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장 2명 중도낙마 가상화폐ㆍ채용비리 논란 최종구 vs.윤석현 ‘으르렁’ 세대교체, 신한금융 내홍
[헤럴드경제=홍성원 기자] 올해 금융권을 관통한 키워드론 ‘관치(官治)와 반(反) 관치’를 꼽을 수 있다. 머리는 핀테크(Fintechㆍ금융+기술)를 중심으로 한 금융혁신을 꿈꿨다. 그러나 몸은 과거의 울타리에서 좀체 벗어나지 못했다. 규제산업인 금융 부문에서 업계가 당국에 반기를 들었다. 과거엔 볼 수 없던 무술년만의 특기할 사안이다. 상호보완이어야 할 당국과 업계의 힘겨루기식 역학관계엔 금융소비자보호라는 대의(大義)까지 추가됐다. 갈등은 첨예했다. 불씨는 완전 연소하지 않고 잠복했다. 한국 금융 경쟁력엔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할 대목이다.
▶금융감독원장 ‘잔혹사’=1999년부터 시작한 금감원 20년사에서 올해만큼 금감원이 세간의 입길에 오른 적이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3~5월 사이에 총 3명의 금감원장 진퇴가 결정났다. 최흥식 전 원장은 채용비리 관여 의혹으로 자진사퇴(3월 12일)했다. 금융권 채용비리를 파헤칠 메스를 쥐고 있던 금감원으로선 뼈아픈 대목이었다. 후임은 ‘저승사자’ 김기식 전 원장이었다. 그러나 국회의원 시절 후원금 셀프 기부 의혹으로 취임 보름만에 옷을 벗었다. 금융계에선 “금감원의 영(令)이 서지 않게 됐다”는 비판이 나왔다. 둘의 낙마를 두곤 금감원이 특정 금융사 혹은 개혁 저항 세력에 판정패한 것이라는 분석도 있었다. 이후 개혁 성향의 윤석헌 원장 체제가 5월 8일 시작하면서 금감원은 안정화를 꾀했다.
▶가상화폐 ‘광풍’ㆍ채용비리 ‘미풍’=가상화폐 이슈도 금융권을 흔들었다. 시장은 자고나면 천정부지로 뛰는 가상화폐 시세에 열광했다. 정부는 이를 화폐로 보지 않았다. 규제안 마련에 집중했다. 사달도 났다. 국무조정실에 파견돼 가상화폐 대책을 준비하는 일에 관여한 금감원 직원이 관련 투자로 꽤 많은 시세차익을 낸 걸로 지난 1월 알려지면서 공분을 샀다. 정부는 가상화폐와 관련해선 여전히 신중한 입장이다. 금융계를 떠들썩하게 했던 사안으론 채용비리도 빼놓을 수 없다. ‘금수저 세습’에 관한 비난이 빗발쳐 당국이 대대적 조사를 하고 모범규준 제정을 통해 유사사례를 방지키로 했다. 최고경영자(CEO)에 책임을 묻는 수준까진 나아가지 않아 소리만 요란했다는 평가도 있다.
▶금융당국 형제의 불화=‘호랑이’라는 별칭의 윤석헌 금감원장 취임 이후 상급기관인 금융위원회는 금감원과 부쩍 마찰했다. 예견된 불화로 보는 시각이 있다. 윤 원장이 금융위는 금융감독에서 손을 떼는 걸 골자로 하는 금융감독체계 개편을 학자 시절 소신으로 갖고 있었다는 게 주된 근거다. 윤 원장이 공을 들인 금융사 내부통제 혁신안을 금융사 지배구조법에 반영하는 데에 금융위가 소극적으로 대응하는 등 신경전을 벌인 지점이 늘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과 윤 원장은 최근 금감원 예산안 등을 놓고 독대를 하는 등 협의하는 모습도 일부 보였지만, 두 수장의 관계가 협력으로 업그레이드될진 미지수다.
▶‘판도라의 상자’ 금융소비자보호=한국만 중뿔나게 금융소비자보호를 강조하는 건 아니다. 글로벌 트렌드다. 그럼에도 금융계는 윤석헌 금감원장이 등장하면서 유독 강하게 드라이브를 건다고 판단한다. ‘약한 고리’는 즉시연금이었다. 유사한 소비자 민원이 빗발치자 금감원은 보험사에 일괄구제를 지시했다. 소비자보호 차원이라는 명분이었다. 보험사는 불가 입장을 피력했다. 반 관치를 주장한 셈이다. 둘은 법정공방까지 불사하는 벼랑 끝 승부를 봐야 할 상황이다. 금융계의 비(非)보험사 관계자는 “금감원 결정에 저렇게까지 반기를 드는 건 예전엔 상상할 수 없던 일”이라고 했다.
금융위가 중소 자영업자 지원을 위해 신용카드 수수료를 낮추기로 한 것도 금융계 주요 이슈였다. 이익 축소가 뻔한 카드사로선 결국 카드 소비자에게 돌아가는 혜택을 줄일 수밖에 없다. 금융소비자보호와 반대로 가는 걸 당국이 유도한 꼴이다. 이를 근거로 업계ㆍ전문가들은 수수료 정책은 관치의 폐해라고 지적한다.
▶신한금융지주의 전격 인사=세밑에 돌발했다.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이 지난 21일 자회사경영관리위원회를 통해 위성호 신한은행장 등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를 교체하는 결정을 내렸다. 조 회장 측은 세대교체를 명분 삼았다. 위 행장은 차기 지주 회장 선임을 앞두고 경쟁자를 ‘퇴출’시킨 것이라고 불만을 표시했다. 서열 1ㆍ2위간 다툼이다. 금융지주 내홍에 익숙한 한국 금융계는 회장 자리를 둘러싼 권력 다툼이 재발하는 게 아니냐고 수군댄다. 조 회장의 임기는 2020년 3월까지다. 이들의 관계엔 채용비리와 속칭 ‘남산 3억원사건’으로 이름 붙여진 과거 신한사태까지 엮여 있다. 재판ㆍ검찰 수사 등의 일정 남아 있기 때문에 내년에도 비상한 관심을 모을 소재가 될 게 확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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