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차 5조8000억ㆍ모비스에 2조5000억 요구 - 업계 “단기이익만 추구하는 毒 든 사과 제안” - 현대차ㆍ모비스 이사회도 “무리한 요구 반대” [헤럴드경제=이정환 기자] 다국적 헤지펀드 엘리엇이 ‘투기 본색’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내달 개최될 현대자동차와 현대모비스 주주총회에서 수 조원 이상의 배당을 요구한 것이다.

이번 제안을 두고 회사의 장기적 발전 보다는 단기이익만 추구하려는 전형적인 ‘독이 든 사과’라는 평가가 나온다.

27일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엘리엇은 지난 1월 현대차와 현대모비스에 배당과 사외이사 선임 등에 대한 주주제안을 보냈다.

주주제안 내용은 현대차와 현대모비스가 26일 각각 공시한 주주총회소집결의를 통해 공개됐다.

엘리엇은 현대차와 현대모비스에 보통주 기준 배당금 4조5000억원과 2조5000억원을 각각 요구했다. 이는 주당 2만1967원과 2만6339원 배당에 해당한다.

두 회사가 제시한 주당 배당금 대비 5~6배를 뛰어넘는 액수다.

실제 엘리엇이 현대차에 요청한 배당총액은 우선주 배당까지 고려하면 5조8000억원에 달한다.

이는 지난해 현대차 당기순이익 1조6450억원의 353%에 달하는 것으로 한해 달성한 이익을 훨씬 초과하는 수준이다. 또 보통주 배당총액 4조5000억원도 보통주 시가 총액의 15~20%에 해당된다.

엘리엇은 현대모비스에도 1주당 2만6399원의 배당을 주주제안서에 포함시켰다. 총액기준으로 2조5000억원으로 지난해 현대모비스 영업이익 2조250억원을 웃돈다.

재계 관계자는 “현재 글로벌 자동차 산업은 100여년만에 찾아온 자동차 패러다임 대 격변기를 맞고 있다”며 “경쟁사들은 전동화, 커넥티드카, 자율주행차 등 미래차 개발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는 데 이 같은 배당요구는 미래경쟁력을 포기하라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최근 주가하락으로 손실을 본 엘리엇이 다급한 나머지 주주환원 등을 요구한 것 아니냐”며 의구심도 나타냈다.

이와 함께 현대차와 현대모비스에 각각 3명과 2명의 사외이사 후보도 제안했다.

현대차에는 사외이사와 감사위원으로 존 Y. 리우 베이징사범대 교육기금이사회 구성원 및 투자위원회 의장과 로버트 랜달 맥이언 발라드파워시스템 회장, 마거릿 S. 빌슨 CAE 이사 등 3명의 선임을 요구했다.

현대모비스에는 로버트 앨런 크루제와 루돌프 윌리엄 폰 마이스터 등 2명을 사외이사 및 감사위원으로 선임하자는 안건을 제안했다.

이에 대해 현대차와 현대모비스 이사회는 과도한 배당금과 전문성 결여를 들어 거부의사를 전했다.

현대차 이사회는 “엘리엇의 배당요구를 받아들이면 대규모 현금유출이 발생하는 만큼 중장기적으로 기업가치 및 주주가치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사외이사 후보 추천 관련 “전문성과 다양성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요소가 있지만 특정 산업에 치우쳐 이해상충 등의 우려가 있다”고 설명했다.

현대모비스 이사회도 “엘리엇의 무리한 배당요구는 회사의 미래경쟁력 확보를 저해하고 기업가치와 주주가치를 훼손시킬 우려가 높다”면서 “사외이사 추천에 대해서도 사측 후보들이 미래차 부문 등 미래사업을 추진하는데 최적의 적임자라고 판단된다”며 반대의사를 밝혔다.

한편, 엘리엇은 현대차와 현대모비스 주식을 각각 3.0%, 2.6%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