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경제활력 위해 재정확대…금리 상승시 경기위축 심화 [헤럴드경제=이해준 기자]경기가 본격적인 하강국면에 진입했다는 진단이 나올 정도로 경제상황이 악화하고 있는 가운데 소비자물가가 유가 상승 등의 영향으로 13개월만에 2%대에 진입하면서 서민들의 경제 고통이 심화하고 있다. 정부가 유류세 인하를 통해 서민과 영세 자영업자들의 부담을 줄여주기로 했으나 실제 물가부담을 전체적으로 얼마나 줄여줄지는 미지수다.
특히 국제유가와 농산물 등 외부적ㆍ계절적 영향을 많이 받는 공급과 비용 측면의 물가 상승압력은 높지만, 투자와 소비 등 수요 부문의 물가압력은 매우 낮은 상태다. 근원물가지수 상승률도 1%에 불과하다. 정부도 경제 활력을 위해 재정을 확대하고 있어 재정과 통화의 정책조합(policy-mix)이 긴요한 상황에서, 금리인상 시점을 저울질하고 있는 한국은행의 고민이 깊어질 전망이다.
1일 통계청이 발표한 ‘10월 소비자물가 동향’은 석유류와 농산물, 서비스 부문이 물가를 주도하고 있음을 여실이 보여주었다.
실제로 농산물 가격은 지난 1년 동안 14.1% 올라 전체 소비자물가를 0.63%포인트 끌어올리는 역할을 했고, 석유류 가격은 11.8% 올라 물가를 0.53%포인트 끌어올렸다. 개인서비스는 2.2%오르며 전체 물가를 0.70%포인트 끌어올리는 역할을 했다. 농산물과 석유류ㆍ개인서비스 등 3대 부문의 물가상승 기여도가 1.86%포인트에 달해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2.0%)에 육박했다.
하지만 이들 3대 부문의 물가가 상승한 것은 경기가 활기를 띠면서 관련 제품의 수요가 증가했기 때문이라고 보기 어렵다.
석유류 가격이 상승한 것은 국제유가가 지난 1년 동안 50% 이상 급등한데 따른 것이며, 농산물 가격이 크게 오른 것도 농산물에 대한 수요가 늘어났기 때문이라기보다는 올 여름 폭염과 기습 호우 등으로 인한 공급 불안의 여파가 완전히 가시지 않았기 때문이다. 개인서비스 물가가 오른 것도 수요 증가보다는 농산물 등 원재료 가격 상승에 최저임금 인상 등에 따른 영향이 훨씬 크다.
투자와 소비가 위축되는 등 경기가 부진해 수요 부문의 물가압력은 낮지만, 유가나 농산물 공급, 원가 상승 등 공급과 비용 측면의 물가압력이 높은 셈이다. 경제내부의 물가압력을 측정하기 위해 산출하는 근원물가지수가 매우 낮은 것도 이를 반증한다.
외부적 요인의 영향과 계절적 변동이 큰 농산물과 석유류를 제외한 근원물가지수는 지난달 전체 물가 상승률의 절반 수준인 1.1%에 머물렀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 근원물가인 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지수는 지난달 0.9%에 머물렀다. 이는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이후 환율 급락(원화가치 급등)으로 물가가 급락했던 2000년 2월(0.8%) 이후 18년 8개월만의 최저치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 재정과 한은 통화 부문의 정책조합이 어느 때보다 긴요해지고 있다. 정부는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고 ‘재난’ 수준인 일자리 사정을 개선하기 위해 재정을 최대한 확장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반면에 그동안 경기회복을 지원하기 위해 초저금리 기조를 유지했던 한은은 미국의 금리인상으로 인한 외국자본 이탈 우려에 대응하기 위해 금리인상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다.
거시경제 측면에서 보면 투자와 소비 등 수요가 더욱 위축되고 있어 금리를 더 내려야 하지만, 금융불안에 대응하기 위해선 금리를 올려야 하는 진퇴양난의 상황이 아닐 수 없다. 한은이 우리경제에 큰 영향을 미칠 금리정책을 어떻게 펼쳐갈지 주목된다.
hjlee@heraldcorp.com
