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서 상위 15위 규모…퀸즐랜드에 위치한 샌들우드 비육장 -2017년에도 연해주 영농 법인 인수…안정적 공급처 확보 차원 -계약 성사 시 한국 기업 최초로 호주 비육장 인수

[헤럴드경제=박로명 기자] 롯데가 한국 기업으로는 처음으로 호주 비육장(feed lotㆍ소를 비육하는 축사) 인수를 추진한다. 국내 소고기 소비량이 증가함에 따라 안정적 소고기 공급처를 확보하기 위한 것으로 분석된다. 롯데는 지난 2017년 연해주 농장을 인수하는 등 해외 영농사업 확장에 속도를 내고 있어 이번 인수에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4일 롯데그룹과 현지 언론에 따르면 롯데상사는 호주 퀸즐랜드 주 남동부의 도시인 돌비에 위치한 샌들우드 비육장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 비프센트럴 등 현지 언론은 “롯데가 샌들우드 비육장을 매입해 호주 축산업에 대대적 투자를 단행했다”며 “이미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Foreign Investment Review Board)의 승인을 받은 상태”라고 전했다. 롯데그룹 관계자 역시 “롯데상사가 샌들우드 비육장 투자를 추진하고 있다”고 확인했다. 아직 인수가격은 공개되지 않았다.

1986년 설립된 샌들우드 비육장은 호주에서 상위 15위안에 드는 유명한 비육장 중 하나다. 2000㏊(605만평) 용지에 최대 1만8000여 마리의 소를 비육하며 주로 ‘곡물 비육 소고기’(grain-fed beef)를 생산한다. 보통 호주 초원에서 자유롭게 풀을 뜯어먹으며 자란 소는 생후 18개월 이후 비육장으로 옮겨진다. 소는 도축되기 전까지 일정 기간 동안 보리, 콩, 수수, 밀 등 곡물 사료를 먹고 크는데 이를 ‘곡물 비육 소고기’라고 부른다.

롯데마트는 지난 5년 간 샌들우드 비육장을 거쳐 존 디(John Dee) 도축장에서 생산된 곡물 비육 소고기를 수입해온 최대 고객 중 하나로 알려져 있다. 롯데상사가 샌들우드 비육장 인수에 성공할 경우, 롯데마트는 보다 안정적으로 호주산 소고기를 공급받을 수 있게 된다. 롯데상사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해외 기업으로부터 소고기를 공급받는 국내 업체는 공급량이나 시세 등을 조절할 수 없다”면서 “이런 구조를 타파하기 위해서는 해외 비육장을 인수하는 방법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번 매입 계약에는 비육장 외에도 곡물 사료를 생산ㆍ저장하고 재고를 관리할 수 있는 주요 시설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건초와 사일리지(말리지 않은 채 저장하는 풀)를 생산하는 1500㏊(헥타르)의 농경지, 최대 4000톤의 풀을 보관할 수 있는 신개념 저장보관 시설 ‘하베스토아’(Harvestore) 타워 7대 등이 대표적이다. 이번 거래가 성사될 경우 롯데는 한국 기업 최초로 호주 비육장을 인수하게 된다. 현지 언론은 “지난 40년 간 일본 기업들이 호주 비육장을 인수한 사례는 있어도, 한국 기업이 투자한 것은 처음”이라고 보도했다.

롯데는 해외 영농 사업을 의욕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원재료 생산부터 최종 유통까지 이르는 공급망을 완성하기 위해서다. 지난 2017년에는 러시아 연해주 지역 9350만㎡ 규모의 토지 경작권 및 영농 법인을 인수했다. 이를 통해 대두(콩), 옥수수 등 대량의 곡물을 해외에서 직접 재배해 한국으로 역수출하는 데 성공하자 관련 사업에 탄력이 붙은 것으로 분석된다.

이와 함께 국내 수입육 소비 증가도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롯데는 국내 수입 소고기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미국과 호주 시장에 투자하는 것을 다각도로 검토해 그 가운데 성장 가능성이 높은 호주 비육장을 선택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롯데그룹은 “아직 샌들우드 비육장 인수가 확정된 상태는 아니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