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현대미술관, 베니스서 국내작가展 단색화 대표화가 재조명 ‘윤형근’전 신진작가 15명 작품 팝업 프로젝트 세계 최대 미술축제서 ‘한국 알리기’
올해 이탈리아 베니스에선 한국 작가의 전시를 예년보다 많이 만나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국립현대미술관(MMCAㆍ관장직무대리 박위진)은 16일 2019년 전시 라인업을 공개하면서 한국작가의 해외전시 일정도 함께 알렸다.
세계 최고 최대 현대미술제인 제 58회 베니스비엔날레 미술전이 오는 5월 11일 옛 무기창고인 아르세날레와 자르디니 공원 일대에서 개막한다. 이에 앞서 5월 7일부터는 VIP와 언론을 대상으로 하는 프리뷰가 열린다.
베니스비엔날레 미술전은 총감독이 이끄는 본전시와 각 국가들이 자국의 현대미술을 알리는 국가관 전시로 나뉘는데, 국가관 전시는 나라의 문화 자존심을 건 대결에 가까워 종종 ‘미술계 올림픽’에 비유되기도 한다. 이 기간 베니스 전역은 거대한 현대미술 전시장으로 변한다. 비엔날레 본 행사 외에도 다양한 위성 전시들이 열려 관객을 끊임없이 유혹한다. 세계 미술계 주요 인사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만큼 일종의 거대한 홍보 플랫폼으로 작동하는 셈이다. 제 57회 미술전이 열렸던 2017년엔 현대미술의 악동으로 불리는 영국출신 작가 데미안 허스트가 프로젝트 비용으로 750억원 이상 쏟아부은 블록버스터 전시 ‘믿을 수 없는 난파선의 보물(Treasure from the Wreck of the Unbelievable)’전을 개최하며 자신의 건장함을 알리기도 했다.
이렇듯 현대미술의 ‘각축장’인 베니스에 지난해 8월부터 오는 2월까지 MMCA서울에서 열리고 있는 ‘윤형근’전이 순회전으로 찾아간다. 베니스 시립미술관 중 하나인 포르투니 미술관의 초청으로 성사된 이 순회전은 MMCA가 유럽에 선보이는 첫 전시이기도 하다. 포르투니 미술관은 데미안 허스트의 개인전이 열렸던 팔라조 그라씨 근처에 위치했다.
‘윤형근’전은 일제강점기에 태어나 한국전쟁, 유신 등을 거치며 정치적 격동기 속에서 작가적 양심을 지켰던 윤형근의 생애를 제조명하는 전시다. ‘단색화’ 대표작가로만 알려졌던 윤형근의 진면모를 살펴보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베니스 순회전은 서울전시 내용을 기반으로 유럽과 미국의 컬렉터에게 소장된 작품 10여점이 추가된다.
더불어 한국작가 팝업 프로젝트도 열린다. 비엔날레 본전시가 열리는 아르세날레 근처의 해군장교클럽(Navy officer’s club)에서 5월 7일부터 12일까지 이어진다. ‘베니스 미팅 포인트’(가제)를 주제로 국내작가 15여명의 작품이 전시되며, 참여작가는 국립현대미술관과 SBS문화재단이 지난 2012년부터 선정해온 ‘올해의 작가상’ 작가 가운데서 선정될 예정이다.
미술관 측은 “영상작업을 주로 선발할 것이며, 전시 외에도 아티스트 토크와 강의 등을 통해 한국 현대미술을 적극적으로 알리겠다”고 밝혔다.
국립미술관이 내로라 하는 세계 미술계 VIP가 한자리에 모이는 베니스 비엔날레를 한국미술 소개 플랫폼으로 이제라도 활용하겠다고 나선 것은 다행한 일이다. 한국관을 제외하고 한국미술을 알릴 이렇다 할 대규모 전시가 없던 상황이라 더욱 반갑다. 앞서 2015년 국제갤러리가 개최한 ‘단색화’전은 한국 미술을 잘 알린 성공사례로 꼽힌다. 당시 전시에 초청한 해외 미술관 관계자와 큐레이터, 평론가, 컬렉터들이 호평을 쏟아내면서 한국의 ‘단색화’를 효과적으로 알렸다는 평가다.
한편, 올해 한국관은 김현진 큐레이터의 감독아래 ‘동아시아 근현대를 탈주하고 재구성하는 수행적 여성 서사들’을 주제로 전시를 진행한다. 남화연, 정은영, 제인 진 카이젠(Jane Jin Kaisen) 3명의 여성작가가 참여한다. 전통, 근대성, 역사적 아카이브, 여성과 퀴어적 젠더 복합성 등의 이질적 영역을 세 명여성 작가가 서사적이고 미학적으로 다룰 예정이다.
이한빛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