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산업혁명이 금융엔 기회” 역설…안주를 거부하는 ‘도전 노마드’ 권용원 금투협 회장의 ‘위기극복 버전2 로드맵’
“우리 경제가 당면한 난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실물경제와 자본시장 간 공조가 필수적입니다. 금융투자협회에서는 내년 중점과제로 실물경제와 자본시장 간 만남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권용원(57) 금융투자협회 회장은 실물경제와 자본시장 간 협력이 성장 정체에 빠진 한국 경제의 돌파구가 될 것이라며 이같이 역설했다. 그는 특히 “4차 산업혁명이 금융투자업계에 기회가 될 수 있다”며 “선진화된 자본시장으로 도약하기 위한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 회장의 이름 석자 앞에는 ‘4차산업통’, ‘금융투자업계 IT(정보통신) 전문가’ 란 수식어가 늘 따라 다닌다. 실물경제와 금융 간의 공조, 4차 산업혁명을 늘상 강조하고 있는 데다 금융인으로는 드물게 공학도 출신인데서 유래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40년 지기 그의 지인들이 바라보는 권용원은 조금 다르다. ‘달변가’, ‘변신의 귀재’다. 논리정연하고 추진력과 실천력이 돋보였던 수재, 안주하지 않고 끊임없이 변신했던 친구로 그를 기억한다. 사실, 그의 삶은 변화무쌍하면서도 모험적이었다. 서울 광성고 이과계에서 전교 수석을 다투던 그는 1980년 서울대 전자공학과로 진로를 결정하지만, 졸업 후엔 누구도 예상치 않던 길을 택한다. 21회 기술고시에 응시, 공직자의 삶을 택한 것이다. 고시에 합격해 산업자원부(현 산업통상자원부)에 터전을 마련한 그는 꽤 유능한 공무원으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다.
그러나 15년만에 공직생활을 접고 다시 새로운 변신을 모색한다. 시장에 뛰어들기로 한 것이다. 그는 2000년대 들어 IT(정보기술) 기업인 다우기술 부사장으로 자리를 옮긴다. 2009년에는 키움증권 대표를 맡으면서 증권업계에 온라인ㆍ모바일 열풍을 일으키기도 했다. 금융투자업계가 그를 주목하기 시작한 때가 바로 이 당시다. 그로부터 9년 뒤인 올해, 그는 역대 최다 득표율을 기록하며 제4대 금융투자협회장에 선출됐다. ‘공학도’이면서도 관가와 IT 산업계, 금융계를 넘나들면서 존재감을 확실히 드러냈으니, 그야말로 ‘변신의 귀재’라 할만 하다.
▶성공은 거침 없는 도전의 결과=공무원으로 사회 생활을 시작한 그는 당시 국내에서는 생소하던 정보기술 산업 전반을 지원하는 업무를 담당하며 ‘반도체 망국론’까지 일었던 국내 반도체 산업을 일으키는데 큰 역량을 발휘했다. 권 회장은 “당시 반도체 산업은 일본의 6대 기업이 독식하고 있었고 반도체 산업을 포기해야 한다는 여론이 우세했지만, 동료들과 국내 기업에 연구개발(R&D) 예산을 지원해 주기 위해 애썼다”며 현재의 반도체 강국은 기업들과 산자부 동료 공무원들의 패기가 일궈낸 성과임을 강조했다.
2000년대 초 벤처붐이 한창일 때 권 회장은 IT기업인 다우기술에 합류하며 공직생활을 정리했다. 이어 ‘금융맨’에 극적으로 도전하게 된다. 다우기술의 인수합병과정에서 2007년 창업투자사인 키움인베스트먼트 사장을 맡게 된 것. 이후 그는 2009년에 키움증권 사장으로 취임했고 9년간 자리를 지키며 회사를 업계 톱 수준으로 키우는 역량을 발휘한다. 홈트레이딩시스템(HTS)과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을 적극적으로 보급, 증권거래 시장을 휩쓴 것. 키움증권은 현재까지도 12년 연속 국내 주식 위탁매매 점유율 1위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
권 회장은 “당시 증권 업계는 지점 중심으로 운용되고 있었지만, 키움증권은 시대 변화를 읽고 발빠르게 온라인ㆍ모바일 분야에 과감하게 투자를 했다”면서 “처음 모기업인 다우기술이 투자할 당시 쓰인 자본금은 500억 원이었는데, 벤처기업에는 매우 큰 돈이었다”고 회상했다.
