. “학교에서 조금은 말썽꾸러기 기질이 있는 아이가 빈 교실에 놓인 탁구대로 인해 탁구를 접했어요. 탁구를 치는 것은 좋지만 뒷정리 등 관리가 엉망이었죠. 그래도 참고, 탁구나 많이 치라고 내버려뒀죠. 한참 후 안 되겠다 싶어 책임감이 없다며 출입을 금지시켰어요. 그런데, 이 녀석이 쓱 찾아오더니 탁구가 자기 학교생활의 가장 큰 즐거움이니 다시 탁구를 칠 수 있도록 해달라고 부탁해왔어요. 녀석은 일반학생 중 최고수가 됐고, 탁구대 관리도 잘 됐죠.”호서중 탁구부는 현재 3학년으로 복식의 전국적인 강호인 김준혁, 이주형과 문세연 등이 주축을 이룬다. 1~3학년을 통틀어 선수가 8명뿐이지만 수시로 호서중으로 오고싶다는 선수나 학부모들의 문의가 이어진다. 호서중에서 탁구를 하면 행복하고, 선수로 좋은 진로를 모색할 수 있다는 소문이 퍼졌기 때문이다.
■ 호서중 선수들의 생체 레슨 동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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