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경쟁에 통상압력까지 내수 150만대 정체·수출감소
한국 자동차산업에 비상등이 켜졌다. 이미 켜진 비상등이 더욱 또렸해졌다. 한국의 자동차 생산량은 10대 생산국 가운데 유일하게 3년 연속 감소해 멕시코에 이어 세계 7위로 하락했다. 세계 자동차 산업이 불황기 속에서 생산량은 400만대 선 붕괴가 눈앞이다. 자율주행과 전기차 양산이라는 시대적 과제 앞에 시장 선점 가능성은 갈수록 희박해지고 있다. 11일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 자동차 생산량은 전년 대비 2.1% 감소한 402만9000대다. ▶관련 기사 2면 세계 자동차 생산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4.1%로 0.1%포인트 줄었다.
한국을 추월한 멕시코는 2017년 406만9000대에서 지난해 411만대로 1.0% 증가했다. 2016년 5위로 올라선 인도는 지난해 전년대비 8.3% 늘어난 517만4000대를 생산하며 한국과 격차를 더 벌렸다.
내수 판매량이 150만대 수준에서 정체된 가운데 수출이 줄면서 전 세계 비중이 감소했다.
실제 자동차 수출량은 2015년 297만4000대로 300만대가 붕괴된 이후 6년 연속 감소했다. 지난해는 245만대 수출에 그쳤다.
2015년 한국 생산량이 455만6000대라는 점을 고려하면 사실상 5위 재탈환은 불가능한 현실이 됐다.
내연기관의 성장판은 닫히고 있다.
한국 자동차산업의 성장을 가로막는 가장 큰 이유다. 실제 지난해 세계 자동차 판매는 전년 대비 1% 증가에도 못 미치는 9750만대에 그쳤다. 인도와 러시아를 제외한 대부분 국가에서 수요가 줄었다. 중국 시장의 정체와 미국ㆍEU의 수요 감소에 올해 역성장 가능성도 크다.
금융위기 이후 가속화되는 자동차산업의 패러다임 변화에 순응하지 못한다는 지적도 잇따른다.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 아래 수소전기차 상용화에 투자를 확대하고 있는 국내 업체의 한계가 근거다.
오는 2030년 수소차 수요가 신차 판매량의 2%에 못 미칠 것이란 세계 자동차 업계의 비관적 시각은 고민해야 할 대목이다. 경쟁기업들은 2022년까지 100종 이상의 전기자동차를 출시한다.
대외 변수도 비우호적이다.
우선 중국 정부가 1년을 유예한 전기자동차 의무판매제가 예고돼 있다. EU의 강화되는 환경규제는 2021년이 변곡점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미국의 통상압력으로 인한 세계 시장의 변화도 불가피하다.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중장기 계획보다 중단기 계획의 중요성이 커졌다. 국내 생산량 400만대 붕괴라는 양적 과제보다 질적 성장을 고민해야 한다는 의미다.
경쟁업체들의 합종연횡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앞서 GM은 자율차 사업부문을 분사해 일본 소프트뱅크로부터 투자를 유치해 혼다와 공동개발에 착수했다. 포드는 외부업체와 협력을 공표하고 폴크스바겐과 포괄적 협력을 추진하고 있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국내 완성차 업계가 내연기관 자동차의 판매시장 다변화에서 벗어나 선진시장의 변화에 순응할 수 있는 역량을 키워야 한다”며 “공정과 조립의 경쟁력 강화에 집중했던 국내 자동차산업이 구조 고도화를 목표로 미래차 개발과 상용화에 더 속도를 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찬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