그는 이같은 자신의 삶을 되짚으며 청년들에게도 ‘새로운 것을 두려워 하지 말고 끊임없이 도전할 것’을 강조했다. 그는 “근거 없는 낙관주의, 현장을 모르는 이상주의, 실행력이 없는 플랜 지상주의, 책임 회피를 위한 무결정 등은 인생의 성공을 위해 피해야 하는 것”이라며 “새로운 시도를 두려워 하지 않고 계속 도전하는 것이 성공의 비결”이라고 강조했다.
▶인생 4막의 새로운 도전=권 회장의 인생 1막이 공무원이었다면 IT기업과 증권사 사장을 거친 인생 4막은 금융투자협회 회장이다. 그는 키움증권에서 장수 CEO로 일하다 금융투자협회 회장직을 맡게 된 데 대해, 일종의 소명의식을 느끼고 있다. “50대 중반을 넘어서면서 자신을 돌아봤습니다. 공직 15년, 민간 18년을 일했고, 이제는 다시 공공부문과 민간부문을 아우르는 일을 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금투협회장직은 그런 점에서 내가 할 일이 많을 거라고 봅니다”
그가 금융투자협회장으로 취임한 올해, 업계 사정은 사실 녹록지 않다. 상반기 ‘반짝’했던 증시는 무역전쟁과 미국 금리인상 기조에 속절없이 추락하는 중이다. 이를 타개하기 위한 그의 철학은 무엇일까.
그는 업계 위기를 헤쳐나가기 위한 방편으로 무엇보다 소통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특히 ‘말단 직원이 문제 해결의 시발점’이라는게 그의 지론이다.
그는 “CEO 시절은 물론 현재에도 모든 사안마다 그 업무를 가장 잘 아는 사원과 함께 논의하고, 토론한다”며 “사안을 전달하는 과정에서 불필요한 오류나 오해를 없애고, 개인의 공로를 정확히 인정하기 위해 소위 ‘계급장 떼고’ 하는 회의와 토론을 선호한다”고 말했다.
권 회장은 “다양한 업권에서 일하면서 철칙으로 삼고 있는 것 중 하나가 바로 ‘남의 지적재산권을 탐하지 말자’는 것”이라며 “작은 사안이라도 ‘이 아이디어는 00부서 신입사원의 것이고, 000 임원이 다듬은 것을 내가 결재한 것이라는 것을 명확히 한다”고 말했다. 직원들 각자에게 자긍심을 심어줘, 조직의 생기를 불어넣기 위한 그만의 경영철학인 셈이다.
권 회장은 이같은 아이디어들을 모아 그동안의 성과를 반영하고 새로운 내용을 보완한 ‘100대 과제 버전2’를 내년초 내놓을 계획이다. 이는 세제와 규제 개혁을 포괄하는 좀더 구체화된 금융투자협회의 중장기 로드맵이다. 권 회장은 키움증권 CEO 시절에도 사업부문마다 향후 5년 정도를 내다본 로드맵을 세워 미래에 발빠르게 대응해 왔다.
권 회장은 “장기투자문화 조성을 위해서는 지속적인 기업실적이 뒷받침돼야 하지만 이는 유동적이다. 결국 세제혜택 부여를 통해 기업실적이 부진할 때에도 투자를 유인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물 경제와의 소통에 대해서도 그는 구체적인 밑그림을 갖고 있다. “투자가 필요한 기업과 자본시장 간 정보 부족으로 연결이 원활하지 않은 상황”이라며 “실물경제와 자본시장 간 만남의 장을 마련해 상호간의 시너지를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대기업ㆍ중견기업 CEO와 금융투자업권ㆍ글로벌 IB(투자은행) CEO들이 한데 모여, 실물경제 발전을 고민하는 자리를 마련 할 것”이라며 “당장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더라도 서로의 생각과 정보를 교류하는 자체로도 큰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윤호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