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이해준 기자]우리나라 경제를 떠받치고 있는 제조업의 침체가 심상찮다. 기업들의 투자 감소로 생산능력지수가 줄어들고 있는 가운데 재고가 쌓이면서 제조업 평균가동률까지 동반 하락하고 있다. 제조업의 기반 자체가 위협받고 있는 것이다.

조선ㆍ자동차ㆍ철강 등 주력 제조업의 경쟁력이 약화되고 신성장산업의 창출은 지지부진한 가운데, 최근 2~3년 어려운 상황에서 우리경제를 이끌어왔던 반도체 경기마저 꺾일 조짐을 보이면서 불황이 제조업 전반으로 몰아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30일 통계청이 집계한 산업활동동향을 보면 우리나라의 총체적 생산능력을 보여주는 생산능력지수(2015년=100 기준)는 올 11월 102.5로 지난해 11월(104.4)보다 2포인트 가까이 감소했다. 지난 1년 동안 전체적인 생산능력이 그 만큼 줄어든 것이다.

생산능력지수는 분기별로 볼 때 지난해 4분기부터 올 3분기까지 4분기 연속 감소세를 지속했고, 월별로는 올 3월 이후 11월까지 9개월 연속 감소세가 이어졌다. 기업들이 신규 투자나 설비 증설에 나서지 않으면서 생산능력 자체가 줄어들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기업들이 생산능력을 줄이고 있지만, 축소된 생산시설로 제품을 생산해도 판로가 마땅찮아 재고가 쌓이고 있다. 제조업 재고지수는 112.6으로, 전년 동월대비 5.9% 상승했다. 재고지수는 2016년 98.2에서 지난해 106.4로 높아졌고, 올 들어서는 9월(109.0)을 제외하고 줄곧 110선대의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월별로는 지난해 5월 이후 1년 7개월째 증가세를 지속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생산능력 감축으로 올해 중반 반등세를 보이던 제조업 평균가동률도 다시 하락하고 있다. 평균가동률은 11월 72.7%에 머무르며 전월(73.8%)에 비해 1.1%포인트 하락했다. 올 최고치를 기록했던 8월(75.7%)에 비해선 3%포인트 하락한 수치다.

제조업 가동률은 작년말 70.3%에 머물며 70%대 붕괴 직전까지 갔으나, 이후 꾸준히 상승해 올 8월엔 75%대까지 올랐다. 경기가 좋아져서 가동률이 올라간 것이 아니라 산업 구조조정과 설비 감축으로 생산능력 총량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생산능력이 8월 이후에도 계속 감소했음에도 가동률이 다시 하락하고 있는 것은 그만큼 경기가 더 나빠졌음을 보여주는 것으로 해석된다.

더욱이 최근에는 최근 우리경제를 이끌어온 동력인 반도체 경기마저 둔화되는 모습을 뚜렷이 보이고 있다. 1년 전과 비교한 반도체 생산지수는 여전히 상승세를 보이지만, 전월 대비 추이를 보면 하락세가 확연하다. 전월과 비교한 반도체 생산은 지난 5월에 6개월 만에 마이너스(-7.0%)로 전환된데 이어 하반기 들어서는 지난달까지 5개월 중 10월을 뺀 4개월간 전달보다 생산이 줄었다.

11월에는 반도체 생산 부진이 광공업 생산을 끌어내렸고, 이는 전산업 생산의 감소세 전환으로 이어졌다. 11월 반도체 출하도 16.3% 줄어들면서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 12월(-18.0%) 이후 거의 10년만의 최대 감소폭을 기록했다. 지난달 D램 반도체 수출물가가 전월보다 2.0% 떨어지면서 올해 8월(-0.1%) 이후 하락세를 이어간 것이 반도체 생산과 출하의 감소를 이끌었다.

이처럼 제조업의 침체가 지속될 경우 내년도 우리경제의 침체는 더욱 가속화할 가능성이 크다. 미중 무역전쟁과 세계경제 둔화 등 대외환경에서도 뚜렷한 호전 요인을 찾아보기도 힘들다. 한국 제조업의 시련기가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많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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