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 과당출점 따른 출혈경쟁 방지 차원 -담배소매 지정거리 규제 적용…50~100m 거리 제한 -‘희망폐업’으로 폐점 위약금 면제…“추가 논의 필요” [헤럴드경제=박로명 기자]기존 편의점의 수익 보장을 위해 신규 출점 때 점포 간거리를 제한하는 ‘출점 제한’ 규정이 18년 만에 살아난다. 지난 2000년 ‘부당한 공동행위금지 위반’에 철퇴를 맞았던 출점제한 규정이 과당경쟁을 막기 위한 구원투수로 재등판하는 셈이다. 하지만 제살 깎아먹기식 과당경쟁을 막는다는 선의에도 불구하고, 벌써부터 낡은규제라는 비판을 받고 있는 담배 소매점 거리제한 규정에 의존하고 있어 반시장적 조치라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이와함께 경영난으로 인한 편의점의 폐점이 쉽도록 위약금을 면제하거나 줄여주는 방안도 세부 내용에 따라 해석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도 논란이 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4일 승인한 자율규약 제정안의 핵심은 ‘출점 제한’ 규정이다. 이번 자율규약에서 편의점 업체들은 담배 소매인 지정거리를 거리제한 기준으로 삼아 타 브랜드 편의점 간 50~100m 거리를 유지하기로 했다. 편의점 매출의 40% 이상을 차지하는 만큼 거리제한을 통해 신규출점을 억제할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현행법상 담배소매인 지정업소 간 거리는 도시의 경우 50m, 농촌은 100m로 돼있다. 업체들은 이 기준에 따라 정보공개서(가맹 희망자가 계약체결 여부를 결정하는 데 도움이 되는 정보)에 개별 출점기준을 담기로 합의했다. 유동인구가 많거나 밀집된 상권의 경우 예외가 있을 수 있다는 점에도 동의했다.
편의점 업계는 이번 출점제한 규정 부활로 과당경쟁을 막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내실경영으로 턴할 수 있는 패러다임의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출점제한 규정 부활이 개인의 재산권을 침해하는 반시장적 조치라는 볼맨 소리도 나오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지난 30여년간 업계와 점주들이 자율적으로 조율해오면서 업을 이어오고 있었는데 이제는 내 건물을 가지고 편의점을 하고 싶어도 마음대로 할 수 없게 됐다”며 “정부가 개입해 ‘자율’이라는 이름으로 반시장 경제적인 조치를 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 출점제한 거리의 기준으로 삼은 담배 소매점 거리제한 규정도 논란의 대상이다. 담배 소매인 간 거리제한은 과거부터 시대에 뒤떨어진 규제로 거론되던 단골 메뉴 중 하나다. 실제 2004년 노무현 정부 당시 규제개혁위원회는 담배 소매인 지정 제도를 규제개혁 제로베이스 검토 대상으로 삼기도 했다.
이와함께, 이번 자율규약에는 경영 악화로 인해 폐점할 경우 위약금을 감경ㆍ면제하는 ‘희망폐업’도 포함됐다. 각 업체들은 이에따라 위약금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감면할지 표준가맹계약서에 반영해야 한다. 다만 공정위가 큰 틀에서 방향성만 제시해 업체들이 이를 반영하는 과정에서 다소 혼란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편의점 업계 관계자는 “현재 각 업체들은 공정위가 권장한 기준에 따라 위약금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고 했다. 가령 5년 계약의 경우 3년 미만 운영시 월평균 이익배분금의 6개월치, 3~4년은 4개월치, 4년 이상은 2개월치를 위약금으로 부과하는 방식이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폐점 위약금도 현재도 실질적인 부과율이 6∼7%밖에 안 되는 최소한의 계약상의 도구”라며 “이번 대책은 장사가 안되는 사람들을 보호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장사를 잘 하는 기득권 세력을 보호하는 조치”라고 말했다.
논란의 여지가 있는 부분은 ‘인테리어 잔존가’다. 일반적으로 완전가맹(가맹점주가 점포 임대료와 아르바이트생 고용 등 매장 운영을 주도)의 경우 가맹본부가 점포당 5000~6000만원 가량의 인테리어 비용을 부담해 공사를 진행한다. 편의점 본부가 시설비용을 투자해 창업을 지원하는 만큼 가맹점주가 계약을 중도 해지할 경우 인테리어 잔존가를 본사에 내야 한다. 편의점 업계 관계자는 “인테리어 잔존가에 대한 명확한 규정이 없어 이를 부과하는 방식에 대한 이견이 있을 수도 있다”고 했다.
한편 이번 규약에서는 최저수익보장 확대가 빠졌다. 현행 편의점주 최저수익보장제는 5년 계약 기간 중 초기 1년에 대해 편의점주가 월 500만원에 못 미치는 수익을 벌면 이를 본사가 차액만큼 보전해주는 형태다. 일부 점주들은 가맹계약 전 기간 동안 최저임금 수준 혹은 그 이상의 수익 보전을 요구하고 있다. 공정위는 상생협약 평가 배점 신설을 통해 업체들이 최저수익보장을 확대하도록 유도할 방침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