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부 힘든 상황…신뢰 찾아야” 후임 후보자 청문회 일정도 미정 “정든 법원을 떠나고자 하니 여러 감회가 떠오릅니다. 하지만 일일이 지금의 상황에 대해 언급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점이 더욱 저의 마음을 안타깝게 합니다.”

대법원이 사상 초유의 검찰 수사를 받는 상황에서 1일 퇴임하는 김소영(53·사진·사법연수원 19기) 대법관은 이 같이 소회를 밝혔다. “사법부는 이전에는 경험해 보지 못한 매우 어렵고 힘든 상황에 직면해 있다”고 말한 김 대법관은 “이 어려움을 극복하여 국민으로부터 신뢰를 되찾기 위해서는 법원 가족 서로간의 믿음과 화합이 가장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김 대법관이 6년 임기를 마치고 물러나면서 대법원은 또 공백 사태를 맞게 됐다. 국회가 후임 대법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 일정조차 확정하지 못한 상태기 때문이다. 특히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은 인사청문특별위원 명단을 아직 제출하지 않았다.

국회에서 인사청문회를 마쳐도 청문보고서 채택, 본회의 표결 등에 통상 1~2주일이 소요되기 때문에 후임 대법관 취임이 더 늦어질 수 있다. 김 대법관도 퇴임사에서 “막중한 대법원 재판업무에 지장이 없도록 조속히 후임 대법관이 임명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김명수 대법원장은 지난달 초 김상환(52ㆍ20기) 서울중앙지법 민사수석부장판사를 후임 대법관 후보로 일찌감치 낙점했다.

김 대법관은 2012년 취임 당시 40대 여성인 ‘파격 인선’으로 주목받았다. 양승태(70ㆍ2기) 전 대법원장은 서열 순으로 대법관을 지명했지만, 당시 검찰 출신의 김병화(62ㆍ15기) 후보자가 저축은행비리 수사 무마 의혹 등으로 낙마하면서 김 대법관이 대법관에 지명됐다.

김 대법관은 사법시험에 수석합격한 뒤 1990년 판사로 임관한 이래 ‘여성 1호’ 타이틀을 독식해 왔다. 여성 판사로서는 처음으로 법원행정처 심의관으로 발탁됐다. 법원도서관 조사심의관과 총괄심의관을 거쳤다. 대법관에 취임한 후에는 첫 여성 법원행정처장을 맡아 주목받았다. 하지만 법원행정처가 판사들을 뒷조사했다는 이른바 ‘판사 블랙리스트’ 의혹이 불거지고, 조사 결과가 나오자 지난 1월 김명수(59ㆍ15기) 대법원장으로부터 사실상 경질되는 오점을 남기기도 했다.

김 대법관은 지난달 30일 대법원이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들에 대해 일본 기업이 1억 원씩 배상해야 한다고 판결한 사건의 주심이다. 양형위원회 수석전문위원을 맡아 형사 분야에도 조예가 깊었다. 이석기 전 통합진보당 의원에 대해 징역 9년을 선고한 ‘내란음모 사건’의 주심 대법관이었고, 검찰의 무분별한 압수수색 관행에 제동을 걸었다고 평가받는 2015년 전원합의체 판결에서도 주심 대법관으로 주요 논거를 작성했다. 당시 대법원은 수사기관이 디지털 자료를 압수할 때 영장에 적힌 혐의와 관련된 것만 증거능력을 인정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유은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