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런던 올림픽 현장에서 대한민국 탁구선수들을 응원하고 있는 고 조양호 회장(오른쪽 중간).
2012년 런던 올림픽 현장에서 대한민국 탁구선수들을 응원하고 있는 고 조양호 회장(오른쪽 중간).

회장님 편히 쉬고 계신지요?건강이 좋지 않으시다고 듣고 있었지만, 곧 회복해서 회사와 대한탁구협회를 다시 잘 이끄시리라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지난 8일 새벽이 조금 지나서 들려온 소식에 참 황망했습니다. 며칠 동안 많은 추억을 떠올리고, 앞으로의 탁구계를 생각하다가 이 글을 쓰게 됐습니다.저는 그저 먼발치에서, 혹은 인사만 드리는 인연이었지만 런던올림픽과 밴쿠버올림픽에서의 추억은 소중하게 간직하고 있었습니다. 대개가 그렇듯 대기업의 총수로 대한탁구협회 수장자리는 그저 명예직으로만 맡고 계시는 줄 알았던 회장님은 직접 대표 팀의 유니폼을 입고 대중교통을 이용해서 경기장에 오셨지요. ‘쑥스럽지 않으시냐’ 는 질문에 ‘이 옷을 입을 수 있어서 자랑스럽고 누구보다도 열심히 응원하겠다’며 작은 태극기를 챙기셨습니다. 또 개회식에 참석하시기 위해 단체버스에 오르면서도 ‘탁구에 많이 관심을 가져달라’고 오히려 제게 당부하셨지요. 이런 진심 어린 모습들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지난 십여 년 동안 회장님은 대한탁구협회의 회장으로서, 저는 협회의 이사(지금은 중고등학교선수들을 지원하는 연맹회장)로 봉사하고 있습니다만, 사실 저는 협회의 입장에 반대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회장님께서 주신 사랑과 지원은 어느 누구도 따라갈 수가 없지만, 세부적인 실행에 있어서 협회의 임직원들과 제 생각이 다른 경우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돌이켜 보면 조금 더 현명하게 실무자들과 소통하고 협력했어야 할 일들이었습니다.회장님, 앞으로도 한국 탁구에는 많은 과제가 있습니다. 당장 내년에는 회장님께서 대한민국 탁구역사를 새로 쓰셨던 세계선수권대회를 성공적으로 개최해야 하고, 도쿄올림픽에서 좋은 성적도 내야 합니다.십여 년 전과 비교하면 반으로 줄어든 등록선수를 어떻게 하면 늘릴 수 있을지, 침체된 초중고 탁구부를 어떻게 활성화 할지, 생활탁구와 엘리트탁구의 교류를 체계적으로 안정화할지, 일본이나 인도에서도 성공적으로 열리고 있는 프로리그를 우리나라에서는 어떤 모습으로 시도를 해야할지... 정말 해야 할 일이 쌓여 있습니다.현장의 탁구인들에게는 좋은 아이디어가 많습니다. 소통도 비교적 잘 됩니다. 중요한 것은 사심을 버리고, 흩어져 있는 좋은 생각들에 귀를 기울이고, 또 그것들을 한데 모아서 이끌어가는 지도자의 리더십입니다. 그런 리더십을 지닌 지도자와 협회가 필요합니다. 그것이 회장님께서 십여 년 동안 묵묵히 주셨던 사랑과 지원을 좋은 결과물로 만들어 내는 일이지요.솔직히 걱정이 많습니다. 과연 회장님의 사랑에 누가 되지 않을 결과물을 앞으로 탁구인들이 만들어 낼 수 있을지...그러나 또 믿습니다. 언제나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좋은 성적을 내서 국민들에게 기쁨을 줬던 한국탁구이기에, 회장님의 뜻을 이어 많은 탁구인들이 발전을 이뤄낼 것을 말입니다.마지막으로 개인적인 바람을 전합니다. 대학졸업 후 대한항공을 네 번이나 입사했던 제 아내는 십여 년 전 시애틀의 보잉사를 방문해서도 하늘을 날고 있는 대한항공 비행기를 보면서 정말 좋아하더군요. 우리 국민들의 마음속에 항상 국적기로 자리 잡고 있는 대한항공이 ‘우리의 날개’로 국민들의 사랑을 받으며 좋은 기업으로 계속 성장했으면 좋겠습니다. 제가 청춘을 바친 SBS가 국민의 신뢰를 받는 언론사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과 같습니다.회장님, 모든 것을 잊고 편히 쉬시기를 대한민국 탁구인들과 함께 빕니다.2019년 4월 11일손범규(한국중고등학교탁구연맹 회장, SBS 아나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